시간 이민자(손진길 소설)

시간 이민자24(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0. 7. 30. 08:18

시간 이민자24(손진길 소설)

 

김상진이 갑자기 자신의 무릎을 친다. 그리고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중얼거린다; “그 말이 맞구나!... 그래서 1997년에 소위 IMF 사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야. 그로 말미암아 한국은 물론 일본과 기타 동남아의 여러 나라들이 경제적인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게 되고 말지. 그때 미국과 국제자본은 크게 한 건을 하게 되는 것이야!... “.

그러나 김상진은 그것을 남에게 꼭 그대로 말할 수가 없다. 다만 경제정책을 살피고 있는 송일섭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인정할 따름이다. 경제적인 지식이 별로 없는 김영삼 대통령이 그 시련을 어떻게 극복하게 되는 것일까? 그가 해결하지 못한다고 하면 그것은 오롯이 그의 후임자의 몫이 될 것이다.

그러한 새삼스러운 인식을 가지고 1994년을 지내던 김상진이 12월 말일이 되자 백포도주를 한 병 사서 집으로 돌아온다. 그것을 받아 들면서 아내 윤지혜가 말한다; “한국의 마주앙은 마실 만 하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어째서 적포도주가 아니라 백포도주를 사온 거예요?... “.

그 말을 듣자 응접실 소파에 앉으면서 김상진이 대답한다; “붉은 포도주는 당신이 한 병 보관하고 있잖아요?... 우리는 그것을 21세기가 시작되기 직전에 이곳에서 마시고 타임머신을 타러 가려고 계획하고 있지요. 그러니 그 과도기인 지금은 백포도주를 마시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

말을 듣고 보니 그럴 것도 같다. 그래서 윤지혜가 잔을 두개 가지고 와서 조심스럽게 한국에서 만든 질이 좋은 마주앙을 붓는다. 서로 러브 샷을 하면서 한잔 씩 나누어 마신다. 두번째 잔을 마셨을 때에 윤지혜가 말한다; “백포도주를 마시고 나면 새해 1995년이 밝아오겠네요. 이제 5년이 지나면 우리는 타임머신을 타고서 2020103일로 돌아가겠네요!... “.

그 말을 듣자 자기도 모르게 김상진이 말한다; “그렇지요. 벌써 1990년대 중간인 1995년이 되고 있네요. 이제 5년만 지나면 21세기가 시작이 될 것이니 각나라의 지도자들이 새로운 밀레니엄의 기초를 놓기 위하여 분주하겠군요. 우리도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고요… “.

무심결에 한말인데 그 말을 들은 윤지혜의 반응이 상당히 구체적이다; “여보, 세계의 유일한 패권국이 되어 있는 미국의 대통령은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경제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지도자들과 그래도 지금까지 세계 2위의 국내총생산을 나름대로 보여주고 있는 일본의 지도자는 또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

그 말을 들은 김상진이 한방을 먹은 기분이다. 신문사의 차장인 자신은 아직 구체적으로 미국의 대통령과 중국의 주석 그리고 일본의 수상의 입장에서 21세기를 준비하는 그들의 생각을 탐색하고자 시도한 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벌써 2020년까지 서울에서 살아본 자신의 본체인 이상우의 기억을 되살려보아도 그렇게 노력한 적이 없다.

그래서 김상진이 그때부터 21세기를 5년 앞두고 있는 1995년에 유력한 국가의 지도자들이 어떠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지를 한번 추적해보고자 한다. 그것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이 취하고 있는 장기적인 정책의 방향성이다. 그래서 그것을 살피고 살핀 결과 김상진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발견하고 있다;

첫째로, 199511일부터 세계무역기구인 WTO가 출범하고 있다. 그것은 전세계적인 시장개방을 원하는 미국의 요구가 빠른 속도로 관철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유일한 패권국 미국이 이제 세계를 경제적으로 영구히 지배하고자 한다. 방법이 미국을 움직이고 있는 세계의 자본주들에게 많은 나라들을 먹이로 계속 던져주는 것이다.

그들 세계의 자본들이 자유스럽게 전세계를 횡행할 있도록 세계무역기구가 발판이 되고 있다. 이제 21세기는 그러한 자본의 영구지배체제가 전세계적으로 형성이 되고 것이다. 결과 세계는 부국인 북국과 빈국인 남국으로 더욱 분명하게 나누어지고 것으로 보인다.

그와 같은 맥락에서 미국은 세계의 모든 나라를 국제연합으로 끌어들이고자 한다. 유엔에 가입하고있는 나라들이 국제무역기구의 회원국들이 된다. 그리고 나라들에게 국제자본이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아니하고 들어가서 경제적인 지배를 개시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유럽에서 중립국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국가들 스웨덴, 핀란드, 오스트리아 등이 1995 새해 첫날에 유엔에 가입하게 것으로 보인다.

둘째로, 작용이 있으면 반드시 반작용이 있다. 지금의 세계는 유일한 패권국인 미국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다. 물론 미국의 정책결정은 미국의 정계를 움직이고 있는 세계적인 자본지배자들의 의도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세월이 지날수록 그들 자본주들의 횡포가 심하다. 조직적으로 점점 세계의 각국을 자본으로 옥죄고 차관으로 세계인들을 빚쟁이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은 현상에 대하여 강력한 반작용이 없을 수가 없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러한 세계인들의 생각을 테러리스트들이 먼저 자신들의 끔찍한 테러의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1995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음의 자살테러공격들이 그러한다;

첫째, 1995 1 6 우연히 마닐라 폭발사고의 현장에서 발견된 일명 보진카 계획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대폭발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보진카 계획이란 한마디로, 세계적인 테러리스트단체가 미국의 항공기 12대를 탈취하여 공중에서 폭발하고자 하는 대담한 계획이다.

은밀한 계획서가 노출이 이유는 아마도 테러리스트들이 액체폭발물을 건물에서 개발하고 시험하다가 실수로 폭발을 일으키고 말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알카에다 불리고 있는 테러리스트단체의  21세기형 극비계획을 담고 있는 비밀자료가 세계의 정보기관에 알려지고 말았다.

그러므로 계획을 다소 수정하여 훗날 새로운 작전이 실행된 것으로 정보분석자들이 말하고 있다. 그것이 2001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소위 9.11사태 것이다.

미국의 항공기 두대를 납치하여 테러범들이 자살공격을 시도한다. 세계무역기구인 WTO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데 그것을 파괴한 것이 아니라 테러범들은 미국 뉴욕에 있는 110 건물 세계무역센터(WTC) 공격하고 있다. 두대의 항공기가 마천루에 부딪치자 엄청난 참사가 발생하고 마는 것이다.

둘째, 4 19일에는 폭탄트럭이 미국 오크라호마 연방청사에 부딪혀서 168명의 인명을 죽이고 만다. 그리고 9 19일에는 자신을 유니바머라고 소개하고 있는 테러리스트가 자신의 선언서를 신문에 실어주지 아니하면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즈 건물을 폭파하겠다고 위협을 가해온다.

미국 정보기관에서는 자신을 폭탄테러범이라는 뜻의 유니바머라고 소개하고 있는 익명의 존재는 벌써 여러 차례 폭탄테러를 감행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만큼 미국의 강력한 패권과 주의주장에 나름대로 반감을 가지고서 세계의 질서와 기존문명을 파괴하고자 하는 테러리스트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 1995년인 것이다.

셋째로, 세계 2차대전이후 폐허가 유럽과 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재건하는데 미국이 역할을 했다. 미국의 뿌리가 유럽이므로 미국정부는 유럽열강의 전후복구를 도왔다. 그것이 이름하여 마샬 플랜이다.

극동에 있는 일본의 경우에는  미국정부가 경제전문가인 닷지 보내어 일본의 군수산업을 없애고 민생산업을 살려서 자급자족의 경제수준을 만들어주고자 했다. 그런데 1949년에 중국이 공산화가 되고 1950년에 한국전쟁이 발발하게 되자 미국은 일본을 병참기지로 활용하여 공산주의 세력의 팽창을 막고자 한다.

그로 말미암아 일본의 군수산업이 다시 가동되고 경제성장이 급격하게 이루어진다. 그후 일본은 충실하게 미국의 팽창정책을 보좌하는 굳건한 경제적인 파트너가 되고 있다. 그러한 일본의 정치에 대하여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가운데 한사람이 1995 3 20 일본 동경지하철에 사린 가스를 퍼뜨리고 만다. 일본정부는 불특정 다수인 5,000명을 중독시키고 12명을 사망하게 만든 테러범이 사이비교주라고 밝히고 있다.

지난 1 17 일명 '고베 대지진'이라고도 불리고 있는 아와지 대지진으로 일본인 6.400 이상이 사망하고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하였기에 일본정부가 수습에 정신이 없는데 사린 가스 테러가 동경에서 발생한 것이다. 그것은 일본의 경제가 수년간 침체의 늪에 빠져 있기에 사회적으로 불만을 가진 인사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넷째로, 한국의 김영삼 정부는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하여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한다. 그래서 199518일에 개인정보에 관한 법률의 시행에 들어간다. 국가의 권력이나 강대국의 강요로부터 국민의 인권을 기본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더 이상의 진전을 이루지는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1995년에 발생하는 두가지가 김영삼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하나가, 정치적으로 김영삼의 개혁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는 세력들이다. 먼저 여당인 민자당에 참여하고 있던 김종필의 세력이 빠져나가 신당을 창당하고 만다. 330일에 김종필이 창당한 자유민주연합이 그것이다.

95일에는 야당 총재인 김대중이 새로이 새정치연합을 창당하면서 야권에 큰 천막을 치고 있다. 그는 2년후에 있게 되는 대선을 의식하고 벌써 그 준비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지지계층을 확충하기 위하여 김영삼 정권의 실책에 대하여 이제는 물고 늘어지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의 기질은 그가 좋아하는 글귀인 대도무문’(大道無門)의 뜻이 그러하듯이 정면승부를 거는 것이다. 그래서 627일에 지방의원과 단체장을 한꺼번에 선출하는 1 지방자치 의원 및 단체장 동시선거를 시행한다. 이제는 지방자치제도의 실시는 돌이킬 수가 없는 민주주의 제도로서 정착되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김영삼 대통령은 놀랍게도 1116일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하고 123일에는 전임 전두환 대통령을 구속 수감하고 있다. 그 죄목을 보면 노 대통령의 경우에는 재임당시 5,0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기업체로부터 많은 뇌물을 받은 혐의이다.

그와 달리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12.12쿠데타와 5.18광주민주화 운동을 무력으로 유혈 진압하도록 지시한 혐의이다. 그러므로 전두환 전임 대통령의 경우에는 내란을 일으킨 죄인이며 국민을 살해한 배후 음모자이다. 그에 비하여 노태우 대통령은 경제사범에 해당하고 있으므로 그 죄과가 훨씬 가볍다고 볼 수가 있다.

대한민국의 헌정사상 초유의 전직 대통령 구속수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가운데 광주 의거를 유혈진압한 배후자를 밝혀서 처벌하고자 하고 있으므로 호남을 정치기반으로 하고 있는 김대중 총재가 함부로 김영삼 정부를 공격할 수가 없다. 요컨대, 김영삼 대통령의 강력한 대응이 정치적으로는 그 빛을 발하고 있다고 하겠다.

또 하나는,  작년에 이어 금년 1995년에도 어처구니가 없는 대형사고가 발생하고 마는 것이다. 그것이 김영삼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428일에 대구 상인동에서 대형가스폭발사고가 발생하여 100명이상 사망하고 만다.  

629일에는 영업 중이던 서울 서초동의 삼풍백화점이 붕괴하여 500명이 넘는 사망자와 900명이 넘는 부상자가 생기고 만다. 전세계에 뉴스로 퍼져 나가고 있는 삼풍백화점의 참사는 끔찍하기 이를 데가 없다. 그리고 한국의 자본가들이 얼마나 건물의 안전에 둔감한지를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처리를 두고서 김영삼 정부가 참으로 곤욕스러워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723일에는 여수 앞바다에서 태풍에 휘말린 씨 프린스호가 좌초되어 그만 99천톤의 기름이 유출되고 만다. 여수 앞바다를 오염시키고 그 영향이 멀리 거제도 앞바다에까지 미치고 있다.

환경은 한번 오염되면 그것을 복구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소모가 된다. 한국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산업화를 서둘렀다가 파괴가 된 환경을 1980년대 중반부터 복구하는데 많은 사회적인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이제 1990년대 중반에 와서는 해양환경을 복구하기 위하여 또 얼마나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지 모른다.

다섯째로, 그와 같은 여러가지 사건 사고의 발생과 정치적인 여건의 변화를 바라보면서 김영삼 대통령이 큰 결심을 하고 있다. 그는 199512월에 민주자유당을 해체하고 신한국당을 만들어 새출발을 한다. 과거의 민자당과는 결별을 하고 새로 태어나겠다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세계적인 새로운 변화에 발을 맞추어 가는 한국의 정치와 정당이 되고자 한다. 그 이유는 1995717일에 미국이 우주정거장에서 로봇 팔을 내보내어 여러가지 작업을 하는데 성공하여 우주시대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85일에는 미국이 베트남과 다시 수교를 하고 있는 것이다.

20년전 1975년에 겨우 전쟁을 끝낸 미국과 월맹이 이제는 함께 살아가자고 다시 수교하고 있으니 그것이 새로운 관계의 출발인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급변하고 있는데 한국만 자체문제의 해결에 매달려서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 심히 안타까운 것이다.

김상진윤지혜 부부도 같은 심정이다. 그렇게 답답한 마음으로 1995년을 떠나 보내고 있다. 이제 1996년은 그들 부부에게 어떠한 모습으로 새삼 다가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