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이민자(손진길 소설)

시간 이민자21(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0. 7. 27. 15:35

시간 이민자21(손진길 소설)

 

1993년에 들어서자 120일 미국에서는 빌 클린턴이 제42대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된다. 한국에서는 225일에 김영삼이 제14대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된다. 이제부터는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과 한국의 김영삼 대통령이 협력하여 한국의 안보를 굳건하게 지키는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225일 김영삼 대통령의 취임행사는 여의도에 있는 국회의사당 앞 뜰에서 거행이 된다. 그 다음에 대통령 내외분이 서울시내를 통과하여 청와대로 들어가는 것이다. 새로 취임하는 김영삼 대통령은 전임 노태우 대통령과의 차별을 선언하고 있다.

그가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를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나는 순수한 민간인 출신 정치인으로서 오늘 대통령에 취임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지난 세월 신군부 출신의 대통령이 다스리던 시대와는 다를 것입니다.  이제부터 진짜 문민정부에 의한 민주화의 시대가 시작됩니다”.

작년 12월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를 지지한 42%의 유권자는 물론 나머지 국민들도 새로운 민주화 시대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김영삼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여당 민자당에서 다수파는 민정당계열이다. 김영삼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고 있는 상도동계열은 소수파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김종필이 이끌고 있는 공화당계열의 파벌도 존재하고 있다. 그들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순순히 김영삼 대통령의 민주화정책을 지지할 것인가? 아니면 저지하고자 할 것인가? 스스로 정치 9단이라고 말하고 있는 김영삼 대통령은 그러한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고자 하는 것일까?...

김상진은 1993년 새해에는 그러한 점에 관심을 두고서 취재활동을 하고 있으며 또한 정치칼럼을 작성하고 있다. 그런데 3월에 들어서자 주일날 사랑의교회에서 만난 박선우가 말을 걸어온다; “김형, 예배를 드리고나서 아바이순대집에서 식사한 다음에 우리 아파트로 가서 이야기를 좀 나누도록 하시지요. 긴히 할 말이 좀 있어요… ”.

점심식사후에 박선우의 아파트에 도착하자 그때부터 김상진의 부인 윤지혜는 박선우의 아내인 홍혜련과 어울려서 안방에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김상진과 박선우는 거실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커피잔을 내려놓고서 박선우가 먼저 말문을 연다; “김형, 요즘 신문사 일은 어떻습니까?... “. 김상진이 웃으면서 대답한다; “정치칼럼을 쓰고 있는지라 지난 88올림픽때부터 계속 바빴지요. 그 사이 국가적인 정치적 변화가 대단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이제는 큰 고비를 넘기고 평화적으로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출범했으니 더 이상 무슨 큰 변혁이야 있겠습니까?... “.

그 말을 듣자 박선우가 고개를 끄떡인다. 그러다가 소리를 낮추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런데 김형, 저는 요즘 YS정권으로부터 한가지 부탁을 받고 있어요. 그것은 별도의 싱크탱크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지요. 저처럼 정치학을 전공하고 있는 교수는 물론 언론계의 정치부 베테랑들을 모아서 일종의 자문단을 운영해 달라는 것이예요. 그래서 김형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 우리집에 오자고한 거예요“.

김상진이 잠시 생각하고서 말한다; “충분히 짐작이 가는 이야기이네요. 새로 출범한 YS정권은 복잡한 민자당내의 문제를 뛰어넘어 어떻게 한국의 민주화를 이루어 내느냐? 하는 과제를 안고 있으니까요그런데 어느 정도의 구성원을 필요로 하고 있지요?... “.

그 말을 듣자 박선우가 즉시 대답한다; “제가 부탁 받은 숫자는 5명입니다. 하지만 저 말고도 2사람에게 더 부탁을 한 것으로 보여요. 그러니 모두 합하면 15명 정도가 되겠네요. 벌써 정치학을 전공하고 있는 동료 2사람의 동의를 받아 놓았으니 이제는 2명의 정치부 베테랑 기자가 필요하지요… “.

김상진이 잠깐 생각하다가 말한다; “오래간만에 출범한 문민정부이니 한국의 민주화가 진전될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야지요. 그러면 저는 편집국장 성기수를 설득하여 함께 참여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주요이슈는 무엇으로 정하고 있습니까?... “.

박선우는 김상진이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자 망설이지 아니하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가 알고 있기로는 우선 5대과제가 있습니다; 첫째가, 그동안 유보가 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출하는 것이지요. 둘째가, 신군부의 뿌리가 되고 있는 군부내의 사조직을 해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

조금 숨을 쉬고서 박선우가 이어서 설명한다; “셋째가,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재산내용의 신고 건이지요. 넷째가, 금융실명제이고요. 다섯째가, 역사 바로 세우기 작업인데 그것은 국가권력을 장악하기 위하여 불법으로 쿠데타를 하고 민주화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한 자들을 법정에 세우는 것이지요… “.

그 말을 듣자 김상진이 말한다; “그것 말고 대외관계에 관하여 논의가 된 것은 없습니까?... “. 박선우가 싱긋 웃으면서 대답한다; “하나 있지요. 나는 김형이 그것을 물을 줄 알았어요. 북방외교는 전임 노태우 대통령이 많이 하셨으니 김영삼 대통령은 이제 북한과의 관계의 개선에 나서고자 합니다.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지요… ”.

그 말을 들은 김상진이 내친 김에 더 묻는다; “벌써 이슈를 거의 짚고 있는 셈이군요. 그렇게 국정과제를 정하고서 자문단의 구성을 원하고 있는 인물이 도대체 누구입니까?... 민자당 내부 인사입니까? 아니면 청와대 내부 인사입니까?”.

박선우가 짤막하게 대답한다; “전자가 아니고 후자입니다”. 그러자 김상진이 더 구체적으로 묻는다; “지금 비서실장이 박관용 의원이지요. 그리고 비서실에 몇몇 상도동 인물들이 들어가 있는 줄 아는데 구체적으로 누구의 부탁입니까?... “.

그러자 박선우가 미소를 띄면서 대답한다; “비서실장이 바빠서 그것까지 챙기지는 못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그 아래에서 제게 의뢰를 하고 있는데 어차피 실장을 통해서 구체적인 의견이 YS에게까지 올라가게 되어 있어요. 그것은 제가 장담합니다… “.

그 말을 듣자 김상진이 웃으면서 말한다; “허허, 박형은 서울 사람인데 어떻게 주로 영남사람으로 이루어져 있는 상도동계파와 그렇게 연결이 되어 있지요? 그것 참 신기한 재주입니다. 하하하… “.

박선우가 김상진의 말이 농담인 줄 안다. 그래서 그 역시 웃으면서 말한다; “상도동에는 호남 출신이면서 서울대학에 다닌 경력이 있는 김덕룡과 같은 인물도 참여하고 있답니다. 그러니 부산과 경남 일색으로만 볼 수는 없지요. 하하하… “.

그 말을 들은 김상진이 말한다; “그렇지요. 소위 상도동의 가신들이라고 부르고 있는 인사 중에는 별칭 동동주라고 말할 수 있는 동아대학과 동국대 출신만 있는 것이 아니지요. 부산 동아대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서석재와 같은 인물은 부산의 명문고 부산중고 출신이 아닙니까?...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박선우가 역시 웃으면서 말한다; “나는 전공이 대통령학이다 보니까 대통령 후보들의 인적사항과 그 참모들의 자료분석을 많이 하고 있지요. 그래서 내 나름대로는 상도동계에 대하여 꽤 알고 있습니다. 조금 체계적으로 말씀을 드리자면 일찍 국회의원에 당선이 된 YS를 따라다닌 인물들은 3가지로 분류가 되지요… “.

신문사 정치부 기자로 일하고 있는 김상진이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인다. 그의 귀에 다음과 같은 박선우의 설명이 들려온다; “첫째, 19604.19세대 가운데 YS의 참모가 나타나고 있지요. 둘째, 19646.3세대 가운데 또한 상도동계가 나타나고 있어요. 그 다음 셋째, 훨씬 나중에 합류한 무리들입니다”.

김상진이 즉시 물어본다; “그 면면들이 어떠합니까?”. 박선우가 구체적으로 대답한다; “첫째로, 4.19세대로는 36생이며 거창 출신인 김동영, 35년생이며 창원 출신인 서석재, 그리고 38년생이며 동래 출신인 박관용 등이 있지요. 그들이 YS와 인연을 맺은 연도를 보자면, 김동영1960년대초에 국회의원인 김영삼의 비서관으로 가장 먼저 일하게 되지요. 그리고… “.

잠시 숨을 쉰 다음에 박선우가 이어서 말한다; “서석재1968년에 김영삼의 비서관이 되지요 그리고 박관용은 이기택 국회의원의 비서관으로 일하면서 YS가 살고 있는 상도동집을 출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1980년에 이기택 의원이 정치규제가 되자 그 선거구를 물려받아 제11대 국회의원에 당선이 되지요. 그리고… “.

재미가 있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김상진이 계속 경청한다. 박선우가 신이 나서 설명을 계속한다; “둘째로, 6.3세대에 속하는 인물 가운데 35년생이며 울주군 출신인 최형우가 있어요. 그는 김동영보다 약간 늦게 YS의 비서관으로 일하게 되지요. 그 두사람이 1927년생인 YS를 가장 먼저 모시고 야당생활을 오래했기에 흔히 좌동영 우형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

갑자기 박선우가 한숨을 쉬고서 말한다; “안타깝게도 김동영 의원이 재작년 1991년에 작고했어요. 그는 고생만 하다가 자신의 주군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을 보지 못했지요. 그 대신에 최형우가 앞장서서 대선을 치르고 지금은 상도동 가신들의 맏형이 되어 있어요. 그리고… “.

박선우가 호흡을 가다듬고서 이어 말한다; “41년생이며 익산 출신인 김덕룡이 있는데 그는 1964년 서울 문리대 학생회장을 지내고 있을 때에 6.3항쟁에 참여하지요. 그때문에 대학교에서 제적당하자 아예 상도동을 출입하게 됩니다. 흔히 김덕룡을 상도동 가신그룹의 막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가 상도동을 출입한 것은 상당히 빠릅니다. 그리고… “.

김상진은 흥미가 있어서 계속 경청한다. 박선우의 이야기가 계속된다; “기타 민주산악회와 민추협에 동참하면서 YS의 손발이 되고 있는 인물들이 많이 있는데 그들 가운데 대표적인 정치인이 이원종, 김무성이지요. 이원종1949년생인데 경복고 후배인 김덕룡의 주선으로 1974년부터 YS의 공보비서로 일하게 됩니다. 한편… “.

박선우가 잠시 숨을 쉬고서 이어 말한다; “김무성1951년생으로 부산출신인데 일찍이 서울에서 공부하고 부유한 집안 덕분에 사업을 하다가 1985년부터 민추협에 가담을 했어요. 일단 그 정도로 YS의 가신그룹인 상도동계를 알고 있으면 좋겠어요. 사실 내가 알고 있는 것도 그 정도입니다.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김상진이 미소를 띄면서 말한다; “박형에게서 오늘 좋은 말씀을 들었어요. 그런데 제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는 송일섭 서기관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그것은 작고한 김동영 의원에 관한 이야기이지요… “.

박상진이 귀를 기울인다. 그러자 김상진이 말한다; “일찍 YS의 비서관으로 일한 김동영이 야당의 전문위원 직함을 가지고 국회를 출입하던 1960년대말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당시 이효상 국회의장실에서 비서로 일하고 있던 이화여대 출신 차 여사와 연애를 시작했어요… “.

 조금 뜸을 들이다가 김상진이 말한다; “그런데 결혼하고 몇 년 지나지 아니하여 김동영이 1973년에 국회의원이 되어 부인과 함께 이효상 의원실에 들렀다고 해요. 그 모습을 보고서 비서실 직원들이 모두 크게 놀랐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정치인과 그들의 부인의 미래는 모르는 것인가 봅니다”.

그 말을 듣자 박선우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그렇지요. 정치경력이라고 하는 것이 그렇게 부침이 심한 법이지요. 그래서 나는 정치학교수로 만족하고 있답니다. 김형도 아무쪼록 언론인이라는 전문직종에 종사하면서 우리 서로 친하게 지내도록 합시다… “.

마음에 드는 말이다. 그래서 김상진이 대꾸를 한다; “물론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성기수 편집국장의 허락을 얻게 되면 따로 연락을 드릴께요. 앞으로 자문단에서 자주 뵙도록 합시다. 자 오늘은 이만 일어날게요… “. 김상진이 부인 윤지혜와 함께 박선우 내외에게 인사하고서 반포동 집으로 향한다.

두사람은 대치동을 떠나 반포동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와서 시계를 본다. 봄이 짧아서 그런지 벌써 오후 늦은 시간이 되고 있다. 김상진은 일단 성기수 편집국장에게 전화를 낸다. 그에게 내일 출근하면 따로 긴히 드릴 말씀이 있다고 전한다.

다음날 성기수 선배를 만난 김상진이 박선우 교수의 제안을 전한다. 그러자 성기수가 두말하지 아니하고 참여하겠다고 대답한다. 그 결과 두사람은 그해 봄이 지나고 초여름이 될 때까지 소위 민주화추진자문단에 참여하게 된다.

그들이 논의하여 정리한 보고서가 어떠한 효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일까? 김영삼 정권이 시행하고 있는 정책과 관련하여 그 점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그렇게 김상진은 시간이민자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 나름대로 보람이 있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