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갈렙 장군(손진길 작성)

소설 갈렙 장군45(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3. 14. 08:16


소설 갈렙 장군45(작성자; 손진길)

 

갈렙 장군이 블레셋의 전장에서 돌아와서 헤브론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석달 사이에 몇가지 일이 발생한다;

첫째로,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드빌에 살고 있는 가나안족속과 아낙자손들이 은밀하게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들은 북동쪽 헤브론에 정착한 유다지파의 백성들과 군대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은 첩보를 별동대장인 옷니엘이 정기적으로 수집하고 있다. 그는 25백명의 수하들 가운데 특별히 정탐을 잘할 수 있는 부대원들을 모아서 별도로 100명의 첩보부대를 조직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들을 정기적으로 드빌성으로 들여보내서 그곳의 동향을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적당한 때가 되면 그곳을 정벌할 계획을 옷니엘이 세우고자 하는 것이다.

갈렙은 주기적으로 옷니엘로부터 드빌성의 움직임에 대하여 보고받고 있다. 그는 자신의 조카이며 제자인 옷니엘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6년 전에 갈렙 자신의 사랑하는 동생인 그나스 곧 옷니엘의 부친이 광야에서 별세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갈렙이 조카인 옷니엘을 아들처럼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하루는 갈렙이 다음과 같이 옷니엘에게 말한다; “너의 별동대 25백명으로는 드빌성을 정벌하기가 힘이 들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친위대에서 4천명을 떼어 드빌성 토벌대로 삼고자 한다. 그러니 65백명의 군사로 네가 한번 독자적으로 드빌성을 정복하여 보도록 해라”.

갈렙 장군은 오래 심사숙고한 후에 말을 꺼내는 신중한 성격이다. 하지만 일단 말을 꺼내면 무인답게 그 추진력이 대단하다. 따라서 그 말을 꺼낸 다음날 바로 조치를 취한다. 그 결과 제자 창기스가 지휘하고 있는 갈렙의 친위대는 2만명이 되고 옷니엘이 지휘하는 별동대의 군사가 65백명이 된다. 그것은 드빌성을 정복할 때까지 한시적인 운용인 것이다.

둘째로, 갈렙 장군의 막내딸인 악사는 사촌오빠인 옷니엘이 자신을 아내로 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옷니엘이 별동대를 이끌고 드빌성을 정복한다는 조건이다. 그녀는 그 일에 관심이 크다. 왜냐하면, 악사는 자신보다 9살이 많은 옷니엘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악사는 평범한 성격의 처녀가 아니다. 천하제일의 무인인 갈렙의 집안에서 자라나서 그런지 몰라도 무예를 좋아한다. 그래서 친오빠인 엘라와 사촌오빠인 옷니엘이 스승 갈렙으로부터 무예를 배울 때에 그녀가 그것을 함께 배우기를 소원했다. 갈렙은 막내 딸이 귀여워서 그냥 함께 배우도록 허락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렇게 10년을 배우자 악사의 무공이 늘었다. 갈렙의 제자인 아비노의 아내인 여장부 창옥과 비교한다면 그 실력이 상당히 떨어지지만 그래도 여성으로서는 무서운 실력자인 것이다. 그러한 여성 무인의 탄생을 은근히 좋아한 인물이 부친인 갈렙과 사촌오빠인 옷니엘이다.

여동생이 없는 옷니엘은 백부 갈렙을 스승으로 삼아 그 집에서 무예를 익히면서 자신도 모르게 사촌여동생인 악사에게 정을 붙이고 있는 것이다. 그 사실을 나이 30이 되어서야 깨닫고 옷니엘이 깜짝 놀랐다.

그때부터 지난 3년의 세월을 옷니엘은 악사를 쳐다보는 재미로 살고 있다. 그러므로 그의 마음이 급하다. 빨리 드빌성을 쳐서 정복하고 악사와 결혼하여 그곳에 자신의 아성을 마련하고 싶은 것이다.

셋째로, 갈렙이 블레셋 원정을 다녀온 이후 서쪽에서는 반란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아니하고 있다. 그렇지만 본래 가나안 땅의 원주민인 가나안족속의 움직임이 심상하지가 아니하다. 그들은 아모리족속과 함께 당시 가나안 일대에서 주도권을 다투고 있던 족속이다.

그런데 모세의 군대에 의하여 요단강 동쪽의 아모리 2왕국이 멸망을 당했기에 그때부터 요단강 서쪽의 가나안족속은 여호수아의 정벌군과 맞서 싸우고 있다. 그렇지만 창조주 여호와의 가호를 받고 있는 이스라엘의 군대에 의하여 대부분의 땅을 잃어버렸다.

이제 남은 성읍이 2개인데 그것이 가나안족속의 남쪽도성인 드빌이고 북쪽도성인 베섹이다. 가나안족속이 한때 가나안 땅의 패자였을 때에 베섹을 자신들의 북쪽의 도읍지로 삼았고 드빌을 남쪽의 도읍지로 삼았다.

특히 포용력이 있는 가나안족속은 베섹에서 작은 종족 브리스족속과 함께 살았으며 드빌에서는 거인인 아낙자손과 함께 살고 있다. 따라서 아낙자손들은 드빌을 자신들이 좋아하는 지명 기럇 세벨이라고 부르고 있다. 자신들의 영웅인 세벨이 그 옛날 정복한 성읍이라는 자부심을 그렇게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가나안 땅에서는 힘이 있는 종족이 성읍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드빌 사람들은 힘을 길러서 이스라엘의 군대를 물리치고 헤브론성을 다시 차지하고자 한다. 그것을 알고서 갈렙 장군이 별동대장인 옷니엘에게 드빌성을 주시하고 정복할 준비를 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마침내 그때가 다가온다. 옷니엘이 얻은 정보에 따르면 가나안군대와 아낙군대가 출정할 준비를 거의 마무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옷니엘이 스승인 갈렙 장군에게 보고하고서 허락을 얻어 자신의 별동대 65백명을 이끌고 출병하여 드빌의 동쪽 산지에 진을 친다. 그때가 출애굽 46년 가을이다.

드빌의 성주인 빌랏은 거인용사들을 선봉장으로 세우고 1만명의 군사로 헤브론을 치려고 계획했는데 성문을 나서기도 전에 적을 만난 것이다. 그래서 빌랏 성주는 아낙자손인 용장 거람을 선봉장으로 내세우고 천천히 대군을 이끌고 동문 바깥에 진을 형성한다.

그리고 성주 빌랏이 아낙자손인 거람 장군에게 명령한다; “일대일 대결을 하여 먼저 적의 사기를 꺾어버리라”. 갑자기 드빌성 동쪽 성문 앞에서 거인 거람과 보통사람인 옷니엘 사이의 일대일 대결이 펼쳐진다. 양 진영의 군사들이 눈 호강을 한다. 거인용사 거람의 거력과 맹공을 보통 덩치의 옷니엘이 무공으로 과연 꺾을 수가 있는 것일까?

갈렙 장군이나 가람 장군 같으면 그 무예가 무르익어서 충분히 거인용사를 물리칠 수가 있다. 하지만 갈렙 장군의 문하에서 겨우 16년 정도 무예를 익힌 33세의 옷니엘이 그 정도의 실력을 발휘할 것인가?...

옷니엘의 백부이며 스승인 갈렙은 어떻게 함께 오지 아니한 것일까? 혹시 제자이며 조카인 옷니엘이 패하게 되면 그 뒷감당이 어려운데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평생을 전장에서 살아온 갈렙 장군은 제자들의 실력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는 옷니엘이 충분히 아낙자손들을 물리칠 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없을 때를 미리 대비하고 있다. 이제는 자신의 젊은 제자들이 이스라엘 자손들을 지키고 돌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가장 젊은 제자인 살몬옷니엘이 자립하고 큰 인물로 성장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 시험대가 이번 옷니엘의 드빌성 정벌이다. 그는 잘해낼 수가 있을 것인가?... 그 첫번째 시험이 거인용사 거람과의 일대일 대결이다. 옷니엘이 스승 갈렙에게서 배운 무공을 펼치고자 먼저 특유의 호흡법으로 진기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그 힘을 자신의 장창에 불어넣는다.

그 순간 거인 거람이 창을 휘두르면서 돌진하는 모습이 보인다. 옷니엘이 정석대로 천천히 자신의 장창을 휘두른다. 하지만 내력이 실린 창의 속도가 범인의 눈으로 볼 때에는 굉장히 빠른 것이다.

거람은 자신의 몸의 힘을 창에 함께 실으면서 창과 몸이 하나되어 상대장수에게 돌진한다. 그런데 상대방의 창이 눈깜짝할 사이에 자신의 창의 진로를 막고 만다. 그 순간 이상하다고 거람이 생각한다.

그래서 속으로 중얼거린다; “저 보통장수가 휘두른 장창에서 느껴지는 이 거대한 힘이 과연 무엇인가? 내 창의 진로가 마치 거대한 성벽에 부딪힌 것과 같다. 저 젊은 장수가 혹시 우리 아낙족의 왕족처럼 내공을 연마한 자란 말인가?... ”.  

그렇게 판단한 거람이 조심스럽게 자신이 연마한 내공을 생각하면서 그 힘을 자신의 창에 싣는다. 그리고 다시 창과 몸이 하나가 되어서 공격을 가한다. 옷니엘은 거람이 휘두르고 있는 창의 소리를 예민하게 듣고 있다. 그리고 그 창에 실려 있는 내력이 자신의 공력의 6할 이상이라고 판단한다.

거인 거람만 쓰러뜨리는 것으로 적의 성을 점령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힘을 아껴야만 한다. 그렇게 생각한 옷니엘이 속전속결로 결판을 지으려고 한다. 그는 자신이 가진 힘의 9할을 아낌없이 자신의 장창에 불어넣는다. 그리고 그 창으로 강하고도 빠르게 거람의 창과 신체에 부딪쳐 나간다.

무기가 서로 부딪힐 때 승부는 세가지 요인에 의하여 갈라진다; 첫째, 무기의 강도에 따라서 승부가 난다. 동으로 만든 무기는 철로 만든 무기를 당할 수가 없는 것이다. 둘째, 무예의 수준에 따라서 승부가 갈라진다. 무기를 사용하는 무사의 기술이 뛰어난 자가 약한 자를 이기게 되는 것이다. 셋째, 내공의 수위가 높은 자의 무기가 약한 자의 무기를 잘라버리고 마는 것이다.

거람과 옷니엘은 모두 철제의 창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무기에 있어서는 우열이 없다. 하지만 갈렙에게서 상승무예와 내공을 익힌 옷니엘이 무술과 내력에 있어서는 분명히 한수 위이다. 따라서 옷니엘의 장창이 거람의 창을 동강내고 이어서 번개같이 상대방의 신체를 쪼개고 마는 것이다.

허무하게 선봉장 거인용사가 옷니엘에 의하여 절명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서 드빌성주 빌랏은 후회한다; “거인용사인 거람이 반드시 보통 체격의 적장을 이길 것으로 믿고서 전군을 성밖으로 끌고 나왔으니 이거 큰일이다. 빨리 시간을 벌고 성안으로 들어가서 철통같이 성을 지켜야만 한다”.

그러나 그것은 때늦은 후회이다. 왜냐하면, 적장을 쓰러뜨린 다음에 재빠르게 옷니엘이 자신의 말에 오르면서 별동대에게 명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65백명의 나의 기마대여, 전속력으로 적진을 들이치라. 적장이 죽었으니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성주 빌랏을 살려두지 말라”.

자신들의 대장 옷니엘이 거인용사를 쓰러뜨리는 놀라운 모습을 목격한 별동대 기마병들이 사기가 충천하여 그대로 1만명이나 되는 적들에게 달려든다. 군마 65백이 일시에 적진을 쓸어가는 것이 대단한 광경이다. 그것을 보고서 드빌성주 빌랏이 외친다; “기마대가 먼저 적을 막으라”.

그 말에 따라 적의 기마병 2천명이 죽기를 각오하고 옷니엘의 기마병을 막는다. 그러나 사기면에서나 숫자면에서 상대가 안된다. 한차례의 부딪힘으로 적의 기마대가 와르르 무너지자 별동대의 기마병들이 그대로 적의 보병들에게 말을 달려간다. 창과 칼로써 말위에서 적들을 내리치는데 드빌의 보병들이 그것을 자신들의 방패로 모두 막을 수가 없다.

게다가 군마가 적병을 짓밟고 지나가니 더욱 공포스럽다. 그 결과 우왕좌왕하다가 아낙군사를 포함하여 적병의 태반이 전장에서 희생되고 만다. 그것을 보고서 옷니엘이 천부장들과 함께 드빌성주 빌랏을 노리고 말을 달려간다. 빌랏의 친위병들이 그 앞길을 급히 막아서지만 별로 효력이 없다. 왜냐하면, 옷니엘의 장창이 날아가서 말을 타고 있는 빌랏 성주의 상체에 그대로 박히고 말기 때문이다.

옷니엘이 말에서 굴러 떨어지는 빌랏의 목을 자신의 칼로 벤다. 그 수급을 칼에 꽂은 채 높이 쳐들고서 외친다; “성주 빌랏이 죽었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즉시 항복하라. 항복하면 목숨을 건질 것이다. 만약 계속 저항하면 한 놈도 살지 못할 것이다”.

드빌의 군사들이 성문 쪽을 쳐다보니 벌써 적병들이 길을 막고 있다. 그러므로 살 길은 오직 항복하는 것이다. 그날 포로병사가 4천명이나 된다. 옷니엘이 별동대에 지시하여 포로들을 모조리 무장해제하고 결박한다. 그리고 천천히 드빌성으로 들어간다.

성안의 원주민들이 모두 집안에 숨고 오로지 신료들만이 마중을 나와서 무릎을 꿇는다. 그것을 보고서 옷니엘이 크게 외친다; “나는 너희들을 해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이스라엘을 치기 위하여 군사를 일으키고 있는 성주 빌랏을 치기 위하여 온 것이다. 그러므로 그대로 생업에 종사하라. 그 대신에 내가 임시성주가 되어 너희들을 다스릴 것이다”.

패기가 넘치는 젊은 장군 옷니엘의 호령소리가 드빌성은 물론 그 들판에 쩌렁쩌렁 울리고 있다. 가나안족속들은 그 앞에서 숨을 크게 쉬지를 못하고 그저 복종하기에 급급하다. 그것으로 유다지파와 시므온지파는 가나안 남부지역을 완전히 평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