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갈렙 장군(손진길 작성)

소설 갈렙 장군47(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3. 16. 04:12


소설 갈렙 장군47(작성자; 손진길)

 

드디어 갈렙 장군이 무겁게 입을 연다; “첫째방법은 암살을 전문으로 하는 침투조를 성안으로 들여보내어 적장을 살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몰래 사람을 죽이는 것이므로 사전에 최고지도자인 여호수아의 허락이 필요하지요. 아무래도 정당한 대결의 방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

갈렙 장군이 말꼬리를 흐리고 있자 여호수아가 말한다; “암살은 그다지 보기가 좋지 않습니다. 그러니 두번째 방법을 말씀하시지요?... “. 갈렙이 싱긋 웃으면서 대답한다; “그것은 침투조를 성안으로 들여보내서 곡식창고를 태워버리는 방법입니다. 군량미는 물론이고 성안 주민들의 양식마저 사라지게 되니 적병들이 성밖으로 나와서 전투를 할 수밖에 없게 되지요. 그리고… “.

그 말을 듣자 여호수아가 말한다;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아까운 곡식을 전부 태워버리는 것이니 그다지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군요. 그 곡식을 우리가 전리품으로 얻으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그러니 다른 방법을 말씀하시지요?... “.

갈렙 장군이 대답한다; “역시 최고지도자 동지와 저의 생각이 같은 것 같습니다. 제가 권하고 싶은 것이 세번째의 방법입니다. 그것은 침투조가 야간에 성안으로 몰래 들어가서 성문을 지키고 있는 적병들을 치고서 성문을 활짝 여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자 모두들 고개를 끄떡인다. 그 모습을 보고서 갈렙 장군이 첨언한다; “한밤중에 성안으로 침투한다고 하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천만한 작전입니다. 그러므로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전에 3일 정도 밤낮없이 성을 공격해야 합니다. 그래야 적들이 지쳐서 졸게 되지요. 그 틈에 성안으로 침투해야 합니다”.

모두들 찬성한다. 그러자 갈렙 장군이 결론을 낸다; “제가 100명정도의 침투조를 이끌고 3일째 밤에 잠입하겠습니다. 그러니 엘리사마 사령관은 지금과 같이 베섹성을 공격해주세요. 주야간 계속 3일간 식사할 시간도 주지 말고 공격을 가해야 합니다. 그리고… “.

잠시 말을 끊고 이번에는 갈렙 장군이 시므온지파의 사령관을 향하여 말한다; “느무엘 장군은 휘하 5천명의 군대를 이끌고 3일째 밤에 북문 쪽으로 은밀하게 이동하여 대기해주세요. 북문이 열리면 바로 진입하셔야 합니다. 물론 헤브론의 군사 1만명도 함께 행동할 것입니다”.

그 말을 하면서 갈렙 장군이 자신의 부관인 엘리암 천부장에게 명령한다; “수석천부장인 엘리암1만명의 친위대를 지휘하여 역시 북문으로 이동하여 느무엘 장군과 함께 성안으로 진입하세요. 그리고 먼저 동문으로 가서 엘리사마의 군대가 성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성문을 여세요. 그러면… ”.

갈렙 장군이 일동에게 말한다; “적들은 서문이 아니면 남문을 열고서 일부 탈출할 것입니다. 그러니 엘리사마 사령관은 일부 병력을 미리 양쪽 높은 곳에 매복을 시켜 두세요. 적들이 성문을 빠져나오면 화살공격을 가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적들을 무난히 토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전략이다. 그래서 모두들 갈렙 장군의 의견대로 시행한다. 갈렙은 이번이 가나안전쟁을 끝내는 마지막 전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몸소 침투조 100명을 이끌고 3일째 밤에 베섹성의 북문 옆 성곽을 넘는다; 갈고리와 줄을 이용하여 날렵하게 성곽 위로 올라간다.

이제는 자신의 친위부대의 침투조도 민첩하다. 어느 사이에 100명이 전부 성곽 위로 올라온다. 그때서야 적들이 눈치채고서 달려온다. 갈렙 장군이 앞장서서 적을 해치우면서 북문으로 접근한다. 성문을 지키던 200명의 적군들이 갈렙의 정예병 100명을 당하지 못한다. 특히 갈렙 장군의 칼에 많이 목숨을 잃고 만다.

그 사이에 갈렙의 침투조가 북문을 활짝 열고 있다. 바깥에서 기다리던 15천명의 군사들이 일시에 성안으로 진입한다. 그들이 적들을 쳐부수면서 동문으로 진출하여 성문을 활짝 열고 만다. 그러자 엘리사마의 군사 2만명이 성안으로 밀고 들어온다.

성안에서 항거하던 가나안의 베섹왕 아도니가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그러자 아도니 왕이 결단을 내리고 부하들에게 명령한다; “전군은 베섹성을 버리고 남문을 이용하여 성밖으로 탈출하라. 후일을 도모하자”.

아도니가 자신의 친위군의 도움을 받아 남문으로 먼저 탈출한다. 그러나 그것이 오판이다. 벌써 엘리사마의 군사 5천명이 남문 근처에 매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쏘는 화살에 가나안족속과 브리스족속의 군사들이 전부 쓰러지고 만다. 아도니 왕 역시 화살을 맞고 부상당하고 만다.

그날 밤의 전투로 베섹 성안에서 1만명의 적병이 전사한다. 그리고 남문 쪽에서 5천명의 적병이 죽고 아도니 왕이 포로가 되고 만다. 성안에서 잡은 포로가 무려 15천명이나 된다. 그것을 보고서 여호수아가 다음과 같이 사후조치를 한다;

첫째로, 베섹성의 곡식은 물론 주민들을 전부 성밖으로 끌어내고 그 성을 아예 불태우고 만다. 다시는 그 성을 이용하여 전쟁을 벌이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둘째로, 여호수아가 포로병사 가운데 1만명을 갈렙 장군에게 주고, 5천명을 느무엘 장군에게 준다. 그들이 참전한 공을 그것으로 보상한 것이다. 더구나 북쪽의 적병을 남쪽으로 데려가야 기반이 없어서 그들이 이스라엘에게 복종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로, 아도니 왕의 엄지손가락과 엄지발가락을 잘라서 도망치지 못하게 한 후 여부스 족속이 있는 예루살렘까지 끌고 간다. 이스라엘에게 도전하는 원주민들의 왕은 아도니처럼 될 것이라는 엄숙한 경고이다.

부상을 입고 수레에 갇혀 끌려가면서 가나안족속의 마지막 왕 아도니가 탄식한다; “내가 한때는 가나안의 지배자가 되어 저항하는 부족의 왕들 70명을 사로잡아 나처럼 만들어 불구자로 평생 살게 했는데 이제는 내가 그 보응을 받고 있구나!... ”(1:7).

아도니 왕은 결국 화살을 맞은 상처가 심하여 죽고 만다. 그것으로 더 이상 가나안 땅에서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도전하는 세력이 없다. 그러니 더 이상 유다지파인 갈렙 장군이나 시므온지파인 느무엘 장군이 북쪽으로 출병할 일이 없어진다.

헤브론으로 돌아온 갈렙 장군은 가나안 땅에 전쟁이 없으므로 별로 할 일이 없다. 무장으로 한평생 살아온 자신이 이제는 속절없이 늙어가고 있다. 그렇게 평화로운 23년의 세월이 지나자 북쪽에서 부고가 날아든다. 이스라엘의 최고지도자인 절친 여호수아가 고향 딤낫 세라에서 그만 별세하였다는 것이다.

그 소식을 들은 갈렙이 딤낫 세라를 방문한다. 초상집에서 대제사장 앨르아살을 만난다. 작고한 여호수아와 마찬가지로 갈렙이 당시 110세이다. 그리고 엘르아살이 108세이다. 이스라엘에서는 그들이 최고령자이다.

장례식이 모두 끝나자 그 자리에 참석한 12지파의 장로들이 다음과 같이 결정한다;

첫째로, 가나안 정복전쟁이 끝나자 마자 벌써 요단강 동편에 있는 르우벤 지파의 정예병들이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므낫세 반 지파의 정예병은 애초부터 갈릴리 동편에서 아모리족속의 저항세력을 토벌하도록 되어 있어 요단강을 건너오지 아니했다. 더구나 시므온지파의 정예병은 여호수아의 명령으로 전부 자기 지파로 돌아갔다.

둘째로, 이제 최고지도자인 여호수아가 죽고 그가 지휘하던 8지파와 반 지파의 정예병들인 상비군만이 남아 있다. 그 상비군에 대해서는 시므온지파의 선례에 따라 전부 자기 지파로 돌려보내어 각 지파의 땅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옳다. 이곳 실로나 세겜에 이스라엘의 상비군을 남겨둘 이유가 없다. 더 이상 가나안 땅에서는 대군을 동원하여 전쟁을 벌일 일이 없는 것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모세와 여호수아의 시대처럼 상비군 12군단의 병력을 가지고 아모리족속은 물론 가나안의 원주민들과 전쟁을 벌일 일이 이제는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비군을 없애고 그 병력을 출신지파로 전부 돌려보내서 12개 부족국가의 군대로 적극 활용하고자 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되자 전체 이스라엘 12지파의 연합체가 사라지고 이스라엘 최고지도자의 자리도 없어지고 만다. 하나의 국가 이스라엘을 지탱하고 있던 상비군이 사라지고 나니 가나안 땅과 요단강 동편에서는 12개의 부족국가인 이스라엘 12지파만이 남게 된다.

그 가운데 가장 세력이 큰 지파가 유다이다. 그 유다지파의 원로가 갈렙 장군이다. 그가 이제는 정예병과 예비군 그리고 자신의 친위군을 합하여 7만명 이상의 군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것이 별로 쓸모가 없어 보인다. 평생을 무장으로 살아온 갈렙은 더 이상 전쟁이 없으므로 자신의 할 일이 없는 것이다.

더구나 절친인 여호수아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리고 2년이 지나자 대제사장 엘르아살마저 별세를 한다. 그는 에브라임 지파인 여호수아의 무덤이 있는 딤낫 세라의 남쪽에 그의 무덤을 쓰고 있다. 제사장인 그의 가문이 받은 베냐민 지파의 성읍 가운데 가장 북쪽에 있는 게바 근처의 에브라임 산지이다.

갈렙 장군은 대제사장 엘르아살이 별세하였을 때에도 그 장례식에 참석한다. 엘르아살의 뒤는 그의 아들인 비느하스가 계승한다. 그가 이제는 이스라엘의 대제사장이 되어 백성들의 여호와신앙을 지도하고 제례의식을 집행하게 된다.

112세의 갈렙은 북쪽에 간 김에 세겜에 있는 그 옛날 애굽의 총리였던 요셉의 무덤을 찾아본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각한다; “애굽의 명당에 묻힐 수 있는 애굽의 총리출신인 요셉이다. 그는 어째서 이 척박한 가나안 땅 세겜에 와서 묻혀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의 부친인 야곱은 어째서 헤브론의 막벨라 굴에 가서 조상들과 함께 안장이 되기를 소원한 것일까?”.

노인 갈렙의 생각이 이어진다; “믿음의 선조들인 아브라함 부부, 이삭 부부, 야곱의 부부가 모두 헤브론 막벨라 굴에서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그들은 구원자를 기다려서 함께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서 영생을 누리고자 하는 것이다. 그와 같이 딤낫 세라의 여호수아도 게바의 엘르아살도 소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 “.

거기까지 생각한 갈렙이 결론을 내린다; “어차피 헤브론 막벨라 굴은 만원이다. 그래서 요셉이 세겜에 묻힌 것이다. 그리고 그 남쪽 딤낫 세라에 여호수아가 안장이 되어 있다. 또 그 남쪽 게바에는 엘르아살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평생의 벗인 여호수아의 곁으로 가는 것이 좋겠구나!... “.

8년이 지나자 갈렙이 병석에 눕는다. 그는 아들들을 부른다. 그리고 특히 차남인 엘라에게 말한다; “엘라야, 너는 군대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내가 죽거든 너의 형과 함께 나를 운구하여 북쪽의 딤낫 세라로 가라. 군대로 나를 호송하여 가도록 하라. 그리고 나의 벗 여호수아의 곁에 나를 안장하라. 나는 그와 함께 이제는 가나안 땅이 아니라 천국에 들어가고 싶구나!... “.

갈렙의 유언을 엘라가 앞장서서 시행한다. 그리고 갈렙의 아들과 자손들은 조상인 갈렙 장군의 마지막 소원이 무엇인가를 다음과 같이 깨닫고 있다; “약속의 땅은 가나안이 아니다. 가나안을 정복한 여호수아와 갈렙이 진정 돌아가고 싶어한 고향은 창조주 여호와의 왕국이다. 그곳에 영생의 소망이 있기 때문이다”. (대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