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룡전(작성자; 손진길)

소설 아룡전30(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6. 2. 20:34

소설 아룡전30(작성자; 손진길)

 

1233년에 33세가 된 동갑내기 아룡이 부부가 몽골군의 재침을 예상하면서 자신들의 야별초를 더욱 강하게 훈련시키고 있다. 100명의 부하들 가운데 특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자들이 다음과 같이 더러 있다;

첫째로, 가장 먼저 꼽아야 하는 무사가 도학스님이 가르친 17명의 제자 가운데 그 으뜸이 되고 있는 소도이다. 그의 본명은 임연인데 개인적으로 출세에 대한 야심이 크다. 그리고 사제들에 대하여 영향력이 크고 지도력도 있다. 따라서 사제 16명 가운데 절반인 8명이 그를 무조건 따르고 있다.

아룡은 소도 임연이 자신과 비슷한 나이인데 그가 좋은 머리를 세상적인 처세술과 출세에만 사용하는 것을 보고서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지난 2년간 몽골군과 싸우는데 있어서 전공이 있으므로 그 점을 감안하여 달리 꾸중하지는 아니하고 있다.

그런데 1233년 가을이 되어도 몽골군이 재침하는 기색이 없다. 그러자 하루는 소도 임연이 일부러 아룡이를 찾아와서 말한다; “사형, 저는 강화도에 들어가서 최우 장군을 보필하고 싶습니다. 허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을 듣자 총명한 아룡이 얼른 속으로 판단한다; “소도 임연이 몽골군과 싸우며 고려의 백성들을 살리고 돌보는 것보다 자신의 출세를 위하여 최우 장군의 호위무사가 되고자 하는구나. 이 일을 어떻게 한다... 소도 임연을 통제하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자면 백부장 김준 사형에게 부탁하는 도리밖에 없겠구나!... “.

그래서 아룡이 신중하게 대답한다; “사제는 최우 장군의 저택에서 근무하는 것도 좋겠지... 내가 사형인 백부장 김준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줄 것이니 그것을 가지고 한번 강화도로 들어가 보게나… “.

그 말을 듣자 소도 임연이 한술 더 떠서 말한다; “저 혼자만 강화도로 들어가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파주골 암자에서 온 저의 사제 가운데 절반인 8명이 저와 행동을 같이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사형께서 그 점을 추천장에 반영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음이 벌써 떠난 자를 데리고 있어보아야 전장에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아니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아룡이 미련없이 소도 임연이 원하는 대로 김준에게 보내는 추천장을 써주고 만다. 그것을 받자 다음날 바로 소도가 사제 8명을 데리고 강화도로 들어가고 마는 것이다.

둘째로, 아룡이 직접 키운 제자 가운데 두사람이 아주 출중하다. 그 이름이 정한조이용준이다. 그들의 나이가 사부인 아룡이보다 10살이 적다. 아룡은 무예습득능력이 뛰어나고 학문에도 소질이 있는 수제자 한조용준을 보는 것이 즐겁다.

셋째로, 아룡이 선발한 야별초 가운데 십부장인 명수강철의 무예가 역시 뛰어나다. 그래서 아룡은 야별초의 청년들에 대한 훈련을 주로 명수와 강철에게 맡기고 있다. 그 대신에 아룡이 명수와 강철에게 자신의 절기를 따로 많이 가르쳐주고 있다.

넷째로, 도학스님이 키워낸 제자 가운데 유독 아룡이를 따라는 사제가 둘 있다. 그 이름이 청학도객이다. 두사람은 본래 다른 이름이 있었지만 도학스님이 자신의 법명을 넣어서 새로 지어준 이름을 좋아하여 그것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청학과 도객은 소도 임연과는 생각이 다르다. 그들은 자신의 출세보다는 백성을 돌보고 도를 추구하고자 한다. 그것을 보고서 아룡이 그들을 아끼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절기 뿐만 아니라 자신의 학문도 두 사제에게 물려주고 있다.

청학과 도객은 사형인 아룡의 학문과 도에 대한 깨달음을 보고서 새삼 놀란다. 그래서 끝까지 사형인 아룡이를 따르고자 한다. 그런 입장에서 그들은 자신들을 따르는 6명의 사제들을 단속하여 일체 소도 임연을 따라 강화도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조치하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로, 아룡의 아내인 최사월은 30명의 낭자군 가운데  금애령을 십부장으로 삼고 있다. 사월은 금애령의 무예가 남자인 명수와 강철에 버금가는 것을 보고서 참으로 좋아하고 있다. 그리고 최사월이 금애령을 얼마나 아끼는지 모른다. 마치 자신의 여동생처럼 생각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지난해 곧 123212월 중순에 처인산성에서 승병장 김윤후의 화살을 맞고서 몽골군 사령관 살리타이가 죽고 말았다. 그 때문에 부사령관 탕우타이가 몽골군을 지휘하여 본국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33년 가을까지 몽골군이 고려를 재침하지 아니하고 있다. 그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그래서 아룡이 부부가 하루는 금청각을 찾아가서 사숙인 천수영길을 만난다. 그 자리에는 특별히 아룡이 부부가 댁에 모시고 있는 송혜진이 합석하고 있다. 그녀가 천수와 영길의 이야기를 아룡이 부부에게서 듣더니 한번 만나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에 동행한 것이다.

금청각의 내실에서 천수와 영길이 송혜진을 보자 크게 놀란다. 그 가운데 천수가 먼저 말한다; “백부장 송혜진 누님이 맞습니까? 그 옛날 종진국에서 십대인 저희들을 보살펴 주시던 그 누님이 맞으시지요?... “.

그 말을 듣자 송혜진이 이제는 주름이 진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대답한다; “그래요, 내가 송혜진 백부장이 맞아요. 여기서 두 동생 천수와 영길을 만나다니 꿈만 같군요모두들 건강한 것을 보니 참으로 기뻐요… “.

천수와 영길이 친 누나를 만난 것처럼 기뻐하면서 송혜진의 주름진 손을 만진다. 그리고 영길이 말한다; “저는 야율종진왕의 막내제자로 있을 때에 왕비 야율애령을 지키는 백부장인 송혜진 누님께서 저에게 베풀어준 보살핌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어요. 그런데 제 나이가 벌써 환갑이 넘었어요… “.

그렇게 좋아하는 것을 보니 아룡이 부부는 더 일찍 송혜진을 금청각에 모시고 오지 못한 것이 자신의 불찰인 것만 같다. 그래서 미안한 얼굴로 그 옆을 지키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송혜진이 말한다; “두 동생이 비밀스러운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에 아룡이 부부가 내게 지금까지 말하지 않았는 모양입니다. 그래 중원에서는 어떠한 움직임이 있나요?... “.

아룡이 부부가 알고 싶은 내용을 송혜진이 대신하여 묻고 있다. 그래서 아룡이가 혼자서 빙그레 웃고 있다. 그때 천수의 말이 들려온다; “우리 종진국을 무너뜨린 대금이 이제는 거의 망하고 있습니다. 몽골제국의 대칸인 오골타이가 고려를 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대금의 숨통을 끊기 위하여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

잠시 말을 끊고서 천수가 좌중을 둘러본다. 그 다음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면서 설명한다; “남송이 희한하게도 지금 몽골과 연합하여 대금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제가 보기에는 어리석은 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대금이 무너지면 그 다음에는 남송이 위험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어째서 그들이 그것을 모르고 있는지… “.

그 말을 듣자 아룡이 말한다; “아무래도 오랜 세월 대금과 경쟁하면서 서로 미워하게 되었기에 몽골의 힘을 빌려서라도 대금이 망하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모양이지요. 그렇지만 그 다음순서는 남송이 되는 것이 맞군요. 그런데… “.

이번에는 아룡이 상당히 심각하게 말한다; “똑같은 이치로 그 옛날 종진국의 신하의 입장에서는 원수를 갚기 위하여 대금이 망하는 것을 바라지만 지금 고려의 입장은 그것이 아닙니다. 대금이 완전히 망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몽골의 재침이 있을 것이기에 고려가 참으로 위험하게 되고 마는 것이지요… “.

맞는 말이다. 그래서 최사월과 송혜진 그리고 천수와 영길이 다같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깊은 생각에 빠진다. 이윽고 천수가 말문을 연다; “그렇다면, 몽골군의 재침은 대금이 망한 다음이 되겠군요. 빠르면 내년에 다시 쳐들어올 것으로 전망이 되는 군요… “.

그날 천수가 예상한대로 일이 돌아가고 만다. 1234년에 기어코 몽골제국이 대금을 완전히 정복하게 된다. 그러자 오골타이가 1235년에 남송을 치고자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는 남송과 싸우는 배후를 고려가 공격할지도 모른다고 판단하여 동시에 고려에도 원정군을 보낸다.

고려를 치는 몽골제국의 사령관이 탕우타이이다. 그는 두차례나 살리타이 사령관을 보좌하여 고려와의 전쟁에 참여한 장군이다. 그가 이번에는 5만명이나 되는 몽골군을 이끌고 1235년 윤달 7월에 고려를 침범한다. 그것이 제3차 침입니다.

탕우타이는 고려의 사정에 밝다. 그러므로 그는 남침하면서 고려내의 불만세력을 요령껏 포섭하고 있다. 2의 홍복원과 같은 앞잡이들이 자발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친몽파가 득세하고 있는 것은 강화도로 들어가버린 무신정권이 백성들의 지지를 상실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것을 보고서 최우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 방법이 두가지이다;

하나는, 흩어진 민심을 수습하기 위하여 팔만대장경을 만든다는 것이다. 지난번에 몽골군이 쳐들어왔을 때에 대구 팔공산에 있는 부인사가 불타버렸다. 그곳에 보관하고 있던 고려대장경 1만점이 소실되고 말았다. 그것을 다시 만드는 작업을 시작하고자 한다. 실제로 1236년부터 시작이 되어 15년이 지난 1251년에 8만 대장경을 완성하게 된다.

또 하나는, 야별초 뿐만 아니라 좌별초와 우별초를 내보내어 백성들을 지키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백성들이 몽골군을 물리치게 되면 그 성읍의 지위를 승격시키고 전공을 세운 자에게는 후하게 포상하는 것이다. 그것이 나름대로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런데 탕우타이가 이끌고 들어온 몽골군 5만명을 전부 막기에는 고려의 군사력이 너무나 부족하다. 더구나 탕우타이가 제1차와 제2차 침입 때의 경험을 크게 살려서 만부장 5명에게 군사를 나누어 5갈래로 정벌전쟁을 수행하게 하였기에 전국적으로 그 피해가 엄청나게 발생하고 만다.

사령관인 탕우타이는 한가지만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대칸인 오골타이의 지엄한 명령이다; “우리는 작년에 여진족이 세운 거대한 대금까지 전멸시켰다. 그러므로 조그마한 고려국 따위는 이번에 아예 끝장을 내어버려야 한다. 그렇게 알고 몇 년이 걸려도 좋으니 반드시 완전히 정복하고서 돌아오라”.

따라서 사령관 탕우타이는 반드시 고려를 멸망시켜야 한다. 그래서 그는 5명의 만부장에게 각각 1만명의 병사를 주고 고려의 전지역을 초토화시키라고 명령한 것이다. 그것을 보고서 아룡이가 깊은 생각에 빠진다; “나는 야별초를 이끌고 어디를 지켜야 하는가?... “.

아룡이의 본명은 김재룡이다. 그의 부친의 고향이 경주 월성이다. 따라서 아룡은 야별초를 이끌고 멀리 경주 월성으로 향한다. 35세가 된 아룡이 문득 조상들의 고향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도 이제는 나이를 먹고 있는 것인가?...

그런데 대구를 거쳐서 경주에 도착한 아룡이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몽골군의 기마대가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 폐허만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일신라가 자랑하는 위대한 건축물 황룡사의 구층탑이 완전히 불타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지하의 유적은 남게 되겠지만 지상에 있는 큰 유적은 모조리 불에 타서 없어져버리고 있다. 몽골족이야말로 야만인들이다. 그들은 북방의 초원만 떠도는 약탈민족들이며 제나라 글자도 없는 미개한 자들이다. 유목민들이기에 말을 잘 타고 눈이 밝아서 활을 잘 쏘고 있다.

그 밖에 그들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가? 문명과는 거리가 먼 족속이 중원을 차지하고 있으니 역사의 암흑기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아룡은 문득 사숙인 팽영길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하나 생각난다. 그것은 야율초재에 관한 것이다.

야율초재는 본래 여진족이 아니고 거란족이다. 그러므로 그의 이름은 야율초재가 아니고 아율초재이다. 하지만 그는 여진족이 다스리고 있는 대금에서 높은 관리로 출세하기 위하여 자신의 신분을 여진족으로 꾸미고 이름도 야율초재로 바꾸었다.

그것은 지금 고려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무신정권의 실세인 최우가 자신의 이름을 최이로 바꾼 것이다. 구태여 그렇게 두개의 이름을 사용할 필요가 없는데 그는 어째서 그렇게 한 것일까? 재룡아룡이 된 것과 같은 것인가? 그것은 분명히 아닌 것이다.

어쨌든 야율초재는 무식한 몽골제국이 대금을 거의 먹어 치우게 되자 재빨리 말을 갈아 탄다. 그리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지금과 같은 초원의 방식으로는 문명화된 중원을 다스릴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대금의 황제정치를 배워야 합니다. 수가 많은 문명인 한족을 다스리자면 글자를 배워야 하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것을 제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야율초재가 몽골의 지배자에게 감히 역설한다; “유목으로 얻는 소득보다 정착식 농업으로 얻는 소득이 훨씬 큽니다. 농업을 장려하고 세금을 많이 거두어 재정이 넉넉하게 되면 더 많은 군대를 양성할 수가 있습니다. 그것으로 몽골제국은 전세계를 정복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야율초재는 선견지명을 가진 유능한 인재이다. 그리고 몽골의 대칸에게 꼭 필요한 재상감이다. 그 결과 야율초재는 몽골제국에서 명재상으로 이름을 날리게 된다. 징기스칸 때부터 오골타이 때까지 그가 30년 동안 공헌한 바가 다대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있다; “몽골제국이 대금에서 얻은 가장 좋은 보물이 바로 명재상 야율초재이다”.

그것은 중원에서의 일이고 지금 고려에서는 그것이 아니다. 몽골군이 가는 곳마다 폐허로 변하고 있다. 탕우타이는 얼마나 많은 고려인들을 북송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한 일이 4년간이나 전국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그대로 지속되면 고려가 완전히 멸망을 당할 것이다. 과연 그 다음의 역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