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를 보는 눈

쇠퇴하는 권력과 떠오르는 권력(작성자; 손진길 박사)

손진길 2021. 1. 9. 23:21

쇠퇴하는 권력(falling power) 떠오르는 권력(rising power)

작성자; 손진길 박사(정치학)

작성일; 주후 2021 1 10 주일 새벽

 

인간사회는 역사적으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의 장이다. 패권경쟁에서 승리한 세력은 한동안 떠오르는 권력으로 전성기를 구가하지만 패배한 세력은 몰락의 과정에 접어들고 만다. 점을 현대사를 중심으로 간략하게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1.       미소(美蘇) 간의 경쟁의 결과는 어떠하였는가?

 

주후 20세기 중반 세계 2차대전이 끝나자 미국과 소련의 패권다툼이 시작되었다. 내용은 크게 보아 산업생산력 경쟁과 군비경쟁이다. 산업생산력은 자원과 기술력 그리고 자본력의 경쟁을 말한다.

공산주의이론에 따라 중앙통제 계획경제를 시행하고 있는 소련은 자유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는 미국에게 산업생산력에서 크게 뒤처지게 된다. 결정적인 요인은 이기적인 인간의 속성을 이상론에 치우친 공산주의자들이 애써 외면했기 때문이다.

첨단 핵무기 경쟁에 있어서는 소련이 결코 미국의 열세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정학적인 차이가 승부를 가르고 만다. 소련은 운명적으로 결코 우호적이지 아니한 수많은 서구와 아시아의 여러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반면에 미국은 지리적으로 마치 외딴 섬과 같다. 동에는 바다 대서양이 있고 서로는 넓은 바다 태평양이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북에는 같은 영국 태생인 캐나다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남으로는 결코 미국을 적대할 없는 멕시코가 자리를 잡고 있을 따름이다.

그러므로 소련의 군부는 지리적인 열세를 극복하기 위하여 1960년에 과감하게 그들의 미사일을 같은 공산국가로서 우방인 쿠바에 설치하고자 시도했다. 그러나 당시 젊은 미국 대통령 케네디에 의하여 해상봉쇄를 당하고 만다.

당시 소련의 최고지도자인 후르시초프는 한발 물러서고 만다. 세계 3차대전의 발발을 감당할 역량이 아직 소련에게는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에 소련이 선택한 전략은 대륙간탄도탄의 개발과 우주개발을 통하여 손쉽게 미국을 공격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그러나 우주개발을 먼저 시도한 소련이 그만 1960년대말에 미국에게 뒤처지고 만다. 지구와 가장 인접한 별인 달에 미국의 우주선이 먼저 당도하고 미국의 성조기가 나부끼는 장면이 전세계에 텔레비전으로 방영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군비경쟁에서 과연 소련이 미국에게 뒤처진 것일까? 그것은 양적으로 아닌 것으로 파악이 되고 있다. 대신에 군비경쟁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있는 경제력에서 그만 소련이 회복할 없는 불능상태에 빠지고 만다. 

경제개발의 한계상황에 먼저 직면하게 것이다. 이유는 공산주의 경제개발이론이 마치 모래성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인간이란 이기적인 동물이므로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 받는다 하는 지극히 고상한 사명감에 오래 빠져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결과 집단적인 태업현상이 생산 현지에서 성행하고 만다. 그리고 중앙통제경제의 폐단이 속출한다. 유통과 배급에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많은 식량과 보급품이 도중에 썩고 마는 것이다.

소련연방은 1980년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동구의 위성국가에 대한 원조를 중단하게 된다. 다음에는 변방의 속국에 대한 배급에 차질을 빚고 만다. 소련의 경제가 파탄이 나자 인민들이 제살길을 찾아서 뿔뿔이 민족별로 분리가 되고 마는 것이다. 결과 발생한 것이 새로운 러시아연방과 여러 개의 민족국가들이다.

그렇다면 유일한 패권국이 미국은 1991년에 성립된 러시아연방을 그후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한마디로, 미국의 전략의 기본은 러시아를 그저 먹고살 정도로 도와주는 것이다. 방법이 산유국인 러시아가 석유수출을 통하여 국가경제를 꾸려갈 있도록 국제유가를 높은 수준으로 계속 유지하여 주는 것이다. 그래서 거대한 영토를 가진 러시아연방의 경제규모가 신기하게도 오늘날 한국의 경제력을 약간 웃도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2.       중국의 고도경제성장과 미국의 대응

    1980년대초에 뒤늦게 경제개발을 시작한 중국공산당이 20세기말에 놀라운 기적을  연출한다. 중공은 자유자본주의 요소를 실용주의라는 이름으로 상당부분 받아들인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정치는 공산주의, 경제는 자본주의라는 기묘한 이중구조이다.

미국은 자신들의 세계패권에 중공이 도전하는 모양새가 되자 21세기에 들어서서는 2008 북경올림픽을 분기점으로 하여 중국의 경제성장에 쐐기를 박기 시작한다. 그러나 중국정부가 이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유는 13억이 넘는 중국의 인민을 먹여 살리자면 경제성장이 계속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경제개발의 이익을 크게 향유하고 있는 지역이 주로 동해안의 도시들이기 때문이다. 태평양을 통한 수출주도형 경제개발을 시행하다가 보니 자연히 동부지역이 우선적으로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반면에 내륙과 서부지역은 경제성장에서 크게 뒤지고 있다. 그러므로 중국당국은 이제 일대일로정책 통하여 바다에 이어 대륙으로도 번영의 대로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용이하지가 아니하다. 미국의 견제가 강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경올림픽 당시만 해도 외환보유고가 세계제일이라고 자랑하던 중국이 이제는 차관을 얻어서 인위적으로 경제성장을 계속해야만 하는 곤경에 처하고 있다. 패권국 미국에 의하여 지속적으로 경제제재에 시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군사적인 위협까지 받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중국도 옛날 소련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18세기  황제국가의 위용을 21세기에 되찾게 되는 것일까? 과거 소련에 이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는 공산국가 중국이 핵무기가 약해서 오늘날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역시 과거의 소련처럼 미국의 교묘한 경제적인 경쟁과 압박에 시달려서 서서히 쇠퇴하는 권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3.       북한의 핵무장은 쇠퇴하는 권력게임인가? 아니면 떠오르는 권력게임인가?

북한은 경제규모가 한국과 비교하더라도 도저히 상대가 되지를 아니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들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또한 대륙간탄도탄을 만들어 이제는 감히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한 사태에 직면하여 미국은 북한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고자 하는 것일까? 미국의 선택은 기본적으로 과거 소련을 주저앉히고 최근에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전략의 반복이라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계속 개발하고 대륙간탄도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핵잠수함과 최첨단 스텔스 항공기가 필요하다. 그것으로 미국을 압박하자면 천문학적인 자본이 요구된다. 그런데 현재 북한은 그만한 경제적인 여력이 전혀 없다.

북한의 국가경제가 그동안 핵무력을 완성한다고 빈사지경에 처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이 강력한 경제제재를 계속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북한이 의지하고 있는 공산주의 종주국인 러시아가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 그리고 경제규모가 세계에서 둘째간다고 자랑하던 공산주의 대국 중국은 자기방어와 제살 일이 급급한 형편이다.

그렇게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는 북한이 은근히 이웃나라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미국을 맞상대하는 것은 어렵지만 현재 핵무장을 하지 아니한 미국의 핵우산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일본과 한국에게는 큰소리를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북한이 자력갱생으로 인민들을 먹여 살릴 있을 때의 일이다.  인민들이 계속 굶주리게 되면 김씨 왕조와 평양의 귀족계급들도 이상 체제유지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러한 현실에 직격탄이 되고 있는 것이 작년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발생이다.

북한의 인민들이 그동안 그래도 양식을 구할 있는 방법이 장마당의 역할과 중국으로부터의 물자의 도입이었는데 그것이 전면적인 통제와 금지에 들어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

북한의 엘리트들이 아직 가닥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1970년대에 월맹과 미국과의 타협과 극적인 협상이라는 선례가 하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무자비한 미국의 공습에도 월맹은 끝까지 땅굴에 숨어서 끈질기게 저항을 계속했다. 당시 그들의 경제정책이 자력갱생 바로 그것이었다.

당시 미국내 여론이 좋지가 못했다. 10년간 미국정부가 월맹과 전쟁을 계속했지만 승리를 얻지 못하고 많은 미국의 젊은이들이 희생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결과 미국정부는 중국의 세력이 남하하는 것을 월맹이 막아준다면 훗날 베트남의 경제적인 개발을 도와준다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과감하게 월남에서 떠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인도지나 사태를 분석하고 보면 북한당국의 선택이 장차 무엇이 될지 그림이 엿보이게 된다. 하지만 같은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위하여 과연 중국에 맞대응을 수가 있는 것일까?

옛날 공산대국 소련과 중공 사이에서 주체적으로 자신의 외교노선을 결정하고 김씨 왕조를 보전하고자 했던 전략이 이번에는 어떻게 수정이 것인가? 오래 견지한 그들의 공산주의 체제와 왕조적인 주체사상에 변화가 없다고 하면 새로운 길은 모색이 심히 어려울 것이다.

결론적으로 과감한 노선의 수정이 없다고 하면 북한은 애지중지하는 핵무기를 껴안은 자멸의 길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필자는 그러한 결과가 초래되지 아니하기를 개인적으로 지금도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