룻기 주석

룻기 제4장 주석(요약자; 청지기)

손진길 2023. 7. 30. 00:36

룻기 제4장 주석(요약자; 청지기)

 

세문단으로 구성된 4장은 룻기의 대단원(Conclusion) 해당하는 부분이다 먼저 첫문단인 4:1-12절은 보아스가 자신의 기업 무를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구체적인 적법 절차를 밟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보아스가 기업 무를 자로서 룻의 청혼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그가 먼저 해결해야 문제는 나오미 가족에 대해 자신보다 가까운 친족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보아스는 첫번째 기업 무를 자와 함께 당시 재판정의 역할을 하던 성문에서 성읍의 장로들을 초청하여 문제의 해결을 시도한다.

보아스는 먼저 나오미 가정의 기업 문제를 첫번째 기업 무를 자에게 설명하고 그가 기업 무르는 일을 하겠는지 의향을 묻는다. 처음에 첫번째 기업 무를 자는 자신이 무르겠노라고 선뜻 대답하였지만, 이어 보아스가 그에게 기업을 무를 경우 룻과 결혼하여 죽은 자의 이름으로 기업을 잇도록 해야 한다고 하자 그는 자신의 기업에 손해가 있을 것을 염려하여 권리와 책임을 보아스에 양도하고 만다.

여기서 등장하는 첫번째 기업 무를 자는 타산적인 생각으로 기업 무를 권리와 책임을 포기하지만 악한 인물은 물론 아니다. 1 발단 부분에서 말했듯이 룻기에 전형적인 악인은 등장하지 않는다. 오르바와 마찬가지로 첫번째 기업 무를 자는 하나의 대조적 인물(a foil)로서 주인공의 성격이나 역할을 두드러지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첫번째 기업 무를 자는 처음에 나오미의 기업을 무르겠다고 하였으나, 자신의 책임이 그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룻과 결혼하여 자손을 이어 죽은 자의 이름으로 기업을 이어나가야 하는 책임이 커지자 이를 포기하였다. 그것은 아마도 책임이 자신의 기업에 타격을 만큼 자신이 감당하기에 벅찼기 때문일 가능성이 많다. 첫번째 기업 무를 자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보일 있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보아스는 아무런 계산 없이 손해를 감수하고 자신의 책임을 이행하고자 한다. 이런 대조를 통해 보아스의 비타산적이고 희생적인 행동의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다.

결국 보아스는 기업 무를 자로서의 모든 권리와 책임을 양도받은 성읍의 장로들과 백성들 앞에서 자신이 룻과 결혼할 것과 나오미 가정의 기업 무를 자로서의 모든 책임을 이행하겠다고 선언한다. 참석한 장로들과 백성들은 자신들이 일에 증인이 되었다고 하며 보아스와 룻을 축복한다.

 

다음 4:13-17절은 룻과 보아스가 결혼하여 오뱃을 출생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부분은 히브리어로 71단어로 구성되어 있는데, 역시 히브리어로 71단어로 구성되어 있는 1:1-5 부분과 정확한 대칭(Symmetry) 구조를 보이고 있다. 1:1-5 부분이 남편과 아들의 죽음으로 인한 나오미의 연속적인 불행을 강조하는 비해, 본문단은 룻이 낳은 아들이나오미의 아들’(17) 같이 되어 나오미의 생명의 회복자 노년의 봉양자가 되었음을 보여줌으로써 나오미의 회복과 행복을 강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분은여호와께서 룻으로 잉태케 하시므로 룻이 아들을 낳게 되었다(13) 언급함으로써 룻기 전체에서 하나님의 직접적인 개업을 유일하게 언급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는 일만을 하나님께서 개입하셨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일상(日常) 생활 속에서 발생하였던 모든 일들이 실상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발생했던 일들이었음을 결론적으로 밝히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4: 18-22절은 베레스로부터 다윗까지의 약식 계보를 언급하여 룻이 다윗의 조상이 되었음을 밝히고 있는 부분이다. 부분은 일종의 독립적인 종결 부분 (Epilogue) 으로서 룻기 전체의 내용의 흐름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고 있다. 그러나 실상 부분이야말로 룻기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중요성의 지평을 크게 넓혀 주고 있는 부분이다. 룻기는 자체 내의 스토리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교훈과 감동을 주고 있다. 그러나 종결 부분은 룻기가 단순히 여인의 운명과 관련한 애정 이야기 (love story), 가정의 몰락과 회복을 그린 가정 이야기(family story) 그치는 것이 아님을 말해 주고 있다. 룻에게서 장차 이스라엘의 위대한 다윗이 태어나고, 신약에 이르러 다윗보다 위대한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하게 된다. 가정의 이야기가 이스라엘 나라 전체의 이야기로 확대되고 있으며, 나아가 하나님 나라의 이야기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여기에 언급된 족보가 베레스로부터 시작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필 룻기의 저자는 베레스로부터 다윗의 족보를 언급하고 있을까? 베레스는 유다가 며느리 다말로부터 낳은 자가 아닌가? 다윗왕의 족보에 언급되기에는 결코 자랑스럽지 않은 부분이다. 그러나 다말과 룻과 같은 여인들이 다윗왕, 나아가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에 오르게 되었다는 것은 하나님의 구속 역사의 핵심적인 특성을 보여 주는 것이다. , 하나님의 구속 역사는 인간의 의로움이나 혈통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하나님의 은혜 (Sola Gratia) ’ 의해 이루어지는 역사임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룻기는 작은 여인의 삶을 통해 이스라엘의 다윗과 하나님 나라의 예수 그리스도의 출생을 예비하는 하나님의 구속 역사의 오묘함과 은총의 측면을 보여 주고 있다. 실로 인간의 좁은 이성으로는 하나님의 구속 역사의 오묘함과 은총의 깊이를 측량할 길이 없어 바울 사도 역시 다음과 같이 고백한 것이 아닐까?

깊도다 하나님의 지혜와 지식의 부요함이여 그의 판단은 측량치 못할 것이며 그의 길은 찾지 못할 것이로다"( 1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