룻기 주석

룻기 제2장 옥스포드 주석(요약자; 청지기)

손진길 2023. 7. 28. 06:23

룻기 제2장 옥스포드 주석(요약자; 청지기)

 

룻기는 장별로 발단전개절정결말이라는 소설적 구성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마치 연극에서처럼 장별로 장면의 전환이 비교적 뚜렷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보아스의 추수밭(Harvest Field) 주무대로 전개되는 2장은 룻기의 전개(Development) 부분으로서 문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2:1-7절의 문단은 룻이 추수밭에 가서 이삭 줍기에 나서는 것과 추수밭에서 보아스와 상면하는 것을 다루고 있다. 이어 2:8-16절은 보아스가 룻에게 친절과 호의를 베푸는 내용을, 그리고 2:17-23 절에서는 룻이 나오미에게 돌아와서 보아스와 만났던 일과 그가 베푼 호의에 대해 나오미와 대화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좀더 자세히 보면 2:1-7절의 문단에서 룻은 시어머니 나오미에게 추수밭에 나가 이삭을 주울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룻의 태도는 매사에 시어머니의 의견을 존중하고 순종하는 모습과, 나아가 룻의 시어머니를 향한 지속적 헌신의 자세를 보여 주는 것이다. 사실 어떤 일이든 결단을 내리는 일도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결단에 따라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더욱 어려운 일이다. 룻의 신앙은 주로 시어머니를 향한 그의 순종과 헌신의 태도를 통해서 나타나고 있는 , 시모 나오미를 향한 그의 헌신이 지속적인 것은 룻의 신앙 역시 일시적 충동에 의한 것이 아니라 꾸준한 지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룻이 이렇게 헌신하는 동안 룻과 나오미에게는 새로운 희망의 서광이 비치게 된다. 추수하는 일꾼을 따라 이삭을 줍던 룻은 우연히 보아스의 밭에 이르게 된다(2:3). 본문은 이처럼 룻이 보아스의 밭에 이르게 것을우연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그런데 룻과 보아스와의 만남은 룻기의 내용 전개상 가장 핵심적인 사건이다. 룻기 전편에 흐르는 분위기는 일상사의 배후에 감추어진 하나님의 섭리의 손길인데, 룻과 보아스와의 만남이라는 중요한 사건이 우연히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사실상 이것은 하나님의 펼연을 강조하기 위한 하나의 역설(Paradox) 보아야 한다. 인간의 시각에서 우연적인것과 하나님의 섭리 편에서 필연적인사건을 대조하여 강조하기 위함이다. 룻이 전혀 의식하지 못한 우연히 보아스의 밭에 이르게 되었으나 실상 그것은 룻과 나오미의 삶을 새로운 차원으로 인도하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섬세한 계획과 섭리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처럼 성도의 삶은 겉보기에 우연의 연속으로 보이지만 실상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섭리가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 문단인 2:8-16절에는 보아스가 룻에게 베푼 따뜻한 호의와 친절이 나타나 있다. 보아스는 룻으로 하여금 이삭을 줍기 위해 다른 밭으로 옮겨 다닐 필요 없이 자신의 밭에서 계속 이삭을 주울 있도록 배려하였다. 또한 자신의 하인들이 길어 물을 마실 있도록 하고, 식사 때에 초대하여 먹을 것을 주고, 하인들에게 명하여 일부러 보릿단에서 이삭을 흘려 룻이 주울 있도록 하는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 문단인 2:17-23절은 룻이 밭에서 주운 것과 먹을 음식을 가지고 나오미에게로 돌아와 그날 일어난 일에 대해 대화하는 장면이다. 보아스가 룻에게 베푼 호의와 친절을 들은 나오미는 보아스에게 여호와의 복이 있기를 축원하며, 그가생존한 자와 사망한 자에게 은혜 베풀기를 그치지 않았다 말한다. 이는 보아스의 친절이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나오미의 남편과 아들들이 살아있을 때부터 지속되어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며, 룻과 나오미에게 호의를 베푼 것은 이미 죽은 엘리멜렉과 그의 아들들에게 변함없이 호의를 베푼 것과도 같다는 것을 말해 준다. 한편 여기서 나오미가 룻을 향하여 보아스가 자기 가문 엘리멜렉의 가까운 친족으로서 기업 무를 중의 하나라고 밝히는 것은 문학 기교상 하나의 복선(代線)으로서 룻과 보아스의 관계가 다른 차원으로 발전하게 것임을 암시해 주는 역할을 한다

룻의 시어머니를 위한 지속적인 헌신과 더불어 본장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보아스라고 하는 인물의 경건한 신앙과 성품이다. 2:4절은 보아스가 곡식을 베는 일꾼들과 서로 여호와의 복을 비는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는 보아스의 룻에 대한 친절이 호감을 느끼는 특정인에 대한 일시적 친절이 아니라, 그의 인격과 신앙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태도인 것을 시사해 준다. 추수밭에서 이삭을 줍도록 허락하는 것은 율법이 명하고 있는 규정이었다( 24:19). 그러나 보아스는 가난한 과부인 룻에게 단순히 율법적 명령을 소극적으로 준수하는 차원을 넘어 적극적으로 율법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여기서 우리는 나오미나 룻의 관점에서 아니라, 보아스의 관점에서 역시 중요한 사실을 깨달을 있다. 룻이 결코우연히 보아스의 밭에 이른 것이 아닌 것처럼, 보아스 역시우연히룻을 만난 것이 아닌 것이다

 

 

룻기를 이해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은 룻기를 이중적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룻이라고 하는 아름다운 신앙을 가진 여인의 삶을 여호와께서 어떻게 복을 주시고 보상하시는가 하는 관점에서와, 동시에 룻이라고 하는 작은 여인을 통하여 원대한 하나님의 구속사를 어떻게 섭리해 가시는가 하는 관점에서 보아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구속사의 흐름을 이어가시는 하나님께서는 룻이라고 하는 이방의 아름다운 신앙의 여인 아니라, 사사 시대라는 어두운 시대에도 경건을 지키던 보아스라는 인물을 당신의 섭리 속에 준비하시어 룻과 만나게 하신 것이다. 하나님은 타락한 어둠의 시대 속에서도 어둠에 동화되지 않고 경건의 작은 불빛을 비추는 사람들을 택하시고 구속사의 귀한 도구로 사용하시는 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