룻기 주석

룻기 제3장 주석(요약자; 청지기)

손진길 2023. 7. 28. 18:16

룻기 제3장 주석(요약자; 청지기)

 

이제 룻기의 내용은 룻과 보아스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면서 절정(Climax) 단계로 접어 들고 있다.

문단으로 이루어진 본단락의 첫문단인 3:1-5절에서는 나오미가 룻을 보아스와 결혼시키기 위하여 계획을 세우는 내용 다루고 있다.

두번째 문단인 3:6-15절에서는 룻이 기업 무르는 제도에 호소하여 보아스에게 청혼을 하자 보아스가 수락하는 내용 다루고 있다.

그리고 세번째 문단인 3:16-18절에서는 룻이 시어머니 나오미에게로 돌아와 보아스의 청혼 수락 과정에 대해 상세히 보고하고 있는 내용 다루고 있다.

특히 두번째 문단은 한밤의 타작 마당을 무대로 하고 있는데 남녀 관계의 로맨릭한 요소와 어우러져 소설 특유의 정취를 더해 주고 있다.

이제 이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3:1-5에서의 룻과 보아스와의 관계 발전은 룻을 위하여 안식할 곳을 마련해 주려는 나오미의 계획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임을 있다. 사실 나오미는 남편도 자식도 모두 잃어버리고 며느리 룻과 더불어 살아가는 외로운 처지이다. 그런 나오미는 룻의 행복을 위해 룻을 결혼시키기 위하여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나오미가 룻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있다. 이미 나오미는 모압 땅에서 고향 베들레헴으로 귀향할 며느리들을 향해 땅에 남아 재혼하여 삶을 출발하라고 종용한 바도 있다. 이를 나오미 역시 이타적 사랑(altruistic love) 실천하는 인물로 나타나고 있다. 룻기는 물론 룻을 주인공으로 하는 책이지만 룻의 아름다운 신앙과 사랑은 이처럼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빛을 발하고있다.

이어지는 3:6-15에서 룻은 시어머니 나오미가 명한 것을 그대로 실행한다. 룻은 나오미의 명대로 목욕하고 단장한 , 보아스의 타작 마당으로 숨어 들어가 보아스의 발치 아래에 눕는다. 내용의 전개상 부분은 룻기의 로맨틱한 요소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부분이지만, 한편으로 긴장과 위기의 순간이기도 하다. 여인이 밤에 몰래 타작 마당으로 숨어 들어간다는 것은 오해를 소지가 많으며,더구나 보아스가 룻의 행동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룻은 대단히 처한 입장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룻은 이런 모든 위험과 오해의 가능성들을 무릅쓰고 나오미의 명을 따라 그대로 행한다. 여기서 룻과 나오미가 얼마나 깊은 신뢰와 사랑의 관계로 묶여져 있는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있다.

 

그런데 보아스를 향한 룻의 청혼 방법은 다름아닌 고엘 제도에 근거한 이었다. 고엘 제도는 본래 친족들을 중심으로 혈연 공동체(血緣共同體) 중심으로 사회 생활이 영위되던 때에 공동체 사회를 유지, 운영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정된 제도이다. 혈연 공동체 내에 속한 구성원들이 서로의 재산과 가문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상보(相保) 제도로서의 기능을 수행하였던 것이 바로 고엘 제도였다. 고엘이란구속하다’, 혹은친족으로서 행동하다라고 하는 뜻에서 파생된 말이다. 가까운 친족으로서 행동하는 ' 친척의 억울한 살인을 복수해 주고( 35:19), 친척이 자손 없이 죽으면 계대 결혼을 통하여 혈통을 잇게도 주며( 25:5-10), 나아가 친척이 궁핍하여 자신의 기업을 팔았을 경우 땅을 대신 사서 돌려주는( 25:25) 역할을 하는 가리킨다. 고엘 제도는 이후 이스라엘이 중앙 집권 체제인 왕정국가로 발전하면서 점차 사라져 버리게 되었다.

그러나 제도 자체는 역사적으로 사라져 버렸지만 이것이 구속사의 진리를 계시하는 수단이 되었다는 점에서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고엘 제도는 장차 예수 그리스도께서 감당하실 사역을 예표하는 역할 하고 있다. 차례 강조한 바대로 룻기는 이중적 관점을 가지고 보아야 하는 , 룻기 자체의 내용과 그것이 하나님의 구속 사역에서 어떠한 계시적 기능을 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동시에 보아야 한다. 따라서 룻기에서 나타나는 고엘 제도를 우리는 단지 당대의 풍습으로서만 아니라, 신약의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의 성격을 나타내 주는 하나의 계시 수단으로도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룻과 나오미의 기업 무를 (Kinsman -Redeemer) 등장하는 보아스는 다름아닌 성도들의 영원하고도 진정한 고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하는 인물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해 자원하여 고엘의 역할을 이행하셨다. 자신의 목숨을 버려 우리의 값을 대신 치르시고 죄에 팔려 죽게 우리의 생명을 구속하셨다. 또한 부요한 자로서 우리를 위해 스스로 가난하게 되심으로 궁핍한 상태에 처한 우리를 부요하게 하셨다(고후 8:9). 그리고 우리의 죄로 인해 상실해 버린 기업을 회복하여 썩지 않고 쇠하지 않는 영원한 하늘나라의 기업을 잇게 주셨다(벧전 1 :4). 보아스의 고엘 의무 이행으로 나오미의 피폐한 삶이 회복되고 안식할 없던 이방 여인 룻이 안식과 행복을 누리게 것처럼, 고엘이신 우리 주님의 사역으로 말미암아 성도는 영원한 행복과 축복을 얻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