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무, 짙은 안개8(손진길 소설)
2005년 1월 16일 일요일 오후에 조우제가 자신의 중고자가용 ‘혼다 오딧세이’(Honda Odyssey)를 몰고서 일부러 캘리빌(Kellyville)에 있는 장경옥의 쉐어(share) 하우스에 들리고 있다. 그녀의 이삿짐을 옮기고자 하는 것이다.
장경옥의 이삿짐은 가구류가 전혀 없이 단지 트렁크 2개와 이민용 큰 백이 하나 있을 뿐이다. 하기야 그럴 것이다. 독신으로 한국에서 호주로 온지 2년 남짓이니 많은 짐이 있을 리가 없다.
캘리빌에서 그 북쪽에 있는 조우제의 라우스힐(Rouse Hill) 집까지는 그리 멀지가 아니하다;
따라서 10분만에 두사람이 조우제의 자택에 들어선다. 그 집을 한번 보고서 장경옥이 먼저 탄성을 지르고 있다; “조형, 땅이 너무 넓어요. 집은 오래된 주택을 수리한 것 같고요. 도대체 땅이 어느 정도로 넓은 거예요?... “.
짐을 옮기기 위하여 자동차의 뒷문을 열고 있던 조우제가 선채로 대답한다; “2헥타아르이니 6천평이지요. 이 지역에서는 보통 1헥타아르에 한집이 있는데 이것은 2배 규모예요. 옛날에 목장을 하다가 주인이 여러 개로 쪼개어 판 것이지요. 마침 3베드룸 하우스가 하나 딸려 있기에 제가 재작년에 구입했어요”.
조우제의 설명을 들으면서 장경옥은 속으로 생각한다; ‘조형은 돈을 벌기 위하여 젊은 나이에 한국을 떠나 남반구로 온 청년이다. 아직 10년이 지나지 아니하였는데 알뜰하게 돈을 모아서 이 정도의 큰 땅을 사고 있구나. 확실히 결심이 대단한 사람이야. 겉으로는 유하게 보이지만 그 속은 굉장히 단단한 인물이구나!... ‘.
어느 사이에 조우제가 집안으로 장경옥의 짐을 옮기고 있다. 2개의 트렁크를 한꺼번에 들어서 옮기는 것을 보고서 장경옥이 바퀴가 달린 이민용 큰 백에 든 짐을 끌고서 뒤따른다;
주택 안으로 들어서니 생각보다 넓다. ‘마스터 베드룸’(master bedroom)을 빼고서 두개의 베드룸이 더 있다.
조우제가 장경옥의 짐을 들고 들어선 방은 그 가운데 가장 입구 쪽에 있는 세번째의 베드룸이다. 조우제가 사용하고 있는 마스터 베드룸 곧 안방과는 제법 떨어져 있는 방이다. 그것이 장경옥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고 있다.
짐을 그 방으로 옮기면서 장경옥이 유심히 자신이 사용할 방을 살펴보니 이미 더블 베드와 책상이 갖추어져 있다. 그것을 보고서 장경옥이 조우제에게 묻는다; “이미 베드와 데스크가 준비가 되어 있군요. 언제 준비를 했어요?... “;
그 말에 조우제가 빙긋 웃으면서 대답한다; “전전 주에 내가 장상에게 물어보니 가구류가 전혀 없다고 하기에 지난 주일에 사들인 것이지요. ‘세컨 핸드’(second hand) 가게에서 샀지만 그래도 ‘니어리 뉴 브랜드’(nearly new brand)입니다. 사용하는데 있어서는 전혀 불편함이 없을 거예요… “.
짐을 완전히 방에 들여놓고서 장경옥이 말한다; “조형, 생각보다 방이 넓고 좋습니다. 새 커튼은 언제 준비했어요?... “. 조우제가 기분 좋게 대답한다; “이집을 샀을 때에 전 주인이 집수리도 끝내고 커튼과 카페트도 새것으로 바꾸어 주었어요. 그래서 돈을 좀더 주고 산 집입니다. 아 참, 그리고 목욕탕과 화장실은 맞은편에 별도로 되어 있으니 전용으로 사용하시면 됩니다. 저는 안방에 ‘앙슈트’(ensuite)가 딸려 있어요”;
그 말을 듣고서 장경옥이 실내의 구조를 살펴보니 상당히 쓸모가 있다. 방들이 모두 큰 규모이고 안방에는 드레스룸과 앙슈트도 딸려 있다. 그리고 나머지 베드룸에도 드레스룸이 큼직하게 설치가 되어 있어서 사용하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키친과 식당 그리고 거실이 하나로 오픈식으로 되어 있어 보기에 시원하다.
조우제는 장경옥이 어느 정도 실내 공간을 꼼꼼하게 살피는 것을 보고서 그 사이에 식탁 위에 식사를 차리고 있다. 그가 준비한 것은 스트라스필드(Strathfield)에 있는 한식당에서 일부러 ‘테이크 어웨이’(take away)를 해온 것이다. 순대국 두 그릇을 조우제가 다시 데워서 밥과 함께 차린 것이다;
그것을 보고서 장경옥은 며칠 전에 그가 자신에게 순대국을 좋아하느냐고 묻던 일이 생각난다. 그 준비를 하기 위하여 그가 미리 물어본 모양이다. 그래서 장경옥이 조우제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 말한다; “철두철미하군요. 제가 이집에 이사를 들어온 것이 큰 행사인 모양입니다, 호호호… “.
그 말을 듣자 조우제가 크게 웃으면서 말한다; “하하하, 나는 기분이 좋습니다. 마치 이 집에 여왕을 맞이한 것 같아요. 내가 준비한 것이 장상의 마음에 들기를 바래요. 혹시 불편한 점이 있으면 언제라도 말해주세요. 내가 보완을 할 테니까요… “.
조우제가 식사를 천천히 하면서 말한다; “한가지 미리 말씀을 드려 둘까 해요. 식사를 하고 바깥에 나가보면 아시겠지만 이 집에는 넓은 땅이 포함이 되어 있어요. 따라서 풀을 깎기 위하여 양을 30마리 정도 키우고 있어요. 그리고 전원지역이라 물은 ‘타운워터’(town water)가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보어 워터’(bore water)를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어요. 게다가 빗물도 물탱크에 모아서 사용하고 있지요… “;
그 말을 듣고 장경옥이 관심이 있는지 식사를 끝내자마자 바깥으로 나가서 풀을 뜯고 있는 양들을 관찰한다. 큰 양이 20마리 어린양이 10마리쯤 되는 것 같다. 그것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것을 보니 역시 땅이 넓은 호주인가 보다;
한참 양들을 바라보던 장경옥이 느닷없이 조우제에게 질문한다; “이 정도 넓은 땅이면 말을 키워도 되겠군요. 조형은 승마에는 취미가 없으신가요?... “. 엉뚱한 질문이다. 그러나 조우제는 빙긋 웃으면서 성의껏 대답을 하고자 한다.
그의 설명이 다음과 같다; “승마는 부자들의 취미생활이지요. 사실 승마를 즐기는 시드니사람들은 교외지역에 있는 ‘포니 클럽’(pony club)에 가입이 되어 있어요. 그들 중에는 아예 여기 라우스힐보다 북쪽에 있는 넓은 땅 ‘아난그로버’(Annangrove)나 옆 동네 ‘두랄’(Dural) 북쪽의 ‘켄허스트’(Kenthurst) 등지에 큰 저택을 소유하고서 그곳에서 자신들의 말을 키우고 있지요”;
그 말을 듣자 장경옥이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이어서 질문한다; “그러면, 이 동네에서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 역시 장경옥은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하는 성격인가 보다.
그러한 그녀의 성격을 벌써 알고 있는지라 조우제가 찬찬히 설명을 한다; “시드니는 중부를 흐르고 있는 정비가 잘된 파라마타(Parramatta) 강이 있고;
북쪽에는 범람이 심한 혹스베리(Hawkesbury) 강이 있어요;
그러므로 이곳 사람들은 혹스베리 강 가까이에 살면서 자신들의 보트를 운반하여 ‘보트 램프’(boat ramp)로 가지요. 강을 타고 나가면 바다로 들어서니 그것이 편리한 것입니다. 그 가운데에는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따라서… “;
조우제가 잠시 숨을 쉬면서 장경옥을 쳐다본다. 그녀가 열심히 듣고 있다. 그것이 보기에 좋은 지 그가 빙그레 웃으면서 더 설명을 한다; “여기서 북쪽으로 가면 ‘리치몬드’(Richmond)라고 하는 오래된 타운이 있어요. 그곳은 혹스베리 강이 이웃하고 있기 때문에 유명한 ‘피시 앤 칩스’(fish and chips) 식당이 있어요. 언제 우리 한번 가서 먹어보도록 합시다”;
그 말을 듣자 그제서야 장경옥이 생각이 났는지 조우제에게 묻는다; “참, 조형은 식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한국가게가 이 근처에는 없을 텐데요?... “. 조우제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대답한다; “나는 주일날 요즘은 스트라스필드에 있는 교회에 나가요. 예배를 마치고 그곳 한국가게에 들러 필요한 물건과 식품을 구입해오지요. 그리고… “.
잠시 숨을 쉬고서 조우제가 이어서 설명한다; “여기서는 ‘카슬힐’(Castle Hill) 쇼핑센터와 ‘블랙타운’(Blacktown)의 아시안 가게들이 가까워요. 그래서 때로는 그곳에 들러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고 있지요. 언제 시간이 되면 주일날 내가 안내를 해 드릴께요… “;
그 말을 듣자 장경옥이 말한다; “일요일에 제가 조형을 따라나서게 되면 자연히 교회에 들리게 되겠군요. 저도 한국에 있을 때에는 더러 교회에 나간 적이 있어요. 그러면 조형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그 다음에 쇼핑센터나 아시안 가게에 들리도록 하지요. 그렇게 부탁을 좀 합시다… “.
그 말에 조우제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저도 주일날 장상과 함께 교회에 가는 것이 좋아요. 그러면 다음 주일에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우선은 제가 일주일치 식품을 미리 사다 두었으니 그것으로 함께 식사를 하면 됩니다”.
그 말을 듣자 장경옥이 얼른 묻는다; “참 그러면, 조형은 아침식사와 저녁식사는 어떻게 준비하나요? 매일 요리를 해서 드시는 거예요?... “. 조우제가 얼른 대답한다; “나는 그동안 저녁에 간단하게 식사준비를 하고 다음날까지 그것으로 두 끼를 먹었어요. 식사준비도 간단해요. 주로 야채와 생선 통조림을 이용하여 찌개를 끓이고 밥을 지어 먹었으니까요. 그런데 장상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
그 말에 장경옥이 입을 가리고 웃으면서 말한다; “말을 들어보니 안 보아도 비디오이군요. 저는 조형과 달라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요. 따라서 제대로 재료를 사다가 요리를 하지요. 그러니 앞으로 제가 장을 볼 테니까 재료비만 절반을 대세요. 그러면 제가 맛있는 식사를 대접할 테니까요, 호호호… “.
그 말을 듣자 조우제가 크게 웃으면서 대꾸를 한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내가 재료비 전부를 부담할 용의도 있어요, 하하하… “. 그날 입주한 첫날부터 두 남녀의 웃음소리가 라우스힐 그 집에 울려 퍼지고 있다;
그렇게 입주 첫날부터 웃음꽃이 피는 두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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