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공화국(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15(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6. 18. 14:16

너와 나의 공화국15(손진길 소설)

 

당시 수색에 자리잡고 있는 국방대학원 국제관계학과에서는 군장교들과 더불어 일반직 국가공무원 일부가 안보학 석사과정을 함께 공부하고 있다. 그들은 행정부처와 입법부에서 온 사무관 또는 서기관들이다. 일반직공무원이 그곳에서 석사과정을 군장교들과 같이 공부하고 있는 이유가 대체로 세가지이다;

첫째, 현대전이라고 하는 것이 군인들만으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시가 되면 행정부처나 입법부도 국가안보를 위하여 일익을 담당하여야 한다. 따라서 평시에 중견간부를 국방대학원에 보내어 국가안보이론과 전쟁론을 미리 공부하고 연구하도록 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국가공무원의 보직활용에 있어서 별도정원관리라고 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해외의 대학원이나 국내의 국방대학원에서 2년간 공부할 수 있도록 장기로 파견하는 경우에는 소위 별도정원이 되어 직제상 정원을 유지하면서 승진자리를 마련해야만 하는 인사관리에 있어서 합법적으로 숨통을 틔워주게 된다. 그러므로 행정부처와 입법부의 인사책임자들은 그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현대국가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이라고 하는 것은 단지 국방정책에 국한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의 안보상 위협은 경제적, 사회적 문제와 관련하여 국내외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행정부처와 입법부의 공무원들도 그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다.  

입법관료인 강훈이 1980년대 말엽 그곳에서 군장교들과 2년간 국제관계론 및 안보이론을 공부하고 있는 동안에 두가지 주제에 대하여 학우들과 깊은 토론을 하게 된다. (1) 그 하나가, 1980년대초 자유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 사이에 공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서 소위 국가정책에 있어서의 융합현상에 대한 것이다. (2) 또 하나는, 미소간의 경쟁에 있어서 크게 밀리고 있는 소련의 미래에 관한 것이다.

첫번째 주제에 대해서는 입법부 사무관인 강훈과 행정부 서기관인 김거산이 나름대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그 논지가 다음과 같다;

(1)  1980년이 되자 중공의 지도자 딩샤오핑이 전통적인 중국의 공산주의 폐쇄체제 곧 ()의 장막을 걷어버리고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하여 개방적인 경제개발계획을 단계적으로 실시하기 시작했다. 인접국 공산 베트남도 도이모이정책으로 동일하게 개방적인 경제개발에 나서고 있다;

 

(2)  그것은 정치체제는 공산주의 틀을 유지하지만 경제정책은 과감하게 자본주의의 시장경제라는 장점을 도입하여 시행한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경제적인 자본주의는 더 이상 미국이 리더하고 있는 자유자본주의 진영의 독점물이 아니다.

(3)  더구나 국가복지의 확충이 현대국가에서 언제나 최우선과제가 되고 있다. 국가가 추진하여 얻고 있는 경제성장의 과실이 국민들의 사회복지의 확충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와 같은 사회복지는 이론적으로 따지자면, 사실 사회주의 국가에서 발전된 것이며 나아가서 공산주의국가가 토지를 국유로 하는 명분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4)  하지만 그것이 좌 우익을 불문하고 현대국가에 있어서는 최대의 관심사이다. 그러므로 오늘날은 국제관계에서 공산주의가 좌익이고 자본주의가 우익이라고 단순하게 이념적으로 편을 가르는 것은 실용주의 국가발전의 측면에서 보자면 시대착오적인 것이며 별로 설득력이 없다.

(5)  국제관계의 행위당사자인 현대국가들이 그와 같은 융합의 시대에 벌써 접어들고 있으므로 우리도 종래의 이념적인 좌우익 논쟁이나 지역주의 갈등에 더 이상 국력을 소모하지 말고 이제는 경제적인 국가이익을 도모하는데 있어서 여야가 합심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

두번째의 이슈에 대해서는 육군의 박광서 소령과 해군의 박창용 대위가 그 동안 연구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그 참신한 내용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1)  2차 세계대전을 끝내고 있는 것이 그 당시 미국이 독자적으로 개발에 성공한 핵폭탄이다. 제국주의 일본의 본토에 두개의 핵폭탄이 투하되자 군부지도자들 대부분의 고향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초토화되고 만다. 그것을 보고서 전후에 공산주의 진영의 리더인 소련이 핵폭탄의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2)  그 결과 오늘날 소련이 보유하고 있는 핵폭탄의 수가 미국의 것보다 더 많다고 추정이 되고 있다. 만약 양대 강대국 곧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에 돌입하게 되면 지구의 표면에서 살아남을 인류가 전무하다. 사실 19811월에 미국의 레이건이 처음 대통령직무를 시작하였을 때에는 냉전체제 하에서 미국이 무력으로 소련을 압도하여 공산진영을 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3)  그러나 재선이 되어 1985년초에 다시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게 되었을 때에는 그의 대()소정책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미소의 군비경쟁으로 잘못 냉전이 열전이 되면 인류가 동시에 멸망할 것이므로 그 위험을 제거하기 위하여 미소간에 군비축소를 조기에 합의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4)  그 성과가 19879월에 양국간 중거리 핵무기 2,692기 폐기라는 놀라운 합의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 미국은 군사력이 아니고 경제력으로 공산진영의 리더인 소련을 압도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실제로 미소 양국은 군비경쟁에 이어 우주개발에 엄청난 자본을 투여하고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약한 소련이 휘청거리고 있다.

(5)  만약 그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국제공산주의 소비에트의 원조로 겨우 유지가 되고 있는 동구의 공산주의 국가들이 소련의 지원을 받지 못하여 먼저 재정적으로 파산하게 될 것이다. 그 다음에는 소련내의 여러 민족들이 각자 살 길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종국적으로 소련의 해체라는 대변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와 같은 견해는 1988년말에 있어서는 사실 가상소설의 하나로 이해가 되고 있다. 그렇지만 1980년대가 끝나고 막상 1990년대에 접어들게 되자 박소령과 젊은 박대위의 예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자원대국이라고 온세상에 자랑하고 있는 소련이 재정적자가 누적되어 더 이상 인민들에게 배급을 줄 수가 없는 비참한 지경에 이르고 만다. 따라서 가장 먼저 동구 공산국가에 대한 원조가 끊어지게 된다.

그에 따라 동구의 일부국가에서는 자본주의 경제를 도입하여 살길을 모색하고자 나선다. 아예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탈바꿈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머지 국가들은 중공의 선례를 따르고 있다. 집권 공산당이 경제적으로 개방과 개혁에 나서고 있으며 공산당 간부들이 경제건설을 위한 비지니스에 열심인 것이다.

강훈은 국방대학원에서 2년간 안보학 석사과정을 공부하면서 2가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첫째, 국방대학원의 교수진이 우수하다는 것이다. 둘째, 공부하는 직업군인이 필요하다고 국방부가 서서히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와서 국방대학원에서 군()교수로 신나게 근무하고 있던 해군 대령이 최초로 준장으로 진급하여 별을 달게 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물론 전방과 일선에서 뛰고 있는 장교들이 진급에 있어서 우선이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꾸준히 공부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한 장교도 나름대로 쓸모가 있다고 국방부 인사권자가 판단하고 있다. 그것이 현대과학전과 기술전쟁을 대비하고 있는 군부의 바람직한 변화라고 강훈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국방대학원에는 일찍이 미국에서 국제정치학박사학위를 취득한 은인영 교수가 국제관계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리고 서울대 출신 정준호 교수가 근무하고 있다. 그는 모교 대학원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양국간 안보관계를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은 인물이다;

그리고 연세대 출신 최경락 교수가 근무하고 있다. 그는 일찍이 동경대학에 유학하여 박사과정을 공부했다;

 그는 국방대학원 교수로 일하면서 한일간의 국제관계 특히 일본정치 및 문화에 해박하여 국제관계학생들에게 많은 지식을 전달하고 있다.

강훈은 그들 세 교수로부터 일반적인 국제정치이론과 지역연구에 있어서는 대미관계와 대일관계에 관하여 많은 지식을 얻고 있다. 국방대학원에서 국제관계 석사과정을 공부하였기에 강훈은 1990년대에 서울에서 계속 공부하여 정치학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된다.

공대출신인 그가 그 방면에서 계속 공부하게 될 줄은 당시로서는 몰랐다. 그렇게 사람의 장래 일이란 현재로서는 확실하게 모르는 것인가 보다. 그렇다면 다른 상록회원들에게는 어떠한 미래가 다가오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