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공화국(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14(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6. 17. 02:03

너와 나의 공화국14(손진길 소설)

 

19884월에 시행이 된 제13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강훈의 친척인 숙부 강하삼이 재선에 성공한다. 그는 야당인 통일민주당 소속의원으로서 의정활동에 열심이다. 그런데 여소야대의 국회에서는 야당의원들이 지난 19805월에 발생한 광주사태의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에 따라 국회 내에 광주 민주화 운동 진상 조사  특별위원회가 설치되고 19881118일부터 이듬해 말까지 특별위원회는 청문회를 실시한다. 그 첫번째 청문회 증인이 평화민주당 김대중 총재이고 마지막 증인이 백담사에서 불려온 전두환 전직 대통령이다.

노태우 대통령은 거대한 야당의 힘에 눌려 국회에서 특별위원회가 설치되고 11월에 들어서자 이제는 공개적인 청문회가 열릴 것으로 보이자 얼른 전두환 전직 대통령 부부를 1123일에 강원도 오지 인제에 있는 백담사로 보내고 있다. 그것은 겉으로 보면 유배와 비슷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일단 피하고 보자는 조치인 것이다;

그러한 와중에 청문회의 현장에서는 예리한 질문을 전개하여 정치적으로 명성을 얻게 되는 스타 청문회 의원들이 탄생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시청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청문회 스타로 떠오른 의원이 통일민주당 소속 초선의원 노무현 그리고 평화민주당 소속 초선의원 이해찬이다;

그와 같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하여 노태우 대통령은 여소야대의 정국을 인위적인 방법으로 여대야소로 바꾸기 위하여 필사적이다. 그것이 이른바 국민의 의사에 상관없이 정치적인 합의로 3당 합당을 추진하여 거대한 여당을 만들어낸 이유가 된다.

그에 따라 야당 곧 통일민주당과 신민주공화당의 공천으로 제13대 총선에서 당선이 된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뜻과는 달리 졸지에 여당으로 그 신분이 바뀌어지고 만다. 예를 들면, 통일민주당 후보로 재선에 성공한 강하삼 의원이 19902월에는 거대한 여당으로 새로 탄생한 민주자유당의원으로 그 소속이 변경되고 만 것이다;

 

한편 강훈88서울올림픽이 102일에 그 화려한 막을 내리고 그 다음에 한달 동안에 발생하고 있는 일들을 지켜보면서 깊은 생각에 빠져 있다. 그것은 한국에서 축제는 이제 끝났다. 한국인은 너무 일찍 샴페인을 마셔버렸는지 모른다라고 하는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상한 기사들 때문이다.

그러한 이야기를 미국에서 하고 있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그것은 아무래도 88서울올림픽을 치르고 나면 한국의 경제성장이 끝나고 말 것이라고 하는 일종의 경고로 해석이 된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제성장의 지속여부가 한국민들이 아니라 세계의 패권국이라고 자처하고 있는 미국에서 결정이 된다는 뜻이다.

한국정부와 국민들은 경제건설에 매진하여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서기만 하면 모든 일이 끝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강훈의 생각은 그것이 아니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자유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진영이 대치하고 있는 최전방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양진영이 무력충돌이라도 하게 되면 그 대리전을 한반도에서 다시 치루어야 하는 일종의 세계의 화약고인 셈이다. 그와 같은 지리적인 숙명을 자기도 모르게 한민족이 무겁게 짊어지고 있다. 그리고 미군을 한국에 배치하고 있는 미국은 여전히 한국을 최전선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만약 한국정부가 사전 승인없이 독자적인 군사작전을 전개하여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기라도 하면 미국으로서는 낭패이다. 왜냐하면, 한미간에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으며 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핵전쟁이 가능한 오늘날 과연 유사시에 미국이 제3차대전을 각오하면서 한반도에서 공산진영과의 대결에 직접 나설 것인가? 그 점에 대하여 강훈은 의문이 들고 있다. 왜냐하면, 그러한 상황을 패권국 미국은 절대로 원하지 아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근거는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군에 대한 작전권을 미군이 계속 유엔연합사의 이름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이 공산진영으로부터 핵공격을 받게 된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핵무기로 그에 대항할 것인지는 어디까지나 미국정부의 입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한국이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서 완전한 안전보장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할 수가 없다. 그 이유는 미국의 가장 우선적인 관심사가 멀리 떨어져 있는 한국이 아니라 북미와 하와이에 있는 자신들의 본국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득이한 경우에는 전략적으로 한국을 버릴 수도 있으며 하와이 서쪽에서 불리한 전쟁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군사적인 개입을 회피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은 안보상의 불확실성을 깊이 생각하면서 입법관료인 강훈은 경제문제만 다루어서는 한국의 현재와 미래를 전부 설명하거나 예측할 수가 없다고 하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따라서 자신이 한번 국제경제 뿐만 아니라 국제정치까지 공부하고 연구를 해보고자 결심하고 있다.

그 일을 위하여 강훈은 사무관 이상의 공무원에게 주어지고 있는 하나의 혜택을 활용하여 수색에 있는 국방대학원에 지원하여 1989년초에 입학한다;

 그는 2년간 그곳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하고 연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매달 정기적으로 모이는 상록회에는 꼬박꼬박 참가를 하고 있다.  

국회에 오래 출입을 하던 정치부 이민욱 기자는 노태우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는 청와대를 출입하고 있다. 정치부기자로서는 가장 중요한 곳을 출입하는 셈이다. 그는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1990년에 발생하고 있는 3당 합당의 과정과 그후 발생하고 있는 북방외교의 전개과정을 깊숙하게 취재하기에 여념이 없다;

인권변호사인 조영백은 문민정부가 탄생하자 일거리가 줄어들고 있다. 학생운동이 감소하는 한편 국민들이 조용하게 제6공화국의 민주화 조치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거리가 줄어든 조영백은 아예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서 서초동으로 사무실을 이전하고 있다.

공안검사 나아문의 경우에는 문민정부가 들어서자 두가지의 변화를 느끼고 있다; 하나는, 신군부의 눈치를 보지 아니하고 자유 대한민국의 민주질서를 유지하는 검찰 본연의 직무만을 수행하면 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그동안 보안사나 안기부가 행사하던 일이 상당부분 검찰로 이관이 된 것이다.

따라서 별로 일거리가 줄어든 것이 아니다. 그런데 19902월에 정치적으로 3당 합당이 있고나서 10월에 접어들자 갑자기 노태우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선다;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지고 강력하게 범죄를 뿌리뽑겠다고 하는 것인데 그것이 검찰로서는 상당히 생소하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다. 안전한 거리, 범죄가 근절이 된 생활환경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니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검찰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아니다. 일거리가 엄청나게 많아진 것이다. 따라서 공안검사 나아문이 계속되는 격무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렇게 1990년을 살아가고 있는 상록회원들이다.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한국의 1990년대는 과연 어떻게 계속 전개가 되어 나갈 것인가? 미소간의 경쟁에서 패하여 소련이 국가부도를 맞이하자 연방자체가 분열과 해체의 과정을 밟고 있다;

그러한 특이한 국가의 발생과 소멸의 시기에 한국은 어떠한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이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