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만난 신구약의 인물들(손진길 작성)

52. 룻(작성자; 손진길 목사)

손진길 2022. 3. 25. 00:07

52.

 

(1)BC 1100년경 사사시대에 베들레헴 출신 유다 족속 엘리멜렉이 아내 나오미와 두 아들을 데리고 흉년을 피해서 남동쪽으로 진행하다가 사해 건너 모압 땅에서 살게 되었다(1:1-2). 엘리멜렉이 죽자 과부가 된 나오미는 장성한 두 아들을 그 곳에서 결혼시켰다. 그 때 얻은 며느리 모압 여자가 오르바와 룻이었다(1:3-4). 불행하게도 이민 생활 십 년쯤에 두 아들 마저 죽어 버리고 집안에는 과부가 된 시어머니와 두 며느리만이 남게 되었다(1:5).

 마침 가나안 땅에 풍년이 다시 찾아 왔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 나오미는 두 며느리와 함께 귀국을 서두르게 된다(1:6-7). 그렇지만 이스라엘 땅이 가까와지자 나오미는 하나님의 율법을 다시 기억하게 되고 이방 여인 두 사람을 떼어 놓으려고 한다. 왜냐 하면,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을 떠나는 것도 잘못이지만(11:31) 이방 인과 통혼하거나(7:3-5) 특히 모압이나 암몬 여인을 이스라엘 땅으로 데리고 들어오는 것은 금기사항이었던 것이다(23:3-6).

 나오미가 두 며느리에게 죽은 남편은 잊어버리고 재가하여 잘 살라고 강권하자 첫 째 며느리 오르바는 모압 땅으로 되돌아 갔다(1:8-14). 그러나 룻은 죽을 때까지 과부가 된 늙은 시어머니를 자신이 봉양하고 또한 나오미의 하나님을 자신의 하나님으로 섬기겠다고 자신의 결심을 밝히면서 베들레헴까지 시어머니를 뒤쫓아 갔다(1:16-19).

 

(2)베들레헴 땅에 도착하니 마침 추수철인지라 룻은 이삭줍기에 나섰다(1:22-2:2). 당분간은 호구지책이 될 만했다. 추수철이라 그나마 인심이 후했던 것이다. 특히 나오미의 가까운 친척인 보아스가 동네 유지인지라 도움을 베풀어 주었다. 추수가 끝날 때까지 룻은 그의 밭에서 많은 이삭을 주어서 연명했다. 보아스는 룻이 비록 이방 여인이지만 시어머니를 공경하고 이스라엘의 규례를 잘 지키는 것을 보고서 그 녀를 선대해 주었다(2:8-23). 이삭을 많이 떨어뜨려 주고(2:16-17) 마실 물을 주고(2:9) 식사할 때 떡을 주었으며(2:14) 추수가 끝날 때까지 자신의 밭에서 언제나 이삭을 주울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이다(2:8,21).

 

(3)바야흐로 추수가 끝나가고 있었다. 룻과 나오미는 닥쳐올 겨울과 춘궁기가 걱정되었다. 이 때 룻의 시어머니 나오미가 이스라엘의 율법을 의지하여 살 길을 찾고자 했다(3:1-9).  그 것은 유대 인들의 율법 중 가족법에 명시된 기업무르는 자인 가족과 친족의 권리와 의무조항을 말한다(2:20). 여기서 기업을 무른다 또는 구속한다는 율법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첫 째로, 가족이나 친척이 여자들만 남게 되는 경우 가장인 남자가 없으므로 기업을 소유할 수 없게 된다. 이 때 가까운 친척이 대신하여 가장(家長)이 되어 줌으로써 기업을 계속 보유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이다. 만약 토지가 이미 남의 손에 넘어가 버린 경우에는 이를 기업무를 자가 다시 사들여야 되는 경제적 부담이 생기는 것이다(4:6).

 둘 째로, 빚 값에 종으로 팔려간 가족이나 친척을 구해내는 것이다. 돈을 주고 정당하게 사야하므로 구속 또는 대속이란 값을 대신하여 지불하는 것을 말한다.

 셋 째로, 억울하게 살해당한 경우에는 기업무를 자가 대신하여 복수까지 해 줄 수 있게 되어 있다.

 룻이 시어머니의 의견대로 보아스를 가장이요 남편으로 맞아 들이고 기업무를 자로 삼고자 행동으로 나서자 보아스는 그 뜻을 받아들이고 정당하게 절차를 밟고자 했다(3:8-13).

 

(4)1순위인 친척이 나오미에게 토지를 사주고 그 며느리까지 먹여 살려야만 되는 경제적 부담을 지고자 아니했다(4:1-8). 그래서 제2순위인 보아스가 정당하게 기업무를 자의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게 되었다. 룻을 아내로 맞아 들이고(4:13) 나오미 가족의 본래 땅을 사들였으며 과부인 나오미를 잘 봉양했다(4:9-12).

 그러자 보아스와 룻 사이에 아들 오벳이 태어났다(4:21-22). 오벳의 손자가 다윗이며 여기서 훗 날 다윗 왕조가 창건되고 메시야가 그 줄기에서 이 세상에 나타나게 된다(1:5-16). 그렇다면, 룻과 보아스는 어떻게 이와 같은 큰 역사의 가계를 시작할 수 있게된 것일까?

 첫 째로, 비록 이방 여인이지만 룻의 선택을 하나님 앞에 올바른 것이었다. 시어머니 나오미를 통하여 하나님을 알게 되자 하나님의 백성으로 평생 살고 싶어했다. 하나님의 가르침대로(20:12, 7:10) 과부가 된 늙은 시어머니를 봉양하고자 했다.

 둘 째로, 보아스는 룻의 선택을 기뻐했다(2:10-12). 자신이 그들의 구속자 곧 기업무를 자가 되어 주고자 결심했다(3:13). 자신의 손해와 희생을 감수하면서 그들을 살리고자 한 것이다(4:6). 결국 룻과 보아스의 하나님 사랑, 인간 사랑이 다윗 왕조와 메시야 사상의 근간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