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의 패권(작성자; 손진길 박사)
8. 성경에 나타나는 유럽과 중동의 패권국 헬라제국
오늘날 크리스천들이 읽고 있는 성경은 신구약으로 되어 있다. 구약인 히브리정경이 낱권으로 39권이고 신약이 27권이므로 신구약을 합하면 성경은 66권의 낱권이 하나로 편집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구약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소선지서 말라기가 주전 410년내지 420년경 유다 사회의 선지자였던 말라기의 글이며 신약의 처음인 마태복음이 주후 60년대에 사도 마태가 저술한 예수 그리스도의 일대기이다.
그러므로 주전 410년경부터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시는 무렵 곧 마태복음에 따르면 주전 4년 혹은 누가복음에 따르면 주전 2년 그 이전의 기간에 대한 서술은 성경의 기록에서 제외가 되고 있다(마2:1, 19, 눅3:1, 23). 그와 같이 성경의 기록에서 빠져 있는 시대 약 400년을 흔히 중간기 또는 회색시대라고 말하고 있다;
그 시대의 특징은 한마디로, 다윗왕조 유다왕국이 사라진 시대이며 선지자가 활동하지 아니하던 시대이다. 그리고 오로지 레위인 제사장 집안 마카비 가문이 주전 142년부터 주전 63년경까지 80년간 하스모니안 왕가를 이루어 유다 사회를 다스리고 있던 시대이다.
기타의 기간에 있어서는 나라가 없이 유대인 사회가 외세인 페르시아제국, 헬라제국, 그리고 로마제국에 의하여 차례로 통치가 되고 있다. 그 가운데 주전 330년에 시작이 된 헬라제국의 시대에는 유대 땅을 다스린 주체가 달라지고 있다.
즉, 주전 323년부터 주전 170년까지는 이집트에 근거를 두고 있는 프톨레미 왕조가 유대 땅을 지배했지만 그 이후에는 시리아에 근거를 두고 있는 셀루쿠스 왕조가 가나안 땅을 통치하고 있다;
그러나 주전 142년에는 시리아 세력을 물리친 레위 가문의 하스모니안 왕조가 가나안 땅을 지배하게 된다.
그후 헬라제국의 시리아 셀루쿠스 왕조는 동진하는 로마의 세력을 막지 못하여 주전 129년 로마에 의하여 멸망을 당하게 된다. 그후 로마군대가 주둔하면서 로마가 임명한 시리아총독에 의한 군정이 시리아 땅에서 실시되고 있다. 그것으로 이집트의 프톨레미 왕조를 제외하고 시리아에 있어서는 헬라 시대가 끝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로마제국은 헬라의 철학과 학문 그리고 예술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에 따라 신약성경이 헬라어로 기록되고 있으며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 로마의 실용주의와 더불어 로마제국에서 학문과 사상의 꽃을 피우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헬라제국의 성립에 대하여 개략적으로 다음과 같이 알아보고자 한다;
첫째로, 유럽에서 가장 먼저 문명의 꽃을 피운 지역이 그리스 반도 남부와 도서 지방인데 그것을 소위 ‘에게 문명’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런데 그리스반도 북쪽에 자리잡고 있는 마케도니아가 남부보다 군사력이 더 강력하게 되는 변화가 발생하게 된다. 그 이유는 마케도니아의 왕인 필립2세가 무기체계를 개선하여 강한 군대를 양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립2세는 자신이 만든 신식군대를 가지고 주전 336년에 스파르타를 제외한 모든 그리스지역을 정복한다;
그러나 동토(東土)정벌을 앞둔 시점에 그만 허무하게도 46세에 수하에게 살해를 당하고 만다. 그 뒤를 아들이 잇고 있는데 그가 헬라 제국의 찬란한 시대를 열고 있는 대 영웅 알렉산더 대왕이다;
알렉산더 대왕은 유럽과 중동에 걸친 대제국을 건설하는데 있어서 그의 부왕인 필립2세의 새로운 무기체계의 개발에 크게 힘입고 있다. 참고로 그 점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는 서울대 배철현 교수의 글이 다음과 같다; “마케도니아 군대가 이전 군대와 다른 점은 다양한 무기와 정교함이다. 군인들은 서로 다른 무기를 가지고 싸웠지만 이 무기들이 마케도니아 군대의 승리를 위해 조화롭게 협력하였다. 필립 2세가 서구 전쟁사에서 공헌한 점은 무엇보다도 마케도니아의 장갑보병을 그리스 전통적인 기능과 다르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설명을 더 살펴보자; “그는 고대 그리스의 창을 사용하였지만 그 창 길이를 2.4m에서 4.2m로 늘렸다. 4.2m 창은 너무 길어 한 손으로는 들 수 없다. 마케도니아 군인들은 창을 두 손으로 들었다. 창을 두 손으로 들다 보니 전통적인 그리스 보병이 들던 방패의 기능이 축소되어 작아졌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화살을 막는 용도로만 사용하였다. 이들은 근거리에서 육박전을 치른 것이 아니라 4.2m나 떨어진 거리에서 창을 찔렀기 때문에 청동으로 만든 정강이받이, 가슴받이, 그리고 투구가 불필요했다. 그는 이것들을 청동이 아닌 가죽으로 만들어 대치하였다”;
요컨대, 보병의 보호장비가 경량화 되자 기동성이 좋아지고 있다. 그리고 긴 창을 가지고 밀집대형으로 한꺼번에 적을 공격함으로써 적의 기병과 보병이 먼저 사살이 되고 만다. 그것은 마케도니아의 보병부대가 마치 탱크와 같은 위력을 전장에서 발휘하고 있는 것을 말하고 있다;
따라서 배 교수의 결론이 다음과 같다; “마케도니아 보병들은 우리가 보던 이전의 그리스 보병들이 아니었다. 기원전 2세기 역사가 폴리비우스는 마케도니아 군인들이 필립 2세가 고안한 방식대로 전투에 임했다고 기록한다. 폴리비우스는 기원전 3세기와 2세기 로마군단과 마케도니아인들의 전투를 기록했다. 그는 여기에서 움직이지 않고 한자리에서 싸우는 마케도니아 밀집 대형 군대를 묘사했다. 그는 마케도니아 군인들이 4.2m나 되는 창 10개로 로마 군인 한 사람을 찌르고 있었다고 전한다”.
둘째로, 부왕인 필립2세가 개량해 놓은 신식군대를 가지고 알렉산더가 젊은 나이에 그리스반도를 완전히 통일하고 만다. 그 다음에는 소아시아와 시리아 땅을 얻기 위하여 동쪽으로 진격하게 된다. 당시 막강한 중근동의 패자 페르시아제국이 알렉산더 대왕의 원정군을 막기 위하여 전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전략면에서 열세이다.
그 좋은 사례가 주전 331년 10월초 페르시아제국의 황제 다리우스3세가 가우가멜라 평원(오늘날 이라크 모술 근방)에서 알렉산더의 침략군을 맞이하여 벌인 마지막 전투이다. 당시 페르시아의 군대가 알렉산더의 원정군보다는 수적으로 우세하다. 그러나 진법과 기동성에서 밀리고 만 것이다.
전략의 천재로 불리고 있는 알렉산더 대왕은 쇄기형 사선의 대형으로 적의 본진을 향하여 빠르게 진격한다. 길게 늘어서서 알렉산더의 원정군을 포위하여 한꺼번에 섬멸하려고 했던 다리우스3세의 군대는 그 날카로운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여 그만 본진이 뚫리고 만다;
고대사회의 전쟁에서는 왕이나 황제가 적에게 사로잡히게 되면 그것으로 패하고 만다. 결국 지휘본부가 궤멸이 된 페르시아군대는 가우가멜라 전투에서 패배하고 그것으로 동양의 페르시아제국이 지상에서 사라진다. 요컨대, 주전 331년 10월부터는 중동 땅에서 헬라제국에 의하여 서세동점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알렉산더 대왕은 페르시아제국의 점령에 만족하지 아니하고 있다. 그는 페르시아제국이 그동안 정복하지 못한 동남쪽의 인도 땅을 얻고자 한다. 따라서 주전 327년에 인도침략을 시작한 알렉산더 대왕은 이듬해 인더스 강을 건너 제룸 강으로 진격한다.
그곳에서 파우라반 왕이 지휘하고 있는 3만명의 대군과 코끼리 부대를 섬멸하고 계속 남진한다. 원정군은 첸나브와 라비의 곡창지대를 차지한 다음에 갠지스 강을 향하여 진군하고 있다;
그러나 전투 중에 입은 알렉산더 대왕의 부상이 심하여 갠지스 강을 건너지 못하고 회군을 한다. 알렉산더 대왕은 바벨론으로 돌아가서 치료하였지만 결국 주전 323년에 젊은 나이로 서거하게 된다. 소수설로는 독살설이 있지만 다수설은 열병으로 인한 사망이다;
알렉산더 대왕이 죽고 나자 그가 정복한 헬라의 세계는 크게 보아 4조각이 나고 만다. 가장 먼저 알렉산더 대왕의 권력을 승계하여 섭정으로 나선 자가 최선임 기병대장인 페르디카스이다.
페르디카스는 주전 323년에 장군 프톨레미우스에게 이집트를 맡아서 다스리도록 재빨리 조치한다. 그로 인하여 주전 305년에 프톨레미우스가 이집트 왕이 되어 자신의 왕조를 열게 된다;
나중에 본국인 마케도니아와 그리스를 장악한 자가 카산드로스이고 시리아와 바벨론을 손에 넘은 자가 셀루쿠스이다. 셀루쿠스는 여러 번의 전쟁을 통하여 시리아지역을 확실하게 장악하자 그곳에 자신의 왕조를 열게 된다. 한편, 소아시아는 에우메네스 등 여러 명의 장군들이 분할하여 통치하게 된다.
그 가운데 가나안 땅의 유대인들을 통치한 왕조가 주전 170년경까지는 이집트의 프톨레미우스 왕조이다. 그러나 시리아의 셀루쿠스 왕조가 가나안지역에서 이집트의 군대를 몰아낸 다음에는 시리아의 지배를 받게 된다.
시리아 왕국의 안티오쿠스 에피파네스 왕은 서서히 동진하고 있는 로마의 세력에 효과적으로 대항하기 위하여 내부적으로 결속력을 다지고자 한다. 그 방법이 헬라의 주신인 제우스를 섬기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그러나 유일신 여호와를 섬기고 있는 유대인들이 그 정책에 동조하지 아니하고 있다;
그에 따라 주전 167년에 예루살렘성전 모독사건이 발생하고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레위 제사장인 맛다디아가 용맹한 5아들과 함께 독립운동을 시작한다. 이듬해 제사장 맛다디아가 사망하고 5아들이 반 시리아 전쟁을 계속하지만 주전 142년이 되자 차남 시몬만이 남게 된다. 그때 시리아군이 가나안 땅에서 물러가게 된다;
시몬이 하스모니안 왕가를 세우면서 대제사장을 겸하게 되자 그가 정통성을 지닌 대제사장 사독의 후손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적으로 반발이 발생한다(왕상2:35). 그에 따라 사두개인, 바리새인, 엣세네파가 나타나게 된다.
그렇지만 대외적으로는 헬라의 시대가 주전 129년 시리아의 셀루쿠스 왕조가 로마에 의하여 멸망을 당할 때까지 계속이 된다. 그리고 그리스에서 발생한 헬라의 철학과 학문과 예술이 이집트 프톨레미 왕조가 주전 30년에 로마에 의하여 망할 때까지 계속 발전하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로마제국이 유럽과 중동을 지배하게 되지만 헬라의 학문과 철학과 예술은 그대로 수용하게 된다. 그 이유는 실용성을 존중하는 로마제국의 통치자들이 자신들에게 부족한 학문과 철학과 예술을 헬라의 전통에서 얻는 것을 조금도 꺼려하지 아니했기 때문이다. 그와 같이 합리적이고 포용력이 큰 민족이 로마인들이다.
그 대신에 로마인들은 법을 만들고 군대를 운용하는데 있어서 뛰어나다. 그들은 로마 시민권자를 우대하는 한편 기타 속국의 백성들에 대해서는 만민평등이라는 로마법을 만들어서 공평하게 대우하고 있다. 따라서 실용성을 존중하고 있는 로마제국이 주후 476년까지 오래 지속이 되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헬라제국의 시대는 유대사회에서 선지자가 없던 중간기에 해당하고 있다. 그러므로 헬라제국에 대한 기록은 구약의 역사서와 선지서에서 찾아보기가 쉽지 아니하다. 단지 이사야의 선지서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남아 있다; “11. 내가 동쪽에서 날짐승을 부르며, 먼 나라에서 나의 뜻을 이룰 사람을 부를 것이라. 내가 말하였은즉, 반드시 이룰 것이요, 계획하였은즉 반드시 행하리라. 12. 마음이 완악하여 공의에서 멀리 떠난 너희여, 내게 들으라. 13. 내가 나의 공의를 가깝게 할 것인즉, 그것이 멀지 아니하나니 나의 구원이 지체하지 아니할 것이라. 내가 나의 영광인 이스라엘을 위하여 구원을 시온에 베풀리라”(사46:11-13);
간략하게 풀이를 해보면 다음과 같다; “선지자가 없는 중간기 초반에는 동쪽 메소포타미아의 패권국 페르시아제국이 유다 백성을 다스리겠지만 그 다음에는 먼 곳 대해 건너 서쪽에서 영웅이 나타나서 가나안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역사를 섭리하시는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만민구원과 영생구원을 위하여 공의의 시대를 열어 가실 것이다. 공의의 새 시대를 위하여 유대 땅 예루살렘에서 그리스도가 나타나 하나님의 구원의 복음을 온세상에 선포할 것이다”(사46:11-13의역).
그와 같은 만민구원의 그리스도의 복음이 서방 유럽 세력이 동진하는 그 시대에 이루어진다는 이사야 선지자의 예언이다. 그 예언 그대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선포가 시대적으로는 로마제국 시대에 그리고 문화적으로는 헬라의 철학과 학문이 계속되고 있는 시대에 가나안 땅에서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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