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만난 신구약의 인물들(손진길 작성)

14. 에서의 하나님 발견(작성자; 손진길 목사)

손진길 2022. 3. 4. 14:36

14. 에서의 하나님 발견

 

(1)   에서에게는 쌍둥이 동생이 있었다. 야곱이었다. 그런데 에서는 야곱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에서가 생각하기에 남자로 태어 났으면 우선 사내다와야 했다. 그런데 야곱은 사내다운 구석이 전혀 없었다. 에서가 산과 들을 뛰어 다니며 사냥을 해오고 무예를 닦아 친구들과 솜씨도 겨루어 보고 술 잔을 나누며 서로의 호기를 키워 오는 사이에 야곱은 집안에만 틀어 박혀서 어머니 리브가의 뒤만 졸졸 따라 다니며 맛 있는 것만 얻어 먹으면서 주방 일을 거들고 있는 이상한 백수였던 것이다(25:27). 그러한 야곱이 무엇이 이쁜지 어머니 리브가는 치마 폭으로 동생을 항상 감싸고 있었다. 족장인 아버지 이삭은 에서 자신의 남자 다움과 모험에 찬 사냥 이야기를 좋아 했으며 특히 그가 잡아 온 들짐승과 산짐승으로 요리한 별미를 좋아 했다. 나이가 들면서 치아가 약해졌으므로 기름기 없고 야들야들한 야생 노루나 꿩 고기가 제격이었기 때문이었다. 에서는 노인이 된 아버지 이삭에게 별미를 제공해 드릴 수 있는 사냥에 마냥 재미를 붙이고 있었던 것이다.

(2)   그런데 하루는 동생 야곱이 더욱 이상한 행동을 했다. 하루 종일 산과 들을 헤매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기특하게도 야곱이 자신이 좋아하는 팥죽을 쑤어서 마중을 나온 것이다(25:30). 고마와서 먹으려고 하는데 야곱이 한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형의 장자권을 자신에게 준다는 맹세를 한 다음에 먹으라는 것이었다. 속으로 에서는 웃었다. 형과 아우의 순서는 나면서 부터 정해진 것이며 적서의 차이가 있지 아니하는 한 동생이 형을 젖히고 절대로 장자가 될 수 없는 것이 당시의 관습이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 두 사람만이 있는 자리에서 그와 같은 맹세를 한다고 해서 증인도 없이 무슨 효력이 있다는 말인가? 더구나 아버지 이삭은 에서 자신의 편이지 아니한가? 설혹 야곱이 장자가 된다고 하더라도 무예에 능한 사냥꾼인 자신의 힘 앞에서 어떻게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치에 맞지 아니하는 조건인지라 에서는 기분 좋게 헛 맹세를 해주고 팥죽과 떡을 맛있게 먹었다. 그렇지만 에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그 것은 야곱이 장자권에 한이 맺혀 있으며 장자권에는 영적인 것과 육적인 것 두 가지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세상적인 권리만 생각하고 약속의 아들이 지니는 하나님과의 교제권과 영적인 축복권을 경홀히 여긴 에서의 실수를 성경은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25:34).

(3)   대담한 성격의 에서이지만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했다. 눈 어둡고 귀 어둡게 된 노인 이삭이 자신에게 살며시 죽기 전에 별미를 한 번 얻어 먹고 마음껏 장래 축복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그 축복을 모자가 공모하여 야곱이 가로 채어간 사건이었다(27:1-30). 이 것만은 용서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위험한 사냥터와 이방 족속이 우굴거리는 가나안 땅에서 살아 남고 계속 거부로 번성하자면 하나님의 방백인 부친의 축복 기도만은 필요했던 것이다.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번성시키심이 족장이 될 자신에게 그 만큼 절실했던 것이다. 세상의 부와 권력 그리고 가문의 번영을 위하여 꼭 필요한 이 장래 약속을 동생이 은밀하게 사기를 쳐서 가로채어 가다니!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에서에게는 영적인 축복이나 세상에 큰 복을 전할 수 있는 약속의 아들의 역할 따위는 안중에 없었다. 다만 물질적 풍요와 가문의 번창을 의미하는 세상적 축복만이 간절했던 것이다.

(4)   약삭 빠른 야곱이었다. 맞아 죽을 것을 눈치챘는지 제가 알아서 먼저 줄행랑을 쳐버렸다. 에서는 속이 다 시원했다. 이 때가 에서의 나이 77세였으며 아버지 이삭은 137세의 노인이었다. 이 번 사건으로 어머니 리브가의 입김은 약화되었다. 그래서 뒷 방 늙은이로 내몰고 에서 자신이 노쇠한 아버지 대신 족장일을 도맡아 처리했다. 수백 명의 종복을 거느리고 농사와 목축 그리고 집안을 다스리는 일이 쉽지는 않았으나 재산이 증식되는 것은 재미가 있었다. 나이 마흔 때 부터 얻은 아내들이 큰 힘이 되어 주었다. 부모들은 이방 가나안 인들의 딸이라고 싫어 했지만 그 중에는 온천 발견으로 졸지에 재벌이 된 장인 아나의 딸 오홀리바마도 있었다(26:34,35, 36:1-3,24,25). 그 덕택에 에서는 장인의 재산을 지키는 무사장이 되어 400명의 무사를 이끌면서 세일 땅 에돔 들에서 군림할 수 있었다(32:2, 33:1, 36:6-9). 세일 산 에돔 족속의 조상이 된 에서는 하란 땅에서 거부가 되어 나타난 야곱이 부럽지 아니하였다. 자신은 야곱 보다 더 큰 부와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아니한가? 역시 하나님은 공정했으며 사기꾼 야곱 보다는 장자인 자신의 편이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꺼이 야곱을 용서해주고 180세에 별세하는 아비 이삭의 장례식에도 형제가 나란히 자리했다(35:28,29). 끝까지 세상적인 성공만을 추구한 에서였다. 그 것이 만족되는 한 세상에 부러운 것이 없으며 영생의 하나님, 세상에 전할 큰 복 따위는 야곱에게 아낌없이 주어 버릴 수 있는 사석과도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