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롯의 하나님 발견(작성자; 손진길 목사)

12. 롯의 하나님 발견

 

(1)   족장 데라의 장손인 롯은 백부 아브람을 따라서 가나안 땅으로 떠났다(창12:4). 만약 롯이 하란 땅에 그대로 남아 있었더라면 할아버지 데라의 뒤를 이어 아브람 대신에 족장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차기 족장의 지위를 포기한 아브람 처럼 그의 장조카인 롯 역시 족장이 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그 이유는 하란 땅에 안주하기 보다는 하나님의 명령을 쫓아 끝까지 인생길을 가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아브람과 뜻을 같이 하는 롯이었기에 고난도 함께 받고 축복도 함께 받았다. 아브람이 애굽 땅에서 거부가 되어 출 애굽하자(창13:1,2) 롯도 함께 축복을 받아 소유가 넉넉해졌다(창13:5,6).

(2)   롯의 인생길이 아브람의 인생길과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벧엘 땅에서 였다(창13:3). 가축의 수가 많은 두 사람이 좁은 곳에 함께 거주하고 있었기에 목자들 사이에 목초지를 두고서 다툼이 생긴 것이다. 아브람은 윗사람 답게 장조카인 롯에게 먼저 양보를 했다. 이주해갈 땅을 먼저 지목할 수 있게 된 롯은 이 기회를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도모했다. 동쪽으로 요단 강에 이르는 요단 들 뿐만 아니라 남쪽으로 소금이 풍부함은 물론 대상들이 지나는 유통로가 되고 있어 매우 번성한 곳 사해 남쪽 소알 지역까지를 모두 지목하여 차지해버린 것이다. 아브람은 울며 겨자 먹기로 황량한 곳 아이를 포함하는 미개한 서쪽 지역 가나안 땅에 그냥 남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창13:9-12).

(3)   그런데 롯이 새로 거주하게 된 소알 지역에는 소돔과 고모라 그리고 아드마와 스보임(호11:8, 신29:23, 창10:19) 등의 성읍이 있었는데 그 곳 사람들은 황금 만능 주의와 퇴폐 향락 문화에 젖어 있었다. 악하며 하나님 앞에 큰 죄인으로 살아 가고 있었기에(창13:13) 하나님은 그들을 멸망시키고자 작심하셨다(창18:17-23). 멸망에 대한 처음 징조는 전쟁을 통해서 나타났다. 북방 네 왕국의 연합 군대가 가나안 전역과 사해 지역을 휩쓴 것이다(창14:1-10). 소돔과 고모라의 모든 재물과 양식이 침탈 당하고 백성들은 사로잡혀 갔는데 그 때 롯의 가족도 포로가 되었다(창14:12). 다행스럽게도 하나님의 처음 징조는 아브라함을 동원하여 그들을 구해 주는 하나의 교훈으로 마무리되고 있었다(창14:16). 이 전쟁이 불 심판의 전주곡임을 살렘 왕 멜기세덱의 등장에서 엿 볼 수 있다(창14:18-20). 마치 종말에 평화의 왕 예수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보내신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시110:4-7, 히7:1-3).

(4)   롯은 자신의 선택이 잘못 되었음을 이 때 뉘우치지 아니하였다. 백부 아브라함의 엄청난 은혜를 입었음에도 이에 대한 보답이 없었다. 그대로 소알 지역에 남아 살면서 부의 축적과 가문의 번성만을 추구했다. 그와 같은 롯을 아브라함은 염려했다. 그래서 소돔과 고모라 등의 성읍을 멸망시키고자 행차하시는 하나님의 옷자락을 붙잡고서 통사정을 했다. “ 의인 열 명만 확인하셔도 불심판을 거두어 주십시오”(창18:32). 그런데 그 넓은 소알 지역에 의인 열 명이 없었던 것이다. 불심판 직전에 롯의 직계 가족만 구원을 받았다. 그렇지만 황금과 재산이 불타는 것을 아까와 하던 아내는 그만 소금 기둥이 되고 말았다(창19:26). 또한 가문과 혈통만을 신앙처럼 생각하던 두 딸은 몰래 아비의 핏줄을 받아 동쪽으로 멀리 떠나 버렸다(창19:30-38). 롯이 아브라함의 하나님 대신에 선택한 자신의 하나님은 부와 가문의 번성만을 베푸는 우상이었다. 일찌기 아브라함과 동행하여 하나님의 축복을 나누어 누리던 롯이 세상적 이익에 눈이 멀고 자신도 축복받은 의인이라는 자만심에 가득차 세상적 성공과 혈통만을 챙기다가 드디어 모든 것을 잃어 버리고 부끄러운 이름만을 성경에 남기며 오늘 날도 벌거벗은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서 있는 것이다(창3:6,7, 19:33,35, 요1:12,13, 삼상3:2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