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의 패권
3. 한때 대동아공영권을 형성했던 제국주의 일본의 패권에 대하여(작성자; 손진길 정치학박사)
일본의 쇼군(일본 무신시대의 실세인 장군을 말함)이 오랜 세월 만세일계로 이어온 일본 천황의 가문을 배제하고 스스로 통치기구 막부(일본어 발음으로는 바쿠우임)를 설치하여 일본 열도를 통치한 세월이 역사적으로 중세인 16세기부터 근세인 19세기에 이르고 있다;
역사적으로 일본에서는 19세기 중반까지 무신정권이 견고하기 이를 데가 없다. 왜냐하면 전국적으로 사무라이 계급이 5만명 이상 존재하고 있는데(최소한 200석지기의 소출에 해당하는 녹봉을 받아야 정식 사무라이로 볼 수가 있기에 그러한 추산이 가능함) 그들에게는 반항하는 평민에 대하여 현장에서 즉시 참살할 수 있는 무서운 권한이 부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일본백성들은 사무라이 앞에서 무조건 복종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것이 살아남는 방법이기에 그들은 오랜 세월 자신들의 내심을 숨기면서 이중적인 얼굴을 가지고 살아오고 있다. 그것이 일본문화의 중요한 특징인 이른바 ‘혼네’(本音, 속마음)와 ‘다떼마에’(たてまえ: 建て前, 겉마음)이다;
그와 같은 일본의 확고한 통치체제가 19세기 중반에 외생적인 요인에 의하여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산업혁명에 성공한 구미의 강국들이 동양으로 밀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구미지역 산업선진국에서는 공장제 생산이 이루어져 팔아야 할 상품이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소비할 시장은 한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19세기에 들어서자 구미의 산업선진국들이 새로운 시장을 찾아 아시아까지 들어온 것이다. 그런데 그와 같은 국제적인 변화에 쇼군의 막부가 제대로 대응하지를 못하고 있다. 오랜 세월 쇄국정책을 실시하여 우물안의 개구리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일본 열도에는 260개의 지방세력인 ‘번’(藩, 일본발음은 ‘항’임)이 존재하고 있는데 그 수장이 다이묘(大名)이다. 역사적으로 쇼군은 자신이 신임하는 가신을 가까운 지역에 다이묘로 임명하였으며 그러하지 못한 다이묘들을 먼 지역에 배치하고 있다. 그리고 지방의 수령인 다이묘들에 대하여 비밀 감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지방세력의 반란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하여 다이묘의 가족들을 전부 인질로 삼아 수도인 에도에 살도록 제도화하고 있으며 다이묘에 대해서도 평균적으로 2년간 지방에서 살고 그 다음 1년은 에도에 들어와서 살도록 조치하고 있다. 그것이 소위 ‘참근교대제’(參勤交代制, 일본어로는 산낀교오따이세이, サンギンギョオタイセイ)이다;
게다가 비밀첩보원에 해당하는 닌자를 지방으로 보내어 다이묘의 일거수일투족을 은밀하게 감시하고 있다. 영지에서 양곡을 많이 거두어 사병을 대대적으로 양성하고 있지는 아니한 지 그리고 호화 사치생활을 누리고 있지는 아니한 지 일일이 점검하고 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사찰의 내용이 외국과 비밀리에 접촉하여 세력을 키우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그에 따라 선진산업국인 구미제국과 접촉하는 경우에는 자기도 모르게 살해를 당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인 에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서남쪽의 영지에서 하급 사무라이들이 비밀리에 구미지역으로 유학을 떠나고 있다;
그들이 배워온 신식학문과 군사지식이 실로 대단하다. 따라서 4개의 서남번 곧 죠슈, 샤쯔마, 도사, 히젠의 다이묘들이 그 영향으로 부번강병책(富藩强兵策)을 은밀하게 실시하기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쇼군의 막부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서기 1860년대에 지방의 다이묘들을 에도에 초청하여 서세동점(西勢東占)에 대한 타개책을 협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드디어 서기 1868년에 죠슈와 샤쯔마 등 4개의 서남번의 무사들이 군대를 동원하여 에도의 막부를 치고 쇼군을 처리하고 만다. 그리고 유명무실하게 방치되어 있는 천황을 옹립하여 국가의 원수로 삼는다;
자신들은 명치원로가 되어 그때부터 정국을 주도하면서 일본 열도의 근대화에 총력을 기울이게 된다. 그것이 이름하여 일본의 ‘명치유신’(明治維新)이다.
명치원로들은 구미에서 자본과 기술을 들여와서 산업근대화에 성공하고 있다. 그 기간이 참으로 짧다. 20년만에 자본주의 국가로 탈바꿈을 하고 동양에서는 유일하게 산업선진국이 되고 있다. 어째서 그렇게 일본의 산업선진화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차제에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로, 가장 큰 요인은 ‘참근교대제’ 때문이다. 260개에 달하고 있는 지방의 영지에서 다이묘들이 매년 수도인 에도에 살고 있는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하여 많은 양곡 및 지방의 생산물을 수도로 보내야만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다이묘 자신도 평균적으로 3년에 한해는 에도에 머물러야 한다. 그러므로 생활에 필요한 물자가 보통 많은 것이 아니다. 그것을 지방에서 수도인 에도로 운반하기 위하여 처음에는 마치 조공품을 보내듯이 엄청난 수고를 했다.
둘째로, 그 일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상인계급이 탄생하고 있다. 그들이 이름하여 일본의 ‘죠닝’이다.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추고 있는 죠닝들이 물자를 쉽게 수송하기 위하여 신작로를 건설하여 도로망을 구축한다;
그리고 다이묘에게는 ‘환’을 발급한다. 그것으로 에도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상인들인 죠닝이 유통마진으로 엄청난 돈을 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상위계급으로 신분상승을 할 수가 없다. 무신정권은 죠닝이 돈으로 사무라이가 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죠닝은 오랜 세월 사치와 향락 그리고 일본의 독특한 ‘게이샤’ 문화에 빠져서 퇴폐적으로 살았다.
셋째로, 세월이 지나자 죠닝들은 사무라이도(道)와 다른 죠닝도(道)를 발전시켰다. 그것은 최고의 상품을 만드는 장인을 ‘명인’으로 존경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일촌일품운동’(一村一品運動)을 전개하여 자신들이 취급하는 상품을 최고수준으로 만들고 있다.
그와 같은 일본의 특징이 바로 자본주의 발전의 토대가 된 것이다. 일본은 정치제도적으로 말하자면 서구의 중세기 봉건제도가 근세에 이르기까지 그대로 보전이 되어 있는 특이한 국가이다.
정치문화적으로는 사무라이 계급이 오래 평민들을 칼로 지배하여 온 엄격한 상명하복의 사회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국적인 신작로라는 도로망, 지방과 중앙을 연결하는 신속한 물자의 유통체계, 환을 사용하는 근대적인 결재수단, 고급상품을 만들 수 있는 장인정신 등이 이미 골고루 갖추어 있는 것이다.
흔히 동양문화의 진수는 중국과 조선 그리고 일본의 순서로 보존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 뜻은 동양의 문화에 있어서 일본이 가장 변방이며 그 수준이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미의 자본주의의 도입과 발전은 그 반대이다. 동양의 변방인 일본에서 화려하게 가장 먼저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명치원로들이 한가지 큰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그것은 일본 열도의 산업근대화에 성공하여 시장에 팔아야 하는 물건은 산더미가 되고 있는데 그것을 팔 수 있는 해외시장이 없는 것이다. 이제 시장을 개척하지 아니하면 구미의 차관을 갚지 못하여 국가가 파산할 지경이다;
그에 따라 19세기 말에 일본은 식민지를 개척하기 위하여 조선으로 들어가고 20세기에는 만주로 들어가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조선의 종주국 행세를 하고 있는 청나라와 전쟁을 치르고 또한 부동항을 찾아서 남하하고 있는 러시아와도 전쟁을 치르게 된다;
그렇지만 동양에 존재하고 있는 강국들이 결코 산업선진화가 가장 빠른 일본의 적수가 되지를 못한다. 그 대신에 일본내에서 사회주의 운동이 발생하고 있다. 그 이유는 1917년에 프롤레타리아 혁명에 성공한 소련이 국제적인 고립을 모면하고자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전세계에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지식인들이 천황을 등에 업고 독재정치를 계속하고 있는 명치원로들과 그들의 후계자들에게 반기를 들고 있다. ‘쌀파동’을 계기로 하여 데모를 일으켜서 사회불안을 조성하고 산업현장에서 대대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벌이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군부에서 들고 일어난다. 그 결과 일본은 군국주의 국가로 변하고 만다;
이제는 총과 칼로써 무자비하게 국내의 반발세력을 제압하고 해외에서는 식민지를 개척하고자 대규모 군대를 동원하게 된다. 그 결과 1930년대에 만주를 점령하고 1940년대 초엽에 벌써 중국의 동해안 지역을 거의 점령하게 된다;
그와 같은 일본제국주의의 발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강대국이 바로 미국이다. 그 이유는 1905년에 일본과 비밀리에 맺은 소위 ‘태프트 카쓰라 조약’의 정신을 일본제국이 어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 조약은 겉으로 보면, 일본이 식민지로 조선을 가지고 미국이 필리핀을 식민지로 가지는 것을 서로 양해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내부에 숨어 있는 미국의 의도는 그 정도가 아니다. 일본이 얻을 수 있는 식민지는 조선반도에 불과하다는 것이 세계 제1의 산업생산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생각인 것이다.
그런데 일본제국이 그와 같은 미국의 의도를 전혀 알지 못하고 강력한 군국주의를 실시하면서 대규모 군대를 보내어 만주를 차지하고 이어서 중국본토로 밀고 들어가서 동해안에 있는 주요 도시들을 점령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 무렵 유럽에서는 세계 제2차대전이 발생하여 서구의 열강들이 일본의 중국진출을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도 유럽전쟁에 개입하고 있는 상황이라 1941년까지는 일본과 직접적인 무력충돌을 벌이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은 어떤 모양이든지 일제의 중국점령만은 막아야 한다. 따라서 궁여지책으로 일제가 전쟁을 위하여 중동에서 많은 석유를 사서 인도양과 태평양으로 수송하는 해상 수송로를 차단하고자 한다;
일제는 죠슈의 장성들이 지휘관이 되어 있는 육군이 중국의 완전점령을 위하여 열을 올리고 있는데 갑자기 미국이 원유의 해상수송로를 봉쇄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또다른 명치유신의 주역인 샤쯔마의 장성들이 해전을 벌이려고 마음을 먹고 있다. 샤쯔마 출신들이 일본해군의 주도세력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1941년 12월에 일제의 군부가 비밀작전 ‘도라 도라’를 감행하여 불시에 하와이에 정박하고 있는 미국의 태평양사령부 소속 함정들을 대거 파괴하고 만다. 그 작전의 성공으로 일제는 적어도 2년간 미국의 해군의 전력이 회복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적당한 선에서 미국과의 외교적인 합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미국의 국력에 대한 오판이다. 미국은 강력한 항공모함을 여러 척 보유하고 있는데 그것들이 당시 다른 바다에 항해 중에 있었기에 전부 무사한 것이다. 따라서 몇 달 후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국이 항공모함을 동원하여 일본의 해군을 이기고 있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1942년에 소련이 독일의 나치군을 쫓아 동부전선을 통하여 유럽으로 밀고 들어오고 있다. 그 결과 유럽전선에서 다소 여유가 생긴 미국은 이제 일제가 동아시아를 제패하고 소위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을 건설하고자 하는 계획을 무산시키기 위하여 총력전을 펴기 시작한다;
공군력과 해군력에서 전반적으로 미군에게 밀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제국주의 군대는 이미 점령하고 있는 동아시아의 식민지를 사수하고자 필사적이다. 그래서 동원하고 있는 전술이 자살특공대의 시초가 되는 ‘가미가제’ 전술이고 또한 최후의 일인까지 섬을 사수하는 ‘옥쇄작전’이다.
그 결과 막강한 미국이 해군과 해병대를 대규모로 동원하여 필리핀까지 점령하는데 3년이나 걸리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 열도의 점령문제이다. 일제의 지도자들은 천황을 신으로 숭상하면서 천황에게 충성하기 위하여 모든 신민들은 죽창을 들고 나가서 해변으로 상륙하는 미군들을 전부 도륙하라고 말하면서 소위 ‘죽창훈련’까지 시키고 있다;
당시 일본제국의 인구가 1억명 정도이다. 그들을 제압하자면 미군의 수는 적어도 백만명은 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도 엄청난 희생을 감수해야 일본 열도의 점령이 가능하다. 그러한 판단이 서자 미국의 지도자들은 최소의 희생으로 일제를 무조건 항복하게 만들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기에 이르고 있다.
그 방법이 두가지이다; 하나는, 북방의 곰 소련으로 하여금 부동항을 얻기 위하여 남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만주와 한반도로 남진하라고 하면 그 땅을 얻고자 분명히 남침을 시도할 것이다. 그것이 일제의 사기를 대륙에서부터 꺾는 방법이다. 또 하나가, 미국이 최근에 비밀리에 개발한 신무기 핵폭탄을 일본의 병참도시에 투하하는 것이다;
미국이 원자탄을 일본에 1945년 8월 6일과 8일에 투하하자 그것을 보고서 소련의 군대가 8월 9일에 남진을 시작하고 있다. 일제는 원폭투하의 피해가 엄청 나자 더 견디지를 못하고 마침내 8월 15일에 천황이 무조건 항복한다는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그것으로 일본제국주의는 사라지고 그들이 지배하고 있던 대동아공영권은 소리도 없이 역사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만다. 그렇지만 일본이 재무장을 하는 날 그들이 꾸는 꿈은 또다시 ‘대동아공영권’ 그것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100여년 전에 조선을 식민지로 삼아 병합을 하였듯이 다시 한번 한반도를 자신들의 식민지로 지배하려고 나설 것이다. 그와 같은 꿈을 21세기에 시대착오적으로 다시 꾸고 있는 자들이 이른바 현대판 정한론자들이다.
그들의 헛된 망상을 현실적으로 허물어뜨려야 하는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첫째는, 가까운 이웃이기에 역사적인 희생양이 된 적이 있는 한민족이다. 둘째는, 만주와 동부지역을 일제에게 점령 당한 경험이 있는 중국이다. 셋째는, 일제와의 전쟁에서 유일하게 승리를 얻은 미국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그와 같은 일제의 유령과 망상을 효과적으로 말살할 수 있는 길은 그 옛날 일제의 최대 피해자였던 한민족의 국력이 일본을 능가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국력을 키우는데 한민족이 대동단결해야 한다;
그것 만이 그 옛날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아니하고 후손들에게 떳떳한 역사를 물려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대통령선거를 며칠 앞둔 오늘 아무쪼록 그와 같은 결단이 동족들에게 있기를 소망하면서 이 글을 적어본다. 살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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