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강해(작성자; 손진길 목사)

창세기 강해 제201강(창36:40-43)(작성자; 손진길 목사)

손진길 2021. 12. 30. 02:42

창세기 강해 제201(36:40-43)

작성자; 손진길 목사(갈릴리한인교회 담임)

작성일; 주후 2014219()

 

모세가 에서에게서 비롯된 에돔 족장들의 이름을 다시 한번 나열함으로써(36:40-43) 출애굽기 이전 에돔 땅의 기록을 모두 마치고 있는데 그렇게 에돔 족장의 이름을 재차 기록하면서 제36장을 마감하고 있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에서의 장자인 엘리바스와 차자인 르우엘이 서로 손을 잡고 휘하의 용맹한 자손들과 가병들을 동원하여 삽시간에 세일 산의 원주민인 호리 족속을 복속시켰다고 한다면 그 다음 수순이 무엇일까요? 정복자는 소수이며 피정복민인 호리 족속은 그 수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들을 모두 죽일 수도 없지마는 또한 죽여서는 아니 됩니다. 그 이유는 세일 산과 그 주변지역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부족들이 즐비하기 때문입니다. 그들로부터 세일 산과 그 주변의 땅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에서의 집안과 원주민인 호리 족속들이 대동단결을 해야만 합니다. 이미 전쟁을 치르고 원한의 골이 깊어졌는데 어떻게 하면 빨리 상처를 치료하고 평화스럽게 하나의 민족을 이룰 수가 있을까요? 엘리바스가 고심 끝에 그 정답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그것은 새로운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하면서 피정복민의 족장들을 핵심부에 참여시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고대사회의 역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지도체제가 엘리바스에 의해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모세는 그와 같은 큰 원탁 형 거국적 족장회의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 역시 제사장나라를 독재형이 아니라 12지파의 대동단결을 도모할 수 있는 원탁 형 집단지도체제로 꾸려나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와 같은 모세의 의도가 돋보이고 있는 대목이 바로 제36장 말미의 기록입니다. 이름하여 에서에게서 비롯이 되고 있는 에돔 족장 11명의 이름들입니다(36:40-43). 그 명단이 기존 에서 자손들 가운데 족장의 반열에 오른 자와 다르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단서를 붙이고 있습니다; “그 종족과 거처와 이름을 따라 나누면 이러하니”(36:40a). 그 말은 대 족장 엘리바스가 외적에게 침략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기 위하여 대승적인 입장에서 정복민과 피정복민을 통틀어서 하나의 민족을 재구성하기 위한 체제를 정비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각 세력간에 족장을 안배하고서 초당적인 집단지도체제를 형성했다는 뜻입니다.

참으로 엘리바스는 용맹할 뿐만 아니라 지혜가 뛰어난 지도자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는 아버지 에서의 처가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애첩인 딤나의 부족이기도 한 호리 족속을 전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사상유례가 없는 좋은 지도체제를 구성한 것입니다. 모세는 대화합을 추진하는 새로운 방식의 집단지도체제가 어떠한 것인지를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꼭 말하고 싶어합니다. 따라서 그는 창세기 제36장 말미에 에서로부터 비롯되고 있는 에돔 족속의 족장들의 명단을 의미심장하게 수록하고 있는 것입니다(36:40-43). 이제는 그 내용을 한번 깊이 있게 따져볼 순서입니다;

첫째로, 엘리바스는 범여권을 먼저 형성합니다. 그 전방에 호리 대 족장 로단의 누이동생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애첩인 딤나를 내세우고 있습니다(36:40b). 딤나는 전쟁 중에 남편 엘리바스를 도와준 친정 호리 대 족장 집안에서 두 명의 족장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들의 이름이 알와와 여뎃이라고 하겠습니다(36:40c). 그들을 엘리바스는 자신의 딸이나 손녀들과 결혼을 시켜서 에서의 집안으로 편입을 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로, 엘리바스는 자신의 서모 오홀리바마의 친정 집안이 호리 족속의 양대 기둥의 하나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쟁이 끝나자 마자 오홀리바마를 새로운 족장으로 추대하고 있습니다(36:41a). 그녀에게 친정 집안에서 새로운 족장을 두 사람 더 세워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결과 엘라와 비논이 족장의 자리에 들어서게 됩니다(36:41b). 그들은 모두 전쟁 중에 엘리바스에게 대항을 했던 세력입니다. 하지만 엘리바스는 그들을 버리지 아니하고 연석회의의 야당 대표로 참여를 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그들에게 에서의 손녀들을 주어서 혼맥으로 연결하는 것을 잊지 아니했을 것입니다. 그만큼 탁월한 정치적 감각을 지니고 있는 자가 바로 엘리바스일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셋째로, 엘리바스는 친위세력을 회의체에 집어 넣습니다. 우선 자신의 아들 가운데 장남 데만과 지략이 뛰어난 막내아들 그나스를 택하여 족장으로 회의에 참여시키고 있습니다(36:42a). 그 다음에는 밉살 족장인데 그는 아무래도 엘리바스가 자신과 연합을 했던 이복 동생 르우엘의 집안에서 데려온 대표로 보입니다(36:42b). 유심히 살펴보면, 르우엘의 아들 가운데 막내가 미사입니다. 그러므로 르우엘이 똑똑한 막내 아들 미사의 이름을 밉살로 바꾸어서 집안의 대표로 연석회의에 참여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엘리바스의 경우에도 막내 아들 그나스를 집안의 대표로 참여시키고 있는데 그것과 유사한 발상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끝으로, 그 족보를 전혀 알 수 없는 막디엘 족장과 이람 족장의 이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36:43). 그들은 어떠한 세력을 대표하면서 에서와 연관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요? 엘리바스는 주도면밀하게 후계체제를 구축했을 공산이 큽니다. 그렇게 본다면, 막디엘과 이람은 젊은 사람들입니다. 엘리바스의 가문을 이어갈 손주들 가운데 가장 똑똑한 두 사람을 족장의 반열에 올리고 연석회의에 참여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그렇게 젊은 세대까지 참여하는 11명의 초당적인 족장연석회의가 바로 왕정을 수립할 때까지 수백 년 동안 에돔 족속의 최고의결기관으로 작동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속에는 흡수합병이 된 호리 족속의 족장까지 대표로 참석을 하고 있습니다. 나중에는 그들도 호리라는 명칭 대신에 에돔이라는 새로운 종족의 이름을 사용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에돔 족속이라는 말은 에서의 자손과 호리 족속이 완벽하게 하나가 되어버린 새로운 족속의 이름이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