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바람소리(손진길 소설)

천년의 바람소리20(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1. 12. 17. 04:12

천년의 바람소리20(손진길 소설)

 

윤책은 스승이신 원광법사를 모시고 당나라 산동성에 자리를 잡고 있는 신라소를 찾아서 들어간다. 신라의 조정이 대당에 두고 있는 연락사무소의 하나이다. 그곳에 수장으로 있는 자가 신라의 진골인 김용술 도독인데 그가 국왕의 특사로 당나라에 들어온 원광법사를 반갑게 맞이한다;

김용술 도독이 먼저 인사말을 한다; “먼 바닷길을 통하여 여기까지 오시느라고 정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특사로 오신 스님을 편히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수행원인 자네도 스님을 모시고 함께 오느라고 수고했네. 원로에 크게 불편함을 없었는가?... “.

윤책은 김용술 도독이 일개 수행원에 불과한 자신에게까지 자상하게 신경을 써주는 것을 보고서 그가 유능한 외교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감사의 인사를 한다; “저는 신라군에서의 직급이 길사입니다. 그러니 길사 윤책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이렇게 대당 외교를 현지에서 관장하고 계시는 도독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의 스승이신 원광법사님께서는 원로에 좀 지치셨지만 그래도 건강이 좋으십니다”.

윤책이 보고하는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원광법사가 빙그레 웃으면서 한마디 한다; “허허, 긴 바닷길이었지만 나도 소싯적엔 두 차례나 중국대륙을 여행한 경험이 있어서 크게 지치지는 아니했어요… ;

 

 더구나 이렇게 김 도독께서 환대하여 주시니 벌써 피로가 풀리는 것만 같습니다. 그래 이곳의 현지사정을 어떠합니까?... “.

원광법사는 25년 전에 중국의 수나라에서 신라로 귀국한 후 이제서야 다시 중국대륙에 발을 디디고 있는 것이기에 그동안의 변화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 그저 7년전 곧 서기 618년에 수나라가 망하고 역시 선비족인 이연이 내란을 수습하고 곧바로 당나라를 세웠으며 신라의 진평왕이 당고조인 이연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과거 수나라의 황제였던 수문제와는 원광법사가 친분이 있어서 17년전 곧 608년에는 진평왕의 부탁으로 원광스님이 수나라의 군사적인 도움을 청하는 이른바 걸사표를 작성하여 국왕에게 준 바도 있다. 그것이 수양제의 고구려 침략에 하나의 요인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원광스님은 당나라를 건국한 이연과는 개인적인 친분이 별로 없다. 그래서 산동성에 온 김에 김용술 도독에게 설명을 부탁하고 있는 것이다.

그 말을 듣자 도독 김용술이 알기 쉽게 설명한다; “7년 전에 당나라를 세운 지금의 황제 당고조 이연은 개인적으로 45년 전에 천하를 통일하고 수나라를 세운 고조 양견의 처조카입니다. 같은 선비족이기에 그 출신지역이 지금의 수도인 장안이지요. 그는 수문제인 양견의 아들 양광이 대통을 이어 황제가 되자 자신의 나이 어린 이종 사촌인 양견 곧 수양제의 도움으로 태원 지역을 다스리는 유수가 됩니다… “;

 

원광법사가 갑자기 손을 들면서 말한다; “도독 양반, 먼저 내가 제자인 윤책에게 그와 관련한 옛날 역사를 조금 설명할 수 있도록 해주게나. 그것은 선비족과 한족 그리고 고구려와의 관계에 대한 옛날 이야기이지… “. 그 말을 듣자 도독 김용술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찬성한다.

원광스님이 간략하게 설명한다; “선비족은 본래 흉노족인데 그 일파가 동진하여 고구려 가까이 살고 있어서 달리 선비족이라고 불렸어. 그들의 지역이 산서 지방인데 그 중심이 태원이야. 그러니 이연이 태원유수가 되었다고 하는 것은 선비족의 고향인 그곳에서 자신의 세력을 키울 수가 있게 되었다는 의미이지. 그러니 수양제가 살해를 당하고 천하가 갈라질 때에 선비족의 고향 태원의 유수인 이연이 떨치고 일어나서 다시 천하를 통일하고 당나라를 세운거야. 그러니… “;

 

잠시 숨을 쉬고서 원광법사가 이어서 설명한다; “당나라의 개국 황제인 이연의 생각은 수도를 낙양의 서쪽인 장안에 그대로 두고서 장차 서진하여 흉노의 땅을 되찾고 또한 동진하여 선비족과 마찰을 빗고 있는 고구려를 정복하고자 하는 것이지. 그 점을 진평왕이 알고 있기에 내게  당고조 이연에게 보내는 친서를 부탁한 것이야… “.

그 말을 들은 도독 김용술이 조용히 고개를 끄떡이는 것을 보고서 영리한 윤책이 그 뜻이 무엇인지 금방 알아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그렇구나. 수나라와 마찬가지로 당나라도 집요하게 선비족의 동쪽 땅을 일부 지배하고 있는 고구려를 쳐부수려고 하는구나. 그것을 진평왕이 잘 알고 있기에 고구려를 견제할 생각으로 당고조 이연에게 또 한번 친서를 보내고 있는 것이야… “;

 

원광스님의 뒤를 이어 도독 김용술이 자신의 설명을 계속한다; “대사님의 말씀 그대로 당나라 역시 선비족의 나라이기에 고구려와의 마찰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당고조 이연은 매우 신중한 사람입니다. 따라서 그는 자신이 정복한 한족부터 충분히 대당의 백성으로 만든 다음에 고구려를 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분간 동북아에서 고구려의 지배권을 묵인하는 정책을 계속할 것으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원광법사가 고개를 조용히 끄떡인다. 그 모습을 보고서 김용술이 계속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개국 황제인 이연이 첫아들 이건성을 태자로 삼았는데 그것을 둘째 아들인 이세민이 좋아하지 아니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 이유가 두가지이지요; 하나는, 천하를 다시 통일하는데 있어서 자신의 공로가 가장 큰데 그것을 황제가 인정하지 아니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또 하나는, 한족을 끌어 안기에 급급한 부황의 정책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세민의 생각은… “.

중요한 이야기이므로 원광법사와 윤책이 도독 김용술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신이 나는지 김 도독이 열심히 설명한다; “그는 아버지 이연과 생각이 다르지요. 무엇보다도 옛날 흉노족이 차지하고 있던 서토를 다시 차지해야 하고 또한 선비족이 점령하고 있던 동쪽 땅도 다시 회복하는 정복전쟁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그러니… “;

 

이제 김 도독이 자신의 설명을 마무리하고 있다; “차남 이세민이 왕자의 난이라도 일으켜서 대권을 차지하는 경우에는 고구려를 침범할 것이 틀림없어요. 따라서 우리 신라의 입장에서는 앞으로의 이세민의 행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가 언제 당의 황제가 되고 고구려에게 강압적으로 나올지 그것을 은밀하게 관찰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 말을 듣자 원광스님이 헐헐웃으면서 김 도독에게 말한다; “허허, 참으로 이해하기가 쉽군요. 김 도독의 설명이 핵심만을 기가 막히게 잘 간추리고 있어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제가 장안으로 가는 일은 어떻게 준비가 되고 있나요?... “.

김용술 도독이 즉시 대답한다; “안 그래도 그 일에 대하여 말씀을 드리려고 제 뒤에서 영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길사 유성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가 인사를 시켜 드리겠습니다. 유 길사는 무관이지만 여기서는 문관의 일을 겸하고 있지요”.

그 말을 듣자 유성이 앞으로 나와서 자신의 소개를 먼저 한 후 일정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고자 한다; “신라소에서 산동 지역의 신라사람들을 돌보고 있는 영사 유성입니다. 아직 등급이 낮은 길사이니 편하게 대해 주십시오… “;

 

유성을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다음에 구체적인 설명을 요령 있게 잘 한다; “제가 작성한 바 특사 일행에 대한 지원계획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로, 이곳에서 튼튼한 마차를 한대 마련하여 목적지 장안까지 특사 일행을 편하게 모실 생각입니다. 둘째로, 가는 도중에 필요한 숙식은 우리 신라소가 책임지고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따라서 제가 함께 수행에 나서도록 하겠습니다. 셋째로, 이곳에서 이틀간 피로를 푸신 다음에 출발할 예정입니다. 이상입니다”.

윤책은 신라소가 마련한 숙소에서 사부와 함께 지내면서 길사 유성의 안내로 시가지 구경까지 하게 된다. 무역항이 이웃에 있어서 그런지 여러 나라 상인들이 큰 길 가에 상점을 많이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여러 나라의 산물이 넘쳐나고 있다. 역시 산동성은 대국인 당나라의 국제도시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