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히스기야(손진길 작성)

소설 히스기야7(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3. 23. 04:00


소설 히스기야7(작성자; 손진길)

 

2. 라기스의 혈전과 히스기야

 

예루살렘성 일대에서는 독종이 발생하고 악성 종기로 말미암아 고생하다가 한여름에 죽고 마는 사람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남서쪽으로 100리가 떨어져 있는 라기스성 부근은 그러하지가 아니하다. 전염병이 창궐하지 아니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질병보다 더 두려운 전투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전투로 부상을 당하거나 죽는 자의 수가 부지기수이다. 갈수록 양진영 곧 앗수르 진영과 유다 진영에서 사상자의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늦가을에 립나 계곡에서 산헤립 황제가 지휘하는 앗수르 군대는 매복작전에 성공하여 구스왕 디르하가가 이끌고 온 애굽의 원군을 물리쳤다. 그 때문에 의기양양해진 산헤립왕은 이제 라기스 요새의 함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주전 701년 늦가을부터 주전 700년 여름까지 계속 공격하였지만 라기스성을 정벌하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다. 왜냐하면 적의 성을 정복하자면 적어도 3배의 군사력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앗수르의 공격군이 그 정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산헤립왕이 지휘하고 있는 군사가 지금은 13만명 정도이다. 작년에 애굽의 원군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1만명이 전사하고 그동안 10개월 동안 계속 라기스성을 공격하느라고 또 1만명이 희생되고 만 것이다.

그 정도의 공격군으로서는 가파른 비탈을 기어 올라가서 라기스성을 도저히 정벌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비상한 전술이 필요하다. 그것이 무엇인가? 반평생을 전장에서 수많은 전투를 치른 산헤립왕이 그 방안을 찾아내고 있다.

그는 가장 무예가 뛰어나고 날렵한 정예병으로 하여금 야간침투를 하도록 명령한다. 그 작전을 성사시키기 위하여 산헤립왕은 4만명의 군사들에게 밤낮을 가리지 아니하고 계속 3일간 라기스성을 공격하라고 지시한다.

그 명령을 받은 장군이 부사령관인 랍사리스 벨이다. 그는 선봉장이 되어 가장 먼저 비탈을 기어올라 라기스성을 공격한다. 용장 밑에 비겁한 병사가 없다고 말하듯이 그의 부하들이 용감무쌍하게 장군의 뒤를 따른다.

그렇게 3일간 성을 공격하는 과정에 그만 2만명의 앗수르 군사가 전사하고 만다. 이제 산헤립왕이 지휘하는 군사가 11만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산헤립왕은 눈도 깜짝하지 아니하고 맹공을 계속하라고 명령한다.

그 결과 라기스 요새 안의 유다군사들이 지쳐가고 있다. 식사할 시간도 잠잘 시간도 부족하니 짜증이 나고 마침내 졸려서 성곽의 경계에 느슨해지고 만다. 바로 그때 밤중에 공중을 나는 부엉이처럼 갈고리줄을 타고서 성벽을 날아오르고 있는 일단의 무리들이 있다.

그들이 앗수르의 천부장 살만이 이끌고 있는 정예침투조 200명이다. 오랜 세월 침투조만을 조련한 살만 천부장이 가장 먼저 성곽 위에 올라와서 보니 수비병들이 멀리 떨어져 있다. 그래서 즉시 신호를 보낸다.

그의 부하들이 전부 성곽 위에 올라오는데 성공한다. 그때서야 야간 침투조의 침입을 목격한 유다의 병사들이 급히 달려온다. 200명의 날렵한 침투조와 1천명에 가까운 유다의 수비병들 사이에 전투가 발생하고 있다.

치열한 전장을 우회하여 성문 쪽으로 접근하고 있는 자들이 있다. 그자들이 살만 천부장이 이끌고 있는 최정예 20명이다. 그들이 성문에 가까이 접근하고 보니 200명의 병사를 지휘하면서 성문을 굳게 지키고 있는 유다의 장수가 앞길을 막고 있다.

처음에 앗수르의 천부장 살만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대로 몸을 날려서 그 장수를 공격한다. 그런데 그는 다음순간 아차 한다. 왜냐하면, 그 장수가 별로 어렵지 않게 자신의 검을 그냥 쳐내고 말기 때문이다.

살만은 20년 이상 외공과 내공을 모두 연마한 장군이다. 40세에 불과한 그가 침투조를 이끌고 있는 것은 그만큼 그의 무예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문벌과 신분을 떠나서 무예만을 가지고 논한다고 하면 살만이 단연 최고수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그가 전력을 기울여서 공격한 검을 상대장수가 무심한듯이 그대로 쳐내어버리고 만 것이다. 앗수르제국에서도 있을 수가 없는 일이 밤중에 라기스 성안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천상 무장인 살만이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부르짖고 있다; “네놈은 도대체 누구냐? 나의 검을 그대로 쳐내다니 너의 이름이 무엇이냐?”. 30대로 보이는 유다의 무장이 껄껄 웃으면서 대답한다; “나는 라기스의 천부장 브니엘이다. 마침 무공을 아는 놈을 잘 만났구나. 하하하”.

그 말을 듣자 살만이 속으로 생각한다; “무가의 후손인 내가 집안의 심법을 익혀서 천하에 나의 적수가 없다고 자부했더니 이곳 유다의 라기스에서 저런 놈을 만나다니 어이가 없구나. 도대체 저놈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가?... “.

당장의 결투보다 그것이 더 궁금한 살만이다. 그래서 물어본다; “네 놈의 내공심법은 무엇이냐? 어째서 일개 천부장이 내력을 운용할 줄을 아는가?”. 브니엘이 금방 대답한다; “나는 유다의 명장 삼손의 아들이다. 그러니 당연히 내외공을 모두 섭렵하고 있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살만이 이제는 상대방을 경시할 수가 없다. 그래서 신중하게 전신의 내력을 자신의 검에 불어넣는다. 그리고 비호와 같이 검과 몸이 하나가 되어서 적장에게 쇄도한다. 그것을 보고서 브니엘이 창을 대신하여 이제는 자신의 진기의 8할을 검에 싣는다. 그리고 상대방의 검과 몸에 부딪힌다.

그 결과 살만이 밀려나서 겨우 몸을 바로 세운다. 그것을 보고서 브니엘이 도약한다. 그는 이제 자신의 내력을 9할이나 검에 실어서 상대방을 내리친다. 지금까지 10년 이상 대결을 하면서 자신의 진기의 9할을 사용한 것이 처음이다.

살만이 급하게 상대방의 검을 막는다. 그 순간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다. 살만의 검이 부서지면서 브니엘의 검이 그대로 살만의 상체를 베고 마는 것이다. 심장과 허파가 한꺼번에 갈라지고 있으니 살만이 절명한 것이다.

그것을 보고서 이제는 브니엘이 20명의 침투조에게 달려든다. 그의 검이 마치 번개와 같다. 검의 회오리안에 들어오는 모든 물체를 분리하고 말기 때문이다. 성문 앞에서 적들을 물리친 브니엘이 앗수르 침투조 100여명과 혈투를 벌이고 있는 현장으로 달려간다.

그날 밤 침투조는 참으로 방향을 잘못 잡고 잠입한 것이다. 하필이면 라기스 요새에 숨겨져 있는 무예의 신인 삼손 성주의 아들 브니엘이 지키고 있는 성문 쪽으로 들어왔으니 말이다. 그래서 200명의 침투조가 몰살을 당한 것이다.

성밖에서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성문이 열리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던 산헤립왕이 엄청 실망한다. 성문이 열리는 대신에 성밖 낭떠러지에 던져진 것이 200명의 침투조의 시신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보고서 산헤립왕이 눈에 불을 켠다. 메소포타미아의 맹주인 자신의 자존심이 크게 상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다메섹으로 전령을 보내어 5만명의 지원군을 데리고 온다. 그것을 보고서 시리아를 지키고 있는 그의 아들 사레셀 왕자는 걱정이 태산이다.

그가 분노를 삼키면서 속으로 중얼거린다; “다메섹 주둔군이 70만명에서 20만명으로, 이제는 15만명으로 줄어들고 말았다.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 원주민들이 반란을 일으킬 것이다. 그러면 나는 죽은 목숨이다. 부왕께서는 어째서 나를 사지로 몰아넣고 있는가?... “.

한편 산헤립왕은 이제 16만명으로 불어난 그의 군사들을 동원하여 마지막 작전을 개시한다. 그것이 라기스성의 서남쪽에 토성을 쌓는 대역사이다. 그동안 비탈을 기어올라가느라고 앗수르의 군대가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러므로 이제는 토성을 쌓아 같은 눈높이에서 공격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260미터나 되는 높이까지 토성을 쌓는다고 하는 것은 대역사이다. 더구나 두가지의 어려움을 동반하고 있는 일이다;

첫째로, 라기스 성안에 있는 유다의 병사들은 적들이 토성을 쌓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지를 않는다. 성문을 열고 나가서 공사중인 적병들을 공격하고 있다. 따라서 앗수르의 군사들은 한손에는 무기를 들고 다른 한손에는 건설장비를 들고서 공사에 임해야만 하는 것이다.

둘째로, 인근에서 엄청난 흙을 퍼와서 토성을 쌓아야만 한다. 순전히 인력으로 흙과 돌을 운반하여 200미터 이상의 토성을 건설한다고 하는 것은 16만명의 대군이 동원되어도 1년 이상이 걸리는 대규모 공사이다.

자신이 지휘하고 있는 16만명의 군사로 그 일을 1년동안 진행하라고 밀어붙이고 있는 산헤립 황제는 확실히 보통 인물이 아니다. 그는 한번 결심한 것은 반드시 성취해야만 한다고 하는 영웅심리를 지니고 있다. 중동 땅에서 자신의 의지로 되지 아니하는 일이 없다고 자신하고 있는 걸물이다.

산헤립왕은 이제 예루살렘정복이 당면목표가 아니다. 오로지 라기스성을 먼저 함락하여 노장 삼손을 자신 앞에 무릎을 꿇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라기스 요새만 점령하게 되면 예루살렘 성안에 숨어 있는 히스기야왕은 자연히 항복할 것으로 믿고 있다.

과연 산헤립왕의 희망대로 라기스성이 함락될 것인가? 그리고 그 다음에는 예루살렘성의 히스기야왕이 항복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