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의 기도30(작성자; 손진길)
다윗왕은 헤브론의 왕성 누각에서 군사령관 요압이 기브온 전쟁을 끝내고 보무도 당당하게 개선하는 광경을 유심하게 지켜보았다. 그날 요압 사령관이 그의 아우이며 보좌관인 아비새 장군과 함께 승전보고를 하면서 동생 아사헬이 적장 아브넬에 의하여 전사하고 말았다는 슬픈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한 보고를 들으면서 다윗왕이 요압과 아비새에게 말한다; “지난 10년 세월을 우리와 함께 사울왕의 추격군을 물리친 아사헬 백부장입니다. 짐에게는 개인적으로 사랑하는 조카입니다. 그의 전사를 진심으로 애도합니다. 우리들의 고향인 베들레헴에 안장을 하였다고 하니 내가 한번 찾아보겠어요”;
그 다음에 다윗왕이 중요한 말을 한다; “이제부터는 그러한 비극이 다시는 없도록 합시다. 그 방법이 우리의 군비를 확충하고 군사력을 강하게 키우는 것입니다. 군비경쟁에서 확실하게 우위를 점해야 합니다. 그리하면 아브넬의 군대와 직접 부딪히지 아니하고서도 그들을 굴복시킬 수가 있습니다”.
드디어 다윗왕의 왕명이 떨어진다; “그러므로 요압 사령관과 아비새 장군이 책임을 지고 군부에서 구체적인 안을 마련해서 내게 보고를 해주세요. 짐이 보고서 가하면 중신회의를 열어서 국가의 정책으로 실시할 것이요”.
그러한 왕명을 받은 요압 사령관과 아비새 장군은 왕궁을 벗어나면서 신이 난다. 군부를 쥐고 있는 그들은 다윗왕이 군비를 확장한다고 하니 자신들의 세력이 늘어날 것을 생각하고서 미리 좋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윗왕이 그들보다는 역시 한 수 위이다. 그는 은밀하게 군부의 연장자인 엘하난을 왕의 집무실로 부르고 또한 그 자리에 책사인 자신의 아내 아비가일을 참석하게 한다.
그 자리에서 다윗왕이 말한다; “짐은 군비를 확장하고자 군부에 지시를 했어요. 그들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여 가지고 올 것입니다. 그 전에 나는 그 점에 대하여 두 분과 상의를 하고자 합니다”;
중요한 이야기이므로 두사람이 귀를 기울인다. 그러자 다윗왕의 설명이 다음과 같다; “요압은 자기 세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만 강구할 것입니다. 따라서 나는 다른 복안이 필요합니다. 군부를 한사람이 장악해서는 안됩니다. 그 방법이 무엇일까요?”;
그 말을 들은 엘하난이 미소를 띄면서 대답한다; “주군께서는 저에게 잘 물어보셨습니다. 우리 베들레헴 출신 무사들에게는 주군께서도 아시다시피 무예스승이 계시지 않습니까? 적장 아브넬이 처가에 오는 걸음에 베들레헴의 청년들에게 가끔 무술을 가르쳐주었지만 진작에 평소 무예를 전수하신 스승은 이스라엘 최강의 전사 아디노입니다. 그러니 그 스승님을 왕궁으로 불러서 군부의 고문으로 앉히시면 됩니다”;
참으로 좋은 방안이다. 지금 군부의 실력자들의 스승격이다. 그러자 재사인 아비가일이 의견을 보탠다; “저의 생각도 같습니다. 다만 아디노 선생 혼자서는 안됩니다. 군부의 실력자들을 전부 견제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분의 벗이며 여러 장군들의 옛날 스승이 되고 있는 두 어른을 더 초빙하시면 됩니다. 그들의 이름이 주군께서 알고 계시는 엘르아살과 삼마입니다”.
역시 총명하고도 현명한 아내 아비가일이다. 그리고 다윗자신보다 연상인 엘하난은 좋은 벗이며 신중한 장군이다. 그래서 그들의 안을 채택하여 다윗왕이 군부에 3명의 고문을 둔다. 그들의 이름이 전설적인 무예의 신으로 불리고 있는 아디노, 엘르아살, 그리고 삼마이다(삼하23:8-12). 요압 사령관이 고문들과 협의를 하도록 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그와 같은 견제장치를 갖춘 다음에 다윗왕은 요압 사령관이 보고한 군비확충안을 받아들여서 시행하도록 승인한다. 그에 따라 유다왕국의 군대는 상비군 2만명과 예비군 2만명의 규모를 갖추게 된다. 그리고 상비군 2만명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진법훈련을 실시하고 무술연마에 박차를 가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다윗왕은 장군 엘하난과 헬렙에게 지시하여 전국적으로 무예가 출중한 인물을 찾아서 자신에게 데리고 오도록 한다. 그리고 다윗왕이 무예스승인 3인에게 부탁하여 초청한 무인들의 실력을 평가하도록 한다. 그 결과를 보고서 원하는 무인들에게 장수의 직책을 내리고 있다.
그렇게 자신의 무술실력을 평가받고서 유다왕국의 장수가 된 자들 가운데에는 이방인 출신들이 많다(삼하23:30-39). 그 이유는 유다지파가 본래 개방적이며 포용력이 대단한 부족이기 때문이다. 그 전통을 다윗왕이 적극적으로 살리고 있는 것이다.
다윗왕은 군사력만 기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와 발맞추어 문사들을 초빙하고 있다. 세상을 경영할 수 있는 인물을 널리 구하고 있으며 학문이 뛰어난 자를 문신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다윗왕은 국왕의 고문으로 두 사람의 선지자를 초빙했는데 그 이름이 나단과 미가이다. 그 두사람은 일찍이 라마 나욧에서 대선지자 사무엘이 키운 인물들이다;
그렇게 대내외적으로 널리 인재를 구하여 중용을 하고 있기에 다윗의 유다왕국이 자꾸만 강성해지고 있다(삼하3:1). 그리고 영적으로도 여호와신앙이 깊어지고 있다. 그러한 다양한 노력이 있었기에 전선에서 적들과 부딪치는 경우에는 다윗의 군사들이 백전백승이다.
그와 같은 현실을 감지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군사령관인 아브넬이 적극적으로 두나라 사이의 화친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제는 공주 미갈을 데리고 다윗왕을 방문하고 있는 것이다(삼하3:13-16). 그를 맞이하자 다윗왕이 헤브론에서 크게 환대를 한다(삼하3:20).
다윗왕이 잔치를 배설하고서 아브넬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가 청소년시절에는 가끔 베들레헴을 방문한 아브넬 선생으로부터 무술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기브아의 왕궁에서는 사울왕의 측근인 아브넬 장군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개인적으로 아브넬 사령관을 나의 숙부님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그 말을 듣자 적장 아브넬이 깜짝 놀란다. 다윗왕의 말이 진심이며 파격적이기 때문이다. 그가 얼마나 동족 간의 피를 보지 아니하고 이스라엘 12지파의 통일을 염원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아브넬도 진심으로 말한다; “황송하기 이를 데가 없는 말씀입니다. 여호와 하나님의 뜻이 다윗왕에게 있으니 제가 어찌 그 뜻을 거역하겠습니다. 마하나임으로 돌아가는 대로 대신들과 상의하여 다윗왕의 그 귀한 뜻이 성사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뜻밖에 다윗과 아브넬의 뜻이 통한다. 아브넬은 군사력으로 서로 싸우는 것보다는 다윗이 이스라엘 12지파의 왕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삼하3:17-19). 그것이 여호와를 섬기는 신정국가 이스라엘의 번영의 기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방인 적들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스라엘 12지파가 서로 싸우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아브넬은 자국에서 대신들을 더욱 설득하고자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만약 다윗왕이 이스라엘 12지파 전체의 왕이 된다고 하면 일등공신은 아브넬 자신이다. 그러므로 1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서 아브넬 자신이 여생을 편히 보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한 행복한 생각에 아브넬은 그날 다윗왕과 흉허물이 없이 하루를 지낸다.
다음날 아브넬이 사절단을 이끌고 소수의 호위대와 함께 헤브론을 출발하여 마하나임으로 길을 떠난다. 그가 의도했던 대로 일이 성사가 되어서 그 발걸음이 가볍다. 그런데 예기치 아니한 사고가 발생하고 만다;
마침 외적을 치고 전리품을 가지고 개선하고 있던 요압 사령관과 장군 아비새의 눈에 마하나임으로 돌아가고 있는 아브넬의 행차가 눈에 뜨인 것이다. 멀리서 두사람은 눈에 쌍심지를 켠다. 특히 아브넬의 호위병력이 얼마 되지를 않는다. 그러므로 막냇동생 아사헬의 복수를 할 절호의 기회이다.
그렇지만 신중한 요압은 멀리서 부관에게 지시한다; “적장 아브넬이 어째서 우리의 영토안에 들어와 있는지를 빨리 파악해서 내게 보고하라. 반드시 우리나라의 관리에게서 은밀하게 파악해야만 한다. 적들의 눈에 띠여서는 안된다”. 그 결과 아브넬이 평화사절로 방문한 것임을 요압이 알게 된다.
그때 요압과 아비새가 적장 아브넬을 순순히 돌려 보냈으면 동족 간에 피를 흘리는 일이 없었을 것이며 다윗왕은 마하나임왕국을 조기에 흡수 통합할 수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불가능하게 되고 만다. 사령관 요압이 평화사절로 온 아브넬을 모살할 흉계를 꾸며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요압은 헤브론에서 온 전령인 것처럼 꾸며서 한사람의 관리를 아브넬에게 보낸다. 그리고 다윗왕의 전갈이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게 한다; “다윗왕께서 깜빡 빠뜨린 말씀이 남아 있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수고스럽겠지만 왕궁으로 다시 오시기를 바라며 헤브론에서 아브넬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브넬은 별로 의심을 하지 아니한다. 그래서 순순히 행차를 돌려서 헤브론으로 향하고 있다. 헤브론 성문으로 들어서자 마자 요압 사령관과 그의 부하들이 마중을 나오고 있다. 먼저 요압이 말한다; “국왕 전하께서는 아브넬님을 다시 정중하게 맞이하라고 저를 급히 이곳으로 보내셨습니다. 그리고 비밀내용을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
그러면서 요압이 아브넬의 소매를 끌면서 조용한 곳으로 간다. 긴히 전할 내용이라고 말하기에 아브넬이 의심하지 아니하고 그의 입에 귀를 가져다 대고 있다. 바로 그 순간에 요압의 손이 은밀하게 칼자루로 간다. 그리고 재빨리 칼을 빼어 아브넬의 복부를 깊이 찌르고 만다. 아브넬이 즉사한 것이다;
요압은 그러한 거사를 도모하기 전에 먼저 다윗왕을 방문하여 자신의 불평을 늘어놓았다; “적장 아브넬을 어째서 곱게 돌려보내신 것입니까? 그는 우리를 염탐하기 위하여 거짓으로 화해를 청하며 감언이설로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윗왕은 요압의 말을 듣지 아니하고 있다. 아브넬의 진심을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압 사령관은 다윗왕의 뜻을 어기고 기어코 개인적으로 막내동생의 복수를 하면서 평화적인 민족통일이 아니라 군사적인 통일을 선호하고 만 것이다. 어째서 그러한 역사가 발생하고 그 후는 여호와의 심판이 어떻게 임하게 되는 것일까?
첫째로, 전쟁을 통하여 이스라엘 12지파의 통일을 시작한 당사자가 바로 다윗왕이다. 그가 도중에 정책방향을 바꾸어 화친과 흡수통합으로 나아가고자 했지만 하나님의 백성들의 피를 흘리는 정책을 먼저 추진한 그 책임을 완전히 벗지를 못한다. 따라서 여호와께서는 아브넬과 야합하여 다윗왕이 전체 이스라엘의 왕이 되는 길을 요압을 통하여 봉쇄하신 것이다.
둘째로, 다윗이 인간적인 술수를 사용하여 마하나임왕국을 무너뜨리고 이스라엘 전체를 통일하는 길은 이제 물 건너가게 된다. 화친의 사절로 헤브론을 방문한 적장 아브넬을 암살하는 일을 자행하였으니 이 세상에 누가 다윗왕의 진심을 믿어줄 것인가?
요압은 다윗왕의 수족인데 그가 범한 일이 바로 다윗왕의 내심인 것이다. 따라서 2년만에 마하나임왕국이 멸망하지만 이스라엘 11지파의 지도자들은 다윗왕을 일체 신뢰하지 않는다. 그러한 상태로 무력을 사용하여 통일을 이루어 보아야 별로 소용이 없다. 따라서 다윗왕은 여호와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면서 눈물로 매어 달릴 뿐이다.
셋째로, 다윗왕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사용하여 사령관 요압이 스스로 만행을 저질렀지 그것은 자신이 교사한 범죄가 아니라고 자국민에게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삼하3:35-39). 그리고 아브넬의 시신을 수습하여 지극정성으로 장례를 치룬다(삼하3:31-34). 그러자 유다지파의 백성들이 다윗왕의 진심을 믿기 시작한다. 하지만 다른 11지파는 냉소만 날린다. 다윗왕이야말로 믿을 수가 없는 이중인격자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민족통합의 길은 멀고도 먼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만다.
따라서 다윗왕은 모든 인간적인 방법을 내려놓고 오로지 역사를 섭리하시는 여호와 앞에 겸허하게 엎드리고 만다. 종이 주인의 뜻을 그대로 따르겠으니 죄를 용서하시고 부디 제사장나라를 통일하고 외세를 물리칠 수 있게 해달라고 간구한다.
그 세월이 6년이나 걸려서 그가 유다의 왕이 된 때로부터 7년반이 지나자 비로소 이스라엘 11지파의 지도자들이 헤브론으로 다윗왕을 방문하여 복속을 요청하며 스스로 신하가 되겠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다윗왕이 37세에 진정한 전체 이스라엘왕국의 국왕으로 즉위하게 되는 것이다(삼하2:11,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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