圓의 비밀20(작성자; 손진길)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윤하선이 유끼고에게 말한다; “고현중을 만난 것이 영 소득이 없지는 않았어요. 그는 나에게 몇 주 전에 윤치국 특파원을 만난 것이 사실이며 그때 윤특파원이 한 이야기를 하나 기억하고 있었어요. 삼촌은 조총련에서 일하고 있는 남기룡이라고 하는 인물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해요. 그래서 나는 고현중에게 부탁하여 그 남기룡이라고 하는 사람의 전화번호를 얻었습니다”.
그 말을 듣자 유끼꼬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그녀가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말한다; “그러면 당장 그 남기룡에게 전화하여 내일 편한 시간에 만나도록 해요. 그가 윤치국 특파원의 실종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을 수도 있잖아요?”. 윤하선이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떡이면서 핸드폰을 호주머니에서 꺼낸다.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전화가 금방 연결이 된다. 전화너머로 ‘모시 모시’라고 하는 중년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자 윤하선이 한국말로 묻는다; “혹시 남기룡 선생님이십니까? 저는 한양신문사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는 윤치국 기자의 조카입니다. 제가 윤특파원의 실종사건과 관련하여 선생님을 좀 만났으면 합니다. 가능하겠습니까?”.
잠시 후에 전화상으로 대답이 들린다; “제가 남기룡이고 일전에 윤특파원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실종사건이라는 말은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조카분이 윤기자를 찾고 있다고 말하므로 혹시 도움이 될지 모르니 내일 한번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디서 만나면 좋을까요?”.
윤하선이 급히 말한다; “고맙습니다 저는 현재 신오사카 역 부근에 있는 레지덴탈 호텔에 투숙하고 있습니다. 내일 제가 어디로 찾아가면 될까요?”. 상대방 남기룡이 즉각 대답한다; “좋습니다. 제 사무실이 거기서 크게 멀지가 않습니다. 오사카 성 부근에 ‘쓰루하시 코리아타운’이 있습니다. 그곳에 오셔서 ‘남가 부동산 회사’를 찾으시면 됩니다. 내일 11시에 저의 회사로 나오십시오. 제가 식사대접을 하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윤하선이 기뻐하면서 말한다; “남선생님, 초면에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일행이 한사람 있는데 같이 가도 될까요? 괜찮으시다면 내일 오전 11시에 그곳으로 함께 가겠습니다”. 남선생이 쾌활한 목소리로 말한다; “문제 없습니다. 같이 나오십시오. 그러면 그때 저의 사무실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그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유끼꼬가 참으로 좋아한다. 윤하선이 상대방의 허락을 구하여 자신과 함께 그 남기룡을 만나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저녁식사도 기분이 좋아서 자신이 사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윤하선이 거절하면서 말한다; “유끼꼬, 우리 한국남자는 데이트를 할 때 여자친구의 밥값을 내주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해요. 그러니 이번에는 내가 계산을 할께요…”.
윤하선이 계산을 하고 식당을 나서자 마자 유끼꼬가 옆에 짝 달라붙어서 팔짱을 낀다. 그리고 어느 틈에 볼에 키스를 한다. 윤하선이 순간 얼떨떨해 한다. 입술이 아니지만 뺨을 순식간에 유끼꼬에게 빼았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별로 싫지는 않다. 비록 적의 밀정이지만 유끼꼬 역시 예쁜 여성임에 틀림이 없는 것이다.
두사람은 호텔에 들어와서 ‘사요오나라’ 인사를 나누고 각자 6층의 자신들 방으로 들어간다. 유끼꼬는 자기 방에 들어서자 문을 확실하게 잠그고서 윗선에 보고부터 한다. 내일 윤하선이 조총련의 간부인 남기룡을 만나기로 했다는 것이다. 윤치국 특파원이 실종이 되기 며칠 전에 그를 오사카에서 만난 것으로 보아 잘하면 윤기자가 어디에 있는지 탐지해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한다.
한편, 자기방에 들어온 윤하선도 바쁘다. 내일 남기룡을 만난다고 하는 것은 이미 고현중과 합의를 한 내용이다. 고현중이 벌써 남기룡과 통화하여 내일 윤하선을 만나면 어느 정도의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다고 그의 양해를 구한 것이다.
더구나 윤하선을 감시하고 있는 유끼꼬의 귀에 들어가도록 고현중은 남기룡에게 북한을 둘러싸고 있는 일본과 중국 사이의 이상한 기류에 대해서도 슬쩍 이야기를 흘려 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그러한 정보가 일본내각의 지시를 받고 있는 정보부에 들어가게 되면 어떠한 반응이 나타나는지를 점검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와 같은 내밀한 안배를 해놓았기에 윤하선은 내일 남기룡과의 만남이 기다려진다. 남기룡은 어떠한 인물일까? 고현중의 말에 따르면 그는 평생을 조총련에서 활동한 남씨 집안의 자손이라고 한다. 그는 민족의식이 강하고 남한과 북한이 손을 잡고 함께 번영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 인물이라고 한다. 자세한 것은 내일 직접 만나보면 알 일이다.
다음날 8시 전에 윤하선은 유끼꼬의 방문을 받는다. 함께 호텔식당에 가서 아침식사를 하자는 제안이다. 윤하선이 마다하지 않는다. 두사람은 여느 연인들과 마찬가지로 정답게 손을 잡고 함께 호텔식당에 들어간다. 각자 호텔방의 열쇠를 보여주면서 객실손님임을 확인시키자 무료로 아침식사를 하게 된다.
일본의 조반에 흔히 나오는 밥과 ‘미소시루’가 간단한 서양식 뷔페음식과 함께 자리를 잡고 있다. ‘콘티넨탈 브렉퍼스트’가 간편하게 차려져 있는 것이다. 윤하선은 서울의 된장국 생각이 나서 밥에 해당하는 고항과 엷은 된장국에 해당하는 미소시루를 선택하여 아침식사를 한다. 그것을 보고서 같은 메뉴를 선택한 유끼꼬가 그렇게 좋아한다.
식사를 끝낸 그들은 10시경 로비에서 다시 만난다. 오사카에 있는 ‘쓰루하시 코리아타운’에 대해서는 유끼꼬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윤하선은 그녀의 안내를 받으며 함께 오사카 거리를 걷는다. 코리아타운에서 물으니 누구나 ‘남가 부동산 회사’를 알고 있다. 그만큼 그곳에서 오래된 회사인 것이다. 두사람은 정확하게 11시에 그 회사에 들어선다.
자신들의 신분을 이야기했더니 여직원이 사장실로 안내한다. 윤하선과 유끼꼬가 그 방에 들어서자 50대로 보이는 신사분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직 머리가 검고 풍채가 좋아 보인다. 그러나 이마에 제법 주름살이 있는 것을 보니 확실하게 50대 중년인 줄 알겠다. 그 방에 들어서자 마자 윤하선이 한국말로 인사한다; “저는 서울에서 온 윤하선이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그 신사분이 마주 인사한다; “어제저녁에 전화를 받은 남기룡입니다. 찾아 오시느라고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동행분은 누구십니까?”. 윤하선이 소개한다; “동경에서 제가 신세를 지고 있는 하세가와 교수님의 따님 유끼꼬 양입니다. 이곳 오사카에도 저의 삼촌을 찾기 위하여 함께 왔습니다. 제가 유끼꼬의 신세를 많이 지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듣자 남기룡이 일본말로 인사한다. 그러자 유끼꼬가 한국말로 인사한다. 남기룡이 깜짝 놀란다. 그 모습을 보고서 윤하선이 말한다; “유끼꼬는 한국의 대학에서 역사를 다시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국어가 유창하지요”. 그 말을 듣고서야 남기룡이 말한다; “아 그렇습니까? 그것 참 한일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하여 크게 일하실 동량이시군요. 감사합니다. 오늘 제가 감사의 뜻으로 좋은 점심을 대접하겠습니다. 하하하…”.
남기룡이 두사람을 안내하여 코리아타운에 있는 한식집으로 들어선다. 사전에 이야기 나누기 좋도록 별실을 하나 예약해 두었다고 말하면서 두사람을 안쪽에 제법 떨어져 있는 별실로 데리고 간다. 자리를 잡고 보니 밀담을 나누기에 다시 그만인 방이다. 윗옷을 벗어서 옷걸이에 걸고서 편히 자리에 앉는다.
윤하선이 먼저 질문한다; “저는 지난 8월 1일에 서울에서 동경으로 왔습니다. 그 이유는 저의 막냇삼촌인 윤치국 특파원이 동경에서 실종이 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아직 그 행방에 대해서는 오리무중입니다. 다행히 삼촌이 실종이 되기 전에 오사카로 와서 고현중 선생을 만난 것으로 되어 있어서 어제는 제가 그분을 찾아 뵈었습니다”.
그 말을 남기룡이 조용히 듣고 있다. 윤하선이 이어서 말한다; “마침 고현중 선생님이 제 삼촌이 오사카에서 남 선생님을 만날 계획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서 제가 어렵게 남선생님의 연락처를 찾아서 어제 저녁에 염치 불구하고 전화를 드린 것입니다. 이렇게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기룡이 크게 고개를 여러 번 끄떡인다. 그러면서 대답한다; “윤선생님의 삼촌이 실종이 되었다고 하니 저도 걱정이 됩니다. 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렇게 꼼꼼하게 기자수첩에 기록하던 윤치국 특파원의 모습이 눈에 선하군요. 빨리 찾게 되기를 저도 바랍니다”.
그 말을 듣자 윤하선이 묻는다; “실례입니다마는 그날 저의 삼촌이 남선생님께 어떠한 사항을 질문했는지 혹시 기억이 나십니까? 저에게 말씀을 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남기룡이 고개를 한번 끄떡이더니 어렵지 않게 말한다; “윤특파원이 제게 물은 것은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일본정부가 북한과 수교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조총련에서는 생각하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그러한 일본과 북한 간의 물밑협상이 요즈음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는지 아는 대로 답변을 해달라고 하는 것이었지요”.
그 말을 듣자 윤하선이 말한다; “저도 똑 같은 질문을 남선생님께 드리고 싶습니다. 그때 저의 삼촌에게 하신 대답을 다시 한번 간추려서 제게 들려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당시와 변동이 된 사실이 있으면 그것도 말씀해주십시오”. 남기룡이 빙긋이 웃으면서 말한다; “윤특파원과 윤선생님은 숙질 간에 엔간히 분위기가 비슷합니다. 제가 간략하게 말씀드리지요…”.
윤하선 뿐만 아니라 유끼꼬도 귀를 쫑긋한다. 남기룡의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아니할 기세이다. 그 모습을 보고서 남기룡이 분명하게 말한다; “첫째로, 조총련으로서는 일본과 북한이 수교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랜 세월 일본의 지도자들이 북한을 방문하고자 할 때에 적극 보좌를 했습니다. 그러나 그 열매를 아직 얻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실로 유감입니다”.
남기룡이 잠시 숨을 돌리고 이어서 말한다; “둘째로, 북한에서 핵과 미사일을 동시에 개발하여 일본을 위협하자 일본정부가 한동안 북한과의 수교를 서둘렀습니다. 조총련에서도 적극적으로 두 나라사이의 물밑접촉을 돕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그 막후접촉이 전혀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북한이 요구하는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배상금과 일본이 제시하고 있는 보상금의 규모가 너무나 차이가 컸기 때문이지요”.
윤하선과 유끼꼬가 숨소리조차 죽이면서 경청한다. 그 모습을 보고서 남기룡이 신이 나서 말한다; “셋째로, 한달 전부터 이상한 현상이 일본측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북한과의 물밑접촉을 더이상 계속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대신에 그 팀이 중국과 이제는 막후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이 가장 큰 변화이지요…”.
그때 3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 한식당의 별실문이 열린다. 두사람이 큰 상을 하나 들고서 방안에 들어선다. 산해진미가 차려져 있는 한정식 상이다. 세상말로 상다리가 휠 정도로 요리접시의 종류가 많다. 일본 오사카에서 한국의 호남지방에서 볼 수 있는 그러한 큰 요리상이 등장하리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그래서 윤하선이 얼떨떨하면서도 미안하여 남기룡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러자 남기룡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한다; “제가 오늘은 윤치국 특파원의 조카분과 그 일행에게 한번 크게 대접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 이유는 지난달에 이곳 오사카에 들린 윤특파원이 참으로 진지하게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었기 때문이지요. 오늘 제가 한턱 단단히 낼 테니까 부디 윤선생과 유끼꼬 양은 윤특파원을 찾아 주세요. 제가 윤특파원을 다시 만나서 술을 한잔 나누고 싶습니다”.
윤하선과 유끼꼬는 호텔에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한시간 가까이 걸었기 때문에 어느 사이에 배가 고프다. 그래서 호의에 감사한다는 인사를 한 다음에 한국요리를 맛있게 먹는다. 그 모습을 남기룡이 즐겁게 바라보면서 자신이 윤하선에게 좋은 요리를 일일이 설명하면서 권한다. 마치 삼촌이 조카를 챙기는 것과 같다.
그러한 정다운 모습을 힐끔힐끔 보면서 유끼꼬가 속으로 생각한다; “일본에 살고 있는 조선사람들이 모국에서 온 손님을 대접하는 정이 두텁구나. 마치 오래 알고지낸 사이 같구나.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한 모양이다…”. 윤하선은 그와 달리 생각하고 있다; “조총련이나 민단이나 이념을 떠나서 모두 같은 민족이 맞구나. 괜히 둘로 나뉘어져서 싸울 일이 아니다. 한민족은 역시 힘을 합하여 하나가 되었을 때에 강하며 타민족으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가 있어…”.
식사가 어느 정도 끝나자 윤하선이 개인적으로 남기룡 선생에게 궁금한 사항을 물어본다; “남선생님 가족은 일본에 사신지가 오래 되십니까? 이곳 오사까의 한인들은 그 형편이 어떠합니까?”. 남기룡이 짧지만 솔직하게 답변한다; “저희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징용이 있기 전부터 조선에서 일본 오사카로 건너와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나중에 일제에 의하여 징용이 실시되자 많은 조선사람들이 오사카의 군수공장과 교토의 비행장 공사에 동원이 되었지요”.
윤하선이 진지하게 듣는 모습을 보고서 남기룡이 이어서 말한다; “해방이 되자 많은 사람들이 한국으로 돌아갔지만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 이유는 일본에서 로비를 하여 조선사람들이 계속 한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전후 일본의 복구사업을 위하여 노동자로 조선인들이 필요하다고 미군정에 로비를 한 것입니다”.
윤하선이 처음 듣는 이야기이다. 그때 남기룡이 더 설명한다; “특히 나중에 조국에 돌아가려다가 못 돌아간 사람 중에 제주도 출신이 많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제주도에서 좌익이 선동하는 불행한 사건이 발생하지요. 그러자 한국의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은 일본에 체류하고 있는 조선인들을 좌익으로 몰아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재일동포들에게 그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습니다”.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 미안한 심정으로 윤하선이 귀를 기울이자 남기룡이 말한다; “그때 북한의 김일성이 국제 공산주의 이념을 실천한다고 하면서 일본의 조선인들을 지원하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조총련이 활발하게 활동하게 되지요. 그렇지만 정작 일본과의 수교는 한국정부가 먼저입니다”.
남기룡이 잠시 숨을 돌리고 이어서 설명한다; “북한은 아직도 일본과 수교를 하지 아니하고 있지요. 그리고 경제개발도 한국이 먼저입니다. 북한과 달리 한국이 경제개발에 성공하여 잘 살게 되었지요. 그러니 조총련보다는 민단의 활동이 더 활발해진 것입니다”.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면서 남기룡이 말한다; “특히 순수한 공산주의 이념에서 크게 벗어나 북한이 3대에 걸쳐 최고권력을 세습하게 되자 일본인과 조선인 가운데 순전한 공산주의자들이 북한을 이상한 눈으로 보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조총련의 마지막 남은 지지기반도 거의 사라지게 됩니다”.
남기룡이 갑자기 ‘후유’하고 한숨을 쉰 다음에 이어서 말한다; “더구나 북한과의 수교를 비밀리에 추진하던 일본정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고 말았지요. 미국과 함께 북한에 대하여 강력한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조총련이 북한에 돈을 보낼 수가 없게 되고 만 것입니다. 그에 따라 조총련과 북한과의 관계가 고사 직전입니다. 그것이 현실이지요”.
마지막으로 윤하선이 남기룡에게 질문한다; “일본정부가 내밀하게 북한과 협상을 하다가 그만두고 그 대신에 중국측과 물밑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신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그 비밀의제가 무엇일까요? 혹시 짐작이 되는 바가 있습니까?”. 참고로, 지금까지의 한반도와 4대 강국과의 국제관계가 아래와 같다;
요컨대, 일본은 그것을 어떻게 변형시키고자 하는 것일까?
남기룡이 한마디로 대답한다; “한국사람들이 미국과 중국을 ‘G2’라고 흔히 부르고 있지요. 일본은 그 ‘G2’와 직접 협상하여 국가이익을 최대한 얻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 희생양은 일본보다 강한 국가인 미국과 중국이 아니지요. 그것은 당연히 한국과 북한이 될 것입니다”;
남기룡은 역사공부를 많이 한 사람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정치적인 식견이 뛰어나다. 그래서 그런지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마치 구한말에 조선과 필리핀을 일본과 미국이 갈라 먹듯이 한국과 북한을 그렇게 요리를 하려고 하는 것만 같아요”;
그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실제로 그러한 협상이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 등 3자간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한민족이 미중일의 공동의 적이라고 하는 거짓선전을 유포하고 있는 것만 같아요”. 그러한 시각을 드러내고 있는 그림이 다음과 같다;
남기룡이 잠시 숨을 쉰 다음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 사이에서 일본이 거중조정을 하고 있다고 저는 자꾸만 생각이 됩니다마는… 부디 제가 추정하는 그것이 역사적으로 억측이 되고 기우가 되기를 저도 바라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듣자 윤하선은 지금까지 먹은 그 맛있는 한국요리 맛이 일시에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유끼꼬의 뺨이 부끄러워서 그런지 자꾸만 붉어진다. 그 두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50대 중반의 중년신사 남기룡이 ‘후유’하고 또 한숨을 쉰다. 그리고서 말한다; “젊은 사람들 앞에서 제가 노파심에 젖어 별 이야기를 다했습니다. 호텔에 돌아가셔서 푹 쉬시면서 그저 참고로만 하시고 잊어버리십시오”.
그가 인사말처럼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저의 조부님과 선친은 그 어려운 세월 구한말과 일본의 조선강점기에도 불굴의 의지로 살아오신 분들이십니다 우리들이 이 정도의 어려움에 심란해서야 그러한 선조들의 자손들이 아니지요. 그리고 한국의 역사를 공부하고 계시는 유끼꼬 양도 한국사람들을 부디 불쌍하게 여겨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 말을 들은 유끼꼬가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말한다; “남선생님 앞에 제가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일본사람으로서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남기룡과 윤하선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남기룡이 먼저 계산대에 가서 값을 치르는 동안에 유끼꼬가 화장실을 다녀온다. 식당 바깥에서 윤하선과 유끼꼬가 깊이 고개를 숙이고 남기룡의 후의에 대하여 감사한다. 이제 호텔에 돌아가면 다른 일을 못 볼 것만 같다. 너무 중요한 이야기를 오늘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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