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의 비밀(손진길 소설)

圓의 비밀19(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16. 02:35

圓의 비밀19(작성자; 손진길)

 

윤하선과 유끼꼬는 팔짱을 끼고서 신오사카 역을 서쪽 출구로 벗어나고자 한다. 2층에 스타벅스가 자리잡고 있는데 그 옆에 계단이 있다. 계단을 걸어서 1층으로 내려가니 바깥으로 통한다. 그곳에 식당가가 펼쳐지고 있다. 그 입구에 음식점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고서 유끼꼬가 눈을 반짝인다.

그녀가 다정하게 윤하선에게 묻는다; “하선, 무슨 음식을 먹고 싶으세요?”. 윤하선이 쉽게 대답한다; “오사카에 왔으니 오코노미야끼를 먹고 싶군요. 유끼꼬는 무엇을 먹고 싶으세요?”. 유끼꼬가 기쁜 낯색으로 말한다; “저만 따라 오세요. 제가 한턱을 낼게요. 가장 맛있는 오코노미야끼를 맛보게 해드릴게요”.

그녀가 잘도 찾아간다. 제법 걸어가서 어느 음식점 앞에 걸음을 멈추는데 그 안에 손님이 많다. ‘입구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음식점에 무슨 손님이 저렇게 많을까?’고 윤하선이 의아해하고 있는데 유끼꼬가 말한다; “이 집이 명품 오코노미야끼야끼소바를 팔고 있지요. 그 맛이 일품이예요…”;

 

마침 두사람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이 비게 되자 그들이 안으로 들어가서 앉는다. 점원에게 유끼꼬가 망설임이 없이 믹스라는 접두사를 붙여서 오코노미야끼와 야끼소바를 주문한다. 얼마 후에 두가지 요리가 식탁에 나오는데 과연 먹음직스럽다. 여러가지 고기와 야채가 환상적인 조합을 이루고 있는 요리이다;

배가 출출하던 참에 먹어서 그런지 더 맛이 있다. 하지만 그 값이 좀 비싸다. 하나는1,180엔이고 또 하나는1,380엔이다. 유끼고가 한턱을 쓴 것이 맞다. 이제 두 사람은 숙소를 정하고자 한다. 빨리 인근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2시에 고현중에게 전화를 내야 한다.

윤하선과 유끼꼬가 이번에는 다시 계단을 통하여 신오사카 역으로 들어가서 반대편 동쪽 출구로 나간다. 그곳에 개업을 한지 오래되지 아니하는 깨끗한 호텔이 하나 있다. 신오사카 역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기에 그 호텔에 여장을 풀고자 한다. 그 이름이 레지덴탈 호텔이다.

윤하선이 2시에 정확하게 고현중에게 전화한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 레지덴탈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고 말한다. 그러자 고현중이 말한다; “윤하선 당신의 인상착의를 내가 알아볼 수 있도록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전송해주세요. 그리고 호텔 로비로 나오세요. 제가 사람을 리셉션 앞으로 보내겠습니다”.

윤하선이 유끼고의 방으로 가서 그 사실을 말한다. 유끼꼬가 함께 내려가자고 동행을 원한다. 윤하선이 거절하지 않는다. 마음 같아서는 혼자서 동포인 고현중을 만나고 싶지만 그녀가 아무래도 감시를 하고자 따라 붙는 것 같아서 거절하지 않는 것이다. 괜히 의심을 자초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두사람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내려가서 리셉션 앞에서 서성거린다. 그러자 젊은 청년이 다가와서 윤하선의 인상을 살피더니 말한다; “혹시 한국에서 오신 윤하선입니까?”. 유창한 일본말이다. 윤하선이 고개를 끄떡이자 그가 함께 나가자고 말한다.

순간 유끼꼬가 윤하선의 팔을 잡으면서 말한다; “하선, 저와 함께 가세요. 이분이 누구인지 당신은 정체를 아직 모르잖아요. 위험해요”. 그녀가 그 청년이 알아 듣지 못하도록 한국말로 급히 말한다. 그러자 그 청년이 역시 한국말로 답한다; “저는 수상한 사람이 아닙니다. 고현중 선생의 심부름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분이 윤하선 선생만 데리고 나오라고 제게 지시했습니다”.

그러자 윤하선이 유끼꼬에게 말한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호텔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제가 몇 시간 내로 그분의 이야기만 듣고 바로 호텔로 오겠습니다”. 윤하선이 그렇게까지 말하고 있는데 유끼꼬는 계속 따라붙을 수가 없다. 괜히 윤하선을 감시하는 것으로 의심을 받을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호텔 현관을 지나 바깥으로 나오자 검은 세단이 천천히 접근을 해온다. 그 청년이 윤하선을 뒷좌석에 태우고 자신이 운전수 옆자리에 앉는다. 윤하선이 뒷좌석으로 올라타고 보니까 벌써 한 신사분이 그 옆에 앉아 있다. 윤하선이 자세히 보니까 중절모를 쓰고 있는데 굉장히 멋진 신사로 보인다.

그 신사분이 중절모를 벗어 손에 쥐고서 윤하선에게 고개를 약간 숙이며 정중하게 인사한다; “제가 고현중입니다. 윤선생,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아주 듣기 좋은 중저음의 한국말이다. 나이가 50세쯤으로 보인다. 윤하선 자신보다는 20세 정도 연상으로 보인다. 그래서 윤하선이 깍듯이 인사한다; “윤하선이라고 합니다. 8일 전에 삼촌인 윤치국 특파원의 행적을 찾기 위하여 일본에 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인사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그들이 타고 있는 차가 골목길로 접어든다. 그리고 골목을 괜히 두어 바퀴 돈 다음에 다시 본래의 위치로 되돌아 나온다. 그 다음에 대로를 신나게 달린다. 앞좌석의 청년이 자주 백 밀러를 살핀다. 그 모습을 관찰하면서 윤하선이 그들이 미행을 따돌리는 일에 익숙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차가 1시간 정도 달린 다음에 간사이 공항가까이 있는 건물의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간다;

 

고현중이 윤하선에게 함께 내리자고 말한다. 두사람은 엘리베이트를 타고 8층으로 올라가고 청년과 운전수는 차를 몰고 다시 바깥으로 나간다. 8층에 있는 사무실로 들어서자 고현중이 아예 문을 확실하게 잠근다.

사무실 안쪽에 지사장실이 있다. 그 방으로 들어가자고 한다. 윤하선이 소파에 앉자 고현중이 마주 앉으면서 말한다; “오차가 좋습니까? 아니면 커피가 좋습니까?”. 윤하선이 대답한다; “고선생님이 좋아하시는 것으로 저도 하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고현중이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마침 한국에서 팔고 있는 봉지커피가 있으니 고향생각을 하면서 그것을 함께 마시도록 하지요”.

그 말을 듣자 윤하선은 고현중이 고향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인물로 느껴진다. 그래서 말한다; “고선생님은 일본에 사신지 오래 되십니까?”. 고현중이 대답한다; “저는 본래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과 중국 등 4개국을 왔다 갔다 하면서 지낸 사람입니다. 일본에 파견나와 산지도 10년이나 됩니다”.

윤하선이 관심이 있어서 묻는다; “그러면 실례입니다마는 고선생님은 주로 무슨 일을 하시면서 지내시는지요?’. 그 말을 듣자 고현중이 허허라고 웃으면서 대답한다; “윤선생은 삼촌인 윤특파원과 비슷한 성격이군요.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하고 꼭 본인에게 물어보니 말입니다. 저는 국제적인 펀드회사에서 일하고 있지요, 이름하여 뉴 코리아 펀드회사입니다. 한자로는 신한펀드로 알려져 있지요…”.

관심이 증폭이 된 윤하선이 급히 물어본다; “그러면 본사가 미국에 있습니까?”. 고현중이 즉답을 한다; “그렇습니다. 뉴욕 월가에 있지요. 어째서 그것을 물으십니까?”;

 

윤하선이 진지하게 묻는다; “그러시다면 혹시 월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뉴 저팬 펀드회사기시 노부스께펀드 매니저를 알고 계십니까?”. 고현중이 한마디로 답변한다; “알고 있습니다. 그는 일본정부를 위하여 일하고 있는 일본계 펀드매니저이지요”.

윤하선은 며칠 전 일본의 국회도서관의 컴퓨터로 의원친선협회 대미활동 보고서를 검색하다가 그 이름을 찾았다. 그런데 그 사람을 아는 사람을 만나기가 힘들 줄 알았는데 우연히 여기서 만나게 된 것이다. 반가운 김에 윤하선이 묻는다; “저는 그 이름을 일본국회의원들의 대미로비 활동보고서에서 찾았습니다. 이렇게 그 사람을 아는 고선생님을 만나게 되니 한번 여쭈어 봅니다. 그 사람이 수년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무엇입니까? 혹시 아십니까?”.

고현중이 커피를 한잔 윤하선에게 권하면서 자신도 한 모금 마신다. 그러면서 천천히 말한다; “지금 일본정부는 미국을 설득하는 일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일본의원들도 마찬가지이지요. 그들은 모든 힘을 동원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미국의 허락을 얻고자 하지요. 그것이 무엇인지 윤선생은 아십니까?”.

윤하선이 자신에게 볼이 넘어 오자 얼른 그 공을 고현중에게 쳐낸다; “그 비밀을 파헤치다가 저의 삼촌이 실종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소위 일본정계에 다시 대두하고 있는 정한론이지요”. 고현중이 진지하게 말한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정치인과 펀드 매니저 사이에는 한가지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윤하선은 그것이 궁금하여 귀를 기울인다. 그러자 고현중이 말한다; “일본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합니다. 한국을 다시 지배하는 것이 그들의 포기할 수 없는 꿈이지요. 일본 땅이 지진과 방사능으로 피폐해지고 안전하지 못한 상태가 되자 어떻게 해서든지 한국을 자신들의 땅으로 만들고 싶어합니다. 만약 그 일을 성공시키는 정치지도자가 탄생한다면 그는 일본역사에 길이 남는 대 영웅이 되는 것입니다”.

윤하선이 숨소리조차 죽이면서 경청하자 고현중이 이어서 설명한다; “하지만 펀드 매니저는 다릅니다. 최대의 관심이 투자자들의 이익을 두자리수로 만들어 주고 더 많은 이익을 얻어서 자신의 배당을 키우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다소 리스크가 있더라도 엄청난 수익이 발생하는 곳에 투자를 하지요. 지금 일본정부가 비밀리에 추진하고자 하는 일이 바로 그러한 투자대상에 해당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윤하선이 개인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내용과 한치의 오차도 없는 설명이다. 그래서 윤하선이 급히 물어본다; “고선생님, 저의 삼촌이 알아낸 정보도 그런 것입니까?”. 고현중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그렇지요. 일본정부가 현재 미국의 정계에 어떠한 비밀로비를 하고 있는지 그 내용을 어느 정도 파악을 하게 되자 신변에 위험을 느낀 것입니다. 그러니 저나 윤선생도 조심에 또 조심을 해야지요”.

윤하선이 더 참지를 못하고 질문한다; “저의 삼촌 윤치국 특파원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제게 말씀해주십시오”. 고현중이 대답한다; “어디에 있는지 모르시는 것이 윤선생의 안전을 위하여 좋습니다. 다만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그가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자 윤하선이 다시 묻는다; “어째서 삼촌이 제 앞에 나타날 수가 없다는 말입니까?”. 고현중이 신중하게 대답한다; “그는 마지막 퀴즈조각을 맞추기 위하여 신분을 숨긴 채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적들이 지금 윤선생을 쫓느라고 윤특파원의 수색에 총력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알고 계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윤하선은 다소 이해가 된다. 예컨대, 자신이 삼촌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미끼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윤특파원을 찾지 못하자 일본의 정보부원들이 윤하선 자신을 추적하고 있다. 그 사이에 윤특파원과 그를 돕는 자들이 일본의 원의 비밀을 샅샅이 파헤치고 그 증거를 찾아 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답답하다. 그래서 윤하선이 고현중에게 또 묻는다; “어째서 이렇게 성동격서의 방법까지 사용하고 있습니까? 일본정부의 비밀작전을 파헤치는 것이 그 정도로 위험한 일입니까?”. 그러자 고현중이 시원하게 답변한다; “지금 미국의 힘을 당할 나라가 없습니다. 그들은 군사력이 세계 최강이고 국제펀드에 대한 영향력도 지상최강이지요. 그래서 월가의 미국증권거래소 앞에 힘센 황소상을 세워 두고 있지 않습니까?”;

 

윤하선이 귀를 기울이자 고현중이 이어서 설명한다; “그러한 미국을 대상으로 하여 지금 일본정부가 내밀하게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하여 로비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본정부는 자신들을 돕는 국제펀드와 국가들에게 엄청난 이권을 주겠다고 은밀하게 약속하고 있지요. 미국도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도 그러하고요…”;

 

윤하선이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는 그 이야기가 고현중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그래서 윤하선은 그의 입과 눈을 열심히 쳐다본다. 그러자 고현중이 말한다; “저와 같은 국제펀드의 매니저가 그 냄새를 조금 맡고는 있습니다마는 구체적인 일본의 기밀사항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윤특파원이 우리들을 대신하여 그것을 추적하고 있지요…”.

윤하선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고선생은 어째서 제게 이러한 중요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털어놓고 계십니까? 제가 일본정보원들에게 그 이야기를 전하게 되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렇습니까?”. 고현중이 웃으면서 말한다; “저는 윤특파원을 믿는 것과 같이 윤선생을 믿고 있습니다. 다만 그 유끼꼬라고 하는 일본여자는 믿지 아니하고 있지요…”.

깜짝 놀란 윤하선이 질문한다; “그것을 어떻게 알고 계십니까? 유끼꼬는 저를 감시하기 위하여 일본정보부에서 붙여 놓은 여자이지요…”. 고현중이 껄걸웃으면서 말한다; “, 윤선생은 그것까지 알고 계시는군요. 다행입니다. 그렇다면 하세가와 교수에 대해서는 알고 계십니까?”.

윤하선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그래서 질문한다; “의심은 가지만 친한인사로 분류가 되던 그가 어째서 일본정부의 정한론을 내밀하게 지지하고 있는지 그 이유는 아직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혹시 아시는 정보가 있습니까?…”. 고현중이 대답한다; “하세가와 가문은 서울 명동으로 진출한 유명한 일본의 상인 집안입니다. 그러니 그 자손들이 선조들의 한국재산을 되찾고자 혈안이 되어 있겠지요…”.

그 말을 듣자 윤하선이 고현중에게 깊이 고개를 숙이면서 말한다; “제가 의심을 하면서 풀지 못한 증거를 말씀해 주시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제가 무엇을 하면 삼촌의 일을 도와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가 있을까요?”. 고현중이 간단하게 말한다; “혹시 궁금하신 사항이나 저희들의 도움이 필요하실 경우에는 제 전화번호로 연락을 주십시오. 무엇이든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저와의 만남은 크게 소용이 없었다고 유끼꼬에게 둘러대시면 좋겠습니다”.

윤하선이 급히 한가지 정보를 제공한다; “제가 조사할 시간이 없어서 한가지 부탁을 미리 드리고자 합니다. 일본계 펀드 매니저 기시 노부스께와 함께 행동하고 있는 일본계 로비스트 나까무라 겐죠라고 하는 사람에 대해서 좀 알아보시고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일본정부를 위하여 그가 미국정계에 어떠한 로비활동을 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서 그렇습니다”.

고현중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잘 알겠습니다. 저희들이 확인하는 대로 비밀리에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오늘은 이 정도에서 헤어지고 며칠 후에 또다시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윤선생은 며칠간 오사카에 머물 생각이십니까?”. 윤하선이 대답한다; “지금 동경으로 가보아야 뾰쪽한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여기 오사카에서 궁금한 사항을 탐지해보고자 합니다. 저도 자주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두사람은 굳게 악수한다. 많은 비밀을 공유하게 되었기에 일종의 동지의식을 느낀 것이다. 고현중이 전화하자 5분이 지나지 아니하여 그 청년이 방안으로 들어선다. 윤하선이 고현중에게 인사하고 그 청년을 따라 엘리베이트로 함께 지하 2층으로 내려간다.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1시간 후에 투숙한 호텔에 도착한다.

윤하선이 6층으로 올라가서 유끼꼬의 방에 벨을 누른다. 유끼꼬가 도어뷰어로 윤하선을 확인하고서는 급히 문을 연다. 그녀가 현관에 들어서는 윤하선의 목을 안으면서 말한다; “제가 걱정을 했잖아요. 앞으로는 반드시 같이 다니도록 해요. 무사히 다녀오셨으니 되었어요”.

그 눈에 이슬이 맺히는 것만 같다. 윤하선도 속이 뭉클하다. 이곳 일본에서 자신을 걱정해주는 일본여자가 있다고 하는 것도 복이다. 그래서 유끼꼬를 품에 안으면서 말한다; “그렇게 하겠소.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유끼꼬가 묻는다; “그래 삼촌 소식은 좀 들었어요”. 윤하선이 즉시 대답한다; “그들도 헤어진 윤특파원을 찾고 있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제가 당분간 오사카에 머물면서 그들과 힘을 합쳐서 삼촌을 찾자고 했어요. 한 일주일 오사카를 뒤지면 무슨 실마리가 잡힐 것입니다”.

그러자 총명한 유끼꼬가 매우 의아한 듯이 묻는다; “어째서 동경에서 사라진 윤특파원을 오사카에서 찾는다는 말이예요? 무슨 단서라도 발견이 되고 있나요?”. 윤하선이 이미 생각해둔 답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 “고현중 선생을 오늘 제가 만난 것이 천운인가 봅니다. 그가 이곳 오사카에서 며칠 전에 저의 삼촌을 본 것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와 함께 제가 그 지역을 한번 집중적으로 탐지해보려고 합니다”.

유끼꼬가 대뜸 묻는다; “윤특파원이 나타난 곳이 이곳 오사카 어디인가요?”. 윤하선이 이미 짜 놓은 시나리오대로 말한다; “이곳 신오사카 역 부근이었다고 말하고 있어요. 그러니 여기 머물면서 주변을 뒤지면 될 것 같아요. 오늘은 피곤하니 좀 쉬도록 하지요”.

그 말을 듣자 유끼꼬가 순순히 사요오나라라고 말하면서 물러간다. 그러면서 한마디를 남긴다; “2시간쯤 후에 제가 다시 올께요, 그때까지 푹 쉬고 계세요. 저녁식사를 함께 해야지요…”. 윤하선이 하품을 하면서 좋다고 하는 뜻으로 고개를 크게 끄떡인다.

그러자 유끼꼬가 총알같이 현관문을 닫고서 자기방으로 간다. 그것을 실눈으로 보면서 윤하선이 속으로 웃는다. 틀립없이 그녀는 윗선에 보고하는 일이 무엇보다 급한 것이다. 그렇게 짐작하면서 윤하선은 대충 옷을 벗은 다음에 침대에 피곤한 몸을 눕힌다. 그리고 금방 깊은 잠에 빠진다. 참으로 정신적으로 피곤한 하루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