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더말 아재29(작성자; 손진길)
6. 참으로 다사다난한 1967년
1967년 정초에 배반의 과수원에서 일하고 있는 고현택이 선더말 아재 손수석 부부를 찾아온다. 그는 술을 마셨는지 방안에 들어서자 마자 술내를 풍긴다. 그리고 그 행동이 방자하다. 말도 되지 않는 소리로 아주 무례하게 행동한다.
고현택이 사람을 겁박하는 태도로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다; “듣자하니, 선더말 아재와 아지매는 돈이 많아 ‘생선도가’를 인수하여 ‘경주수산시장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사장이 되었다고 하던데 저는 아직도 배반의 과수원에서 일하고 있는 한낱 일꾼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부자인 아재가 제게 그 과수원을 그냥 주시지요. 저도 이제는 아재 덕분에 경주에서 한번 부자로 살아봐야 되겠습니다”.
무슨 뚱딴지같은 말인가? 공산당 인민위원회가 판을 친 북한에서는 그러한 일이 해방후에 있었다고 하지만 여기 자유 대한민국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남의 과수원을 그냥 달라고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부자의 재산은 겁박하여 차지해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이상한 사상에 빠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하도 기가 막혀서 선더말 아재가 ‘허허’라고 웃고 있는데 부인 고복수는 그것이 아니다.
그녀가 지나간 친정일을 생각하는지 바르르 떨면서 말한다; “현택이 네 녀석이 내 친정에 양자로 들어와서 내 어머니를 죽게 만들고 그 재산을 가로채어 도망을 치지 않았느냐? 그 돈을 몽땅 탕진한 후에 다시 나타나서 부디 먹고 살도록 해달라고 사정을 하길래 결혼도 시켜주고 과수원 일꾼으로 먹고 살게 해주었더니 그 결과가 이렇게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것이냐? 술냄새를 풍기지 말고 썩 물러가거라”.
단호하게 말하는 선더말 아지매 고복수를 바라보면서 고현택이 능글능글하게 말한다; “아지매, 내가 과수원 일꾼으로 살고 말 사람으로 보입니까? 이 고현택은 수가 틀리면 아지매 집에 불을 질러버릴 수도 있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러니 좋게 말로 할 때 알아들으시고 한 재산을 내게 떼주시란 말입니다. 돈을 많이 벌었으면 나같은 놈에게도 한 재산을 떼어줄 줄 알아야지 아지매만 등 따시게 살면 안된다 이 말입니다…”.
고복수가 지지 아니하고 큰 소리로 말한다; “이놈, 사람을 어떻게 얕잡아 보고 고마운 것도 모르고 은혜를 원수로 갚자고 하는 것이냐? 술 마시고 취했으면 너네 집에 돌아가서 잠을 자고 정신을 차릴 일이지 정초부터 내 집에 찾아와서 이 무슨 행패란 말이냐? 경찰을 부르기 전에 얼른 물러가거라, 이 놈아”.
고현택이 이번에는 선더말 아재를 똑바로 바라보고서 눈에 살기를 띄우면서 말한다; “그렇게 안해 주시면 제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나도 모릅니다. 아재집에 불을 질러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길가는 아재를 뒤에서 공격하여 쳐죽여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과수원을 제게 그냥 주시지요. 그것이 만수무강에 이로우실 것입니다. 선더말 아재, 이제 아시겠어요?...”.
선더말 아재 손수석은 해방후에 경찰관 생활을 14년이나 지낸 사람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공비소탕 작전에 8년이나 동원이 되어 전투를 치룬 역전의 용사이다. 그래서 하도 아니꼬워서 ‘픽’하고 웃더니 갑자기 옆방으로 가서 단단한 나무로 만든 몽둥이를 하나 들고 나온다. 검도를 배운 손수석이 몽둥이를 그 손에 잡았으니 고현택이 겁을 집어 먹는다. 그래서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하여 얼른 방을 빠져 나간다.
손수석이 그 모양을 보면서 탄식조로 말한다; “허, 새해는 어떻게 정초에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가? 예부터 ‘배은망덕’이라는 말이 있더니 용서를 하고 사람답게 살도록 만들어준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일이 가까이에 있구나… 그런 고약한 일은 내 주변에서 고현택 저놈 하나로 끝났으면 좋겠는데…”. 사람을 많이 상대해본 선더말 아재 손수석의 독백이 그러하다;
그런데 1967년 1월과 2월에는 그 정도의 일만 발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선더말 아재 손수석의 장남인 손진목이 ‘대구고등학교’에서 전체성적 16등으로 졸업하게 되었다고 자랑하면서 과감하게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응시한다. 당시 ‘대구고등학교’에서는 한해에 10명 정도 서울대학교에 합격자를 내고 있는데 그것도 입학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서울사대와 수원에 있는 서울농대를 합쳐서 그러하다.
그런데 전교 16등에 불과한 손진목이 눈이 높아서 감히 서울 문리대 정치외교학과에 지원한 것이다. 그 말을 들었을 때에 이제 경주 문화중학교 2학년을 마치고 있는 손진길은 어른스럽게 자신의 고개를 갸웃한다. 대학입학시험에 있어서 가진 바 실력보다는 혹시 그날의 운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혼자 속으로 생각한다; “본래 큰 시험이라고 하는 것이 ‘기칠운삼’이라고 하여 실력이 7할이고 운이 3할이라고 한다. 그래서 흔히 당락여부는 한번 직접 시험을 쳐보고 그 결과를 보아야 안다고 말들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실력이 미치지 못하면 떨어지기 십상이다.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저렇게 무모한가?...”.
중2짜리의 눈에도 그 도전은 무모하게 보인다. 그래서 시험을 당당하게 치르고 그 결과를 보겠다고 서울로 올라가는 형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하지만 장남을 언제나 믿고서 무조건 응원하고 있는 안방마님 고복수는 잘 다녀오라고 넉넉하게 돈을 준다. 그 모습을 보고서 선더말 아재는 그냥 출근을 하고 만다.
그런데 서울로 간 손진목이 한달이 지나도 집으로 돌아오지를 않는다. 가족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대학교는 2차도 있는데 그는 2차에 응시를 하지 아니하고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모두들 걱정을 하고 있는데 대구에서 청송 사이를 운행하고 있는 버스기사 한씨로부터 차주인 선더말 아재에게 급히 회사로 연락이 온다. 손진목이 차사고를 냈으니 급히 청송으로 와보셔야 하겠다는 것이다.
선더말 아재 손수석이 택시를 대절하여 청송 현지까지 급히 달려간다. 그곳에서 그가 본 것은 끔찍한 참사이다. 대학시험에 떨어진 장남 손진목이 집에 돌아오지 아니하고 그 버스를 타고서 제멋대로 지내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다가 심심하니까 면허도 없이 한번 운전을 해보았는데 그만 어린아이를 치고 말았다.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죽고 말았다. 그 일을 당하자 운전수 한씨가 급히 집으로 연락을 한 것이다;
그 엄청난 일을 어떻게 수습을 해야만 하는가? 선더말 아재가 자초지종을 파악한 다음에 장남 손진목에게 한마디를 한다; “네가 부주의하여 사람을 죽게 했으니 어떻게 할 작정이냐? 사과는 했느냐?”. 손진목이 벌벌 떨면서 고개를 가로 흔든다. 선더말 아재가 보니 장남 손진목은 일만 저질렀지 그것을 책임지고 수습할 수 있는 담력과 강단이 없는 위인이다. 그 그릇의 크기를 짐작하면서 죽은 아이의 부모님을 찾는다.
사람들이 많이 있는 병원이다. 그렇지만 선더말 아재는 그것을 상관하지 않는다. 자식의 잘못이 바로 부모의 잘못이라고 믿고 있는 손수석이다. 그러니 자신이 그 아이를 죽게 한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러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있는 선더말 아재이기에 그 병원에서 죄인의 심정으로 죽은 아이의 부모 앞에 무릎부터 꿇고 만다;
선더말 아재 손수석이 젊은 부부에게 무릎을 꿇고서 통사정을 한다; “제가 자식을 잘못 가르쳐서 그만 댁의 귀한 아들을 죽게 만든 죄인입니다. 저를 용서하지 마시고 실컷 벌하십시오. 제가 자식을 대신하여 그 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그리고 원하시는 모든 배상과 보상을 다 해드리겠습니다. 같은 부모가 된 심정으로 제가 제 손으로 직접 죄없이 희생을 당한 댁의 자제에게 사죄를 하고 편히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복을 빌면서 염을 해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허락을 해주십시오. 이렇게 빌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그들 젊은 부부가 눈물만 뚝뚝 흘린다. 그리고 아들의 시신이 안치가 되어 있는 방으로 인도한다. 그곳에서 선더말 아재는 직접 장의사를 불러서 자신의 손으로 함께 염을 한다. 그리고 그 시신 앞에 절을 하면서 고백한다; “제가 잘못 했습니다. 억울하게 희생이 되었으니 얼마나 원통하겠습니까? 그 벌을 제가 아들을 대신하여 받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저를 벌하시고 원한을 푸시고 좋은 곳으로 가십시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만 본 장남 손진목이다. 그는 아버지의 사랑이 그러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안 것만 같다. 그래서 그 아이의 장례가 무사히 끝나고 부친이 엄청난 손해배상을 해주고 나자 비로소 집으로 돌아온다. 그 다음에는 다시 대구로 가고 만다. 대구의 학원에 가서 다시 공부를 하고 반드시 서울에 있는 명문대학으로 진학을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그는 경주의 집을 떠난 것이다. 과연 그의 소원이 이루어질 것인가?...
버스회사에서 오래 총무일을 한 선더말 아재는 간간이 그러한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그 일을 수습하는 일에 언제나 앞장을 선 사람이다. 그는 무엇보다도 무죄하게 희생을 당한 당사자와 그 가족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빈다. 그리고 섭섭하지 아니하게 최대의 배상과 보상을 해주고 있다. 버스회사가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버스에 치여서 희생을 당한 사람들에게 최대한의 성의를 표시하는 것이 옳다고 그가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아들 그것도 장남이 그러한 사고를 칠 줄은 몰랐다. 그 일을 수습하면서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부친이 살아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도 장남이 그것을 옳게 배우지를 않는 것이다. 그것은 선더말 아재 자신이 부족하여 그런 것만 같다. 그러한 자책감이 들지만 사업에 바쁜 그는 어쩔 수가 없다. ‘제빙냉동공장’을 짓는 일에 바빠서 그만 다시 그 일에 파묻히고 만다.
그런데 그해 1967년 봄이 끝나기 전에 성건동 엿공장에서 급히 연락이 온다. 매형인 이도성이 갑자기 병이 들어 위독하다는 것이다. 선더말 아재 손수석이 정신없이 엿공장으로 자전거를 타고 달려간다. 가서 보니 의사가 왕진을 와 있다. 매형인 이도성은 혼수상태이다. 그래서 옆방으로 가서 의사에게 물어본다; “환자의 상태가 어느 정도로 위급한 것입니까?”.
나이가 든 의사가 말을 아끼면서 한마디를 한다; “제가 왕진을 와서 진찰을 해보니 벌써 환자가 숨을 거두고 있었습니다. 병의 원인은 자세하게 알 수가 없지만 사인은 심장마비입니다. 제가 곧 사망진단서를 떼어 드릴 테니 장례를 서두르셔야 할 것입니다”.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다. 그 옛날 그 추운 일본의 북해도에서도 강건하게 삼판에서 오래 십장으로 일한 이도성이다. 아직 50대 중반에 불과한 그가 어째서 이렇게 허무하게 별세를 하고 있는가?
그러나 이미 숨이 끊어진 사람을 어찌할 것인가? 선더말 아재는 조카인 이중희를 불러서 빨리 예천 용궁출신인 이복형들에게 연락을 취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이 오기를 기다려서 4일장이 되든지 5일장이 되든지 초상을 치르자고 말한다. 그리고 어디에 묘를 쓸지 상주인 형들과 상의를 하라고 가르친다. 나이가 20살이 된 조카 이중희가 신속하게 일을 잘 처리한다.
선더말 아재는 남편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누나 손해선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조모 서배 할매와 함께 손수석 자신을 업어서 키운 10살 위의 누나이다. 그 누나가 이제는 미망인이 되고 말았다. 앞으로 남은 세월을 장남 이중희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 그 긴 세월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
이틀이 지나자 엿공장으로 이도성의 장남과 차남이 찾아온다. 그들은 서울에서 살고 있는데 부친의 별세소식을 듣고서 한걸음에 달려온 것이다. 그 두사람은 딱 한마디만 한다; “저희 아버지는 저희들이 차량으로 운구하여 고향 선산으로 모시겠습니다. 동생인 중희만 저희들과 동행을 하면 됩니다. 그렇게 아시고 협조를 해주십시오”;
그 말을 들으면서 선더말 아재 손수석은 그 두사람의 행색을 살핀다. 30대로 보이는 그 두사람은 신사복을 입고서 제법 잘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일찍이 매형 이도성이 한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내 사촌동생이 이 나라의 장관자리에 있어. 그래서 그 끈으로 내 아들들이 서울에 가서 자리를 잡고 살고 있지. 이제는 애비를 별로 어렵게 생각하지를 않아. 그러니 나도 그들에게 크게 정이 없어…”.
선더말 아재는 그들 젊은이들에게 에미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는 누나 손해선의 신세가 가련하게 보인다. 그래서 성건동의 엿공장을 처분하고 그 돈으로 안압지 부근에 참한 집과 밭을 사서 편하게 살도록 조치를 취해준다;
그리고 그해 여름에는 조카인 이중희를 은행에 취직을 시킨다. 국민은행 경주지점장이 하루는 지점장실에서 수산회사 사장이며 전주인 손수석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경주지점이 별로 크지가 않아서 그런지 직원들이 얼마 근무하지 아니하고 자꾸만 대도시인 대구로 빠져나가버립니다. 여기 경주지점을 그저 스쳐 지나가는 장소로 생각하는 모양이지요”.
지점장이 자신의 결심을 언뜻 밝힌다; “그래서 저는 가능하면 현지인으로 보조직원을 뽑아서 수위일을 겸하면서 이 지점을 제집처럼 오래 지키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정보를 흘려 듣지 아니하고 선더말 아재가 자신의 조카인 이중희를 천거한다.
그러자 하루는 지점장이 이중희의 면접을 본다. 그는 이중희가 젊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부친으로부터 한학을 많이 배워서 한문에 밝을 뿐만 아니라 사람이 굉장히 성실하고 신중하다는 사실을 파악한다. 그래서 지점장의 권한으로 그를 흔쾌히 채용한다. 조카 이중희도 거기서 근무하기를 참 좋아한다;
그렇게 좋은 일이 누나 손해선의 집에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 좋지 아니한 일이 찾아온다. 그것은 서악으로 시집을 가서 살고 있던 장녀 이문자가 보따리를 싸서 안압지 부근의 친정으로 돌아와버린 것이다;
그녀는 남편이 자신보다 어리석어서 더이상 함께 살고 싶지가 않다는 것이다. 세상에 별거와 이혼을 하는데 그러한 핑계거리도 있는가?
선더말 아재는 그러한 일이 발생하자 누나 손해선의 안색을 살핀다. 그녀는 자신의 신세를 어찌 딸이 그렇게도 따라오고 있는지 그것이 안쓰러워서 크게 야단도 못하고 있다. 다만 그 동생인 이중희는 누나의 행실이 마음에 들지가 않는다. 그래서 세상에 하나뿐인 누나이지만 별로 좋아라 하지를 않는다. 그렇지만 그는 모친에 대한 효심만은 지극하다.
그 모습을 선더말 아재가 묵묵히 바라보고만 있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들을 생각해본다. 장남은 무모하게 ‘서울대학교’에 도전을 했다가 낙방하자 그만 가출을 하고 큰 사건을 저지르고 말았다. 다시 대구에 가서 공부를 한다고는 하지만 그 재수의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망은 있지만 그것을 뒷받침할 실력을 차근차근 쌓지를 않고 있으니 그것이 문제이다.
그래서 이제 중학교 3학년이 되어 있는 차남 손진길에 대하여 생각을 해본다. 그는 국민학교를 마치고 대구의 최고의 명문인 ‘경북중학교’에 응시하여 보기 좋게 낙방을 했다. 2차인 ‘대구중학교’에 시험을 쳤지만 선더말 아재는 스스로 자존심이 상해서 그곳에 보내지를 아니했다.
선더말 아재는 자신의 아들 둘이 모두 비싼 돈은 들여 대구에서 2차에 다니는 꼴을 보고싶지가 않다. 돌이켜보면, 손수석은 청소년 때부터 일본 동경에서 돈을 벌어가면서 고학을 했는데 자신의 아들들은 부잣집 아들로 쉽게 호강을 누리고자 하고 있으니 그것이 영 마음에 들지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선더말 아재 손수석이 개인적으로는 외로워서이다. 자신의 형제들과 일가친척들이 하나같이 손수석의 도움만을 바라고 있다. 스스로 나서서 앞날을 개척하고 손수석 자신을 도와주는 그러한 인사가 없다. 어떻게 집안이 그렇게 한민할 수가 있는가? 그러니 자신의 자식들이라도 선더말 아재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그러한 인물로 자랐으면 하고 바라고 있는 것이다.
과연 차남인 손진길에게서는 그러한 싹수가 보이고 있는 것일까? 선더말 아재 손수석은 자신의 동지이자 매형인 이도성이 50대 중반에 일찍 세상을 떠나고 나자 부쩍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된다. 40대 중반에 불과한 자신이 벌써 늙어가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손수석은 일찍부터 차남인 손진길만은 장남인 손진목과 달리 한번 제대로 키워보고자 생각을 굳힌다. 과연 선더말 아재의 은근한 아들 훈육법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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