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더말 아재(손진길 소설)

선더말 아재2(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6. 10:25

선더말 아재2(작성자; 손진길)

 

1953년 10월이 되자 경주경찰서장이 정기인사를 실시한다. 정기인사의 주안점은 일선의 지서장과 본서의 계장들에 대한 수평적인 인사교류에 있다;

 따라서 7개월간 본서의 보안계장으로 일하고 있던 손수석 경사가 이번에는 외동지서장으로 발령이 난다. 인사가 10월 3일자이지만 업무의 인수인계가 있으므로 실제로 부임 날자는 10월 10일이다.

일처리가 빠르기로 소문난 손수석 경사는 이틀만에 모든 인수인계절차를 끝낸다. 마침 외동지서장인 후배 김순재 경사가 본서 보안계장 자리로 오게 되므로 서장이 손경사와 김경사의 자리를 맞교환한 인사이다. 따라서 두사람은 이틀만에 인수인계를 얼른 끝내고 각자 5일 동안 자유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그 시간에 이사준비도 하고 개인적인 볼일도 보고자 하는 것이다.

김순재 경사의 경우에는 외곽인 외동지서장으로 근무를 하다가 본서 보안계장으로 오게 되니 무척 좋아한다. 그는 본서에 들어와 근무하면서 이제는 경위가 되는 진급시험을 보려고 준비하고자 한다. 그래서 아예 지서의 관사를 비워주고 경주로 완전히 이사를 한다. 그러나 손수석의 경우는 다르다. 애초에 그는 경위로 진급할 마음이 없다.

당시에는 경위가 되면 본서에서 과장의 직책을 맡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거의 자유시간이 없어진다. 서장에게 직접 보고를 하고 간부회의에 계속 참석하다가 보면 경찰업무 이외에는 전혀 세상일에 대하여 알 수가 없게 된다. 손수석 경사는 그렇게 모든 시간을 경찰 공무원으로 지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따라서 진급시험을 포기하고 경위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 것이다.

손수석은 대한민국이 경제건설을 하게 되는 때가 되면 자신이 사업가가 되어 그 일에 한번 매진을 해보고자 생각하고 있다. 일찍이 일본 북해도에서 사업을 통하여 돈을 크게 벌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사로 지내면서 그렇게 장사를 할 수 있는 사업분야가 있는지를 한번 탐색해보고자 한다.

그러한 계획을 지니고 있기에 이제 손수석은 구태여 일선지서장 관사로 전 가족이 이사하지 않는다. 경주 읍내 노동의 집에 가족을 그대로 두고 혼자만 지서장 관사로 이사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말에는 어김없이 경주 읍내 노동의 집으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경주의 유지들을 만나고 사업할 분야를 탐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손수석은 5일간 남는 시간에 사복으로 갈아입고 강원도 탄광촌으로 찾아간다. 한국의 탄광은 과연 그가 옛날 근무했던 일본 북해도의 탄광과 어떻게 다른가를 실제로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제 전투가 끝나고 휴전이 되었으므로 강원도 탄광에서는 제대로 채탄작업을 하고자 할 것이다. 오랜 전쟁으로 말미암아 산지가 많이 훼손이 되었으므로 땔감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화목을 구하기가 힘들다. 따라서 서민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석탄으로 만든 연탄이 난방용으로 절실한 것이다;

그리고 정상적으로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비록 매연이 심하다고는 하지만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화력발전소를 다시 가동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발전소용 석탄의 공급이 긴요한 것이다;

그러면 석탄회사에서는 탄광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무엇보다도 광부들이 먹을 양식과 갱도의 보수를 위한 갱목이 필요하다. 손수석은 차제에 그것을 한번 납품해보고자 내심 계획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석탄회사를 여럿 방문하여 광부의 수를 알아본다.

그리고 실무자들을 만나서 석탄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연간 양곡의 양과 갱목의 수를 확인한다. 그들과 한 이틀 사귀면서 안면을 튼다. 그리고 그 물량을 자신이 후방에서 안정적으로 지원할 터이니 자신과 계약을 맺자고 제안한다.

그들 실무자들의 입장에서는 이제 휴전이 되어 강원도의 탄광을 다시 가동하게 되었으므로 그 준비에 무척 바쁘다. 무엇보다도 광부를 구하고 갱도를 보수하는 계획을 짜는 일이 우선이다;

 그래서 당장은 양식과 갱목을 구하는 일에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손수석이 스스로 찾아와서 양식과 갱목을 한꺼번에 공급해주겠다고 하니 그야말로 환영의 분위기이다.

석탄회사에서는 그 일에 이제는 일손을 덜 수가 있다고 생각하였는지 손수석과 당장 납품계약을 체결하여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자 한다. 따라서 강원도 현지에서 손수석은 그 계약 건을 단 3일만에 성사시키고 만다. 역시 경험이란 중요하다. 그가 일본 북해도에서 그러한 사업을 해본 경험이 있기에 그 노하우가 그대로 활용이 된 것이다.

경주에 돌아온 손수석은 고향인 내남과 윗동서인 손태호가 관리하고 있는 천북에서 지주인 그가 소작료로 받은 양식을 전부 기차에 실어서 강원도 석탄회사로 보낸다;

그 수금은 나중에 일괄적으로 그가 석탄회사를 직접 방문하여 하고자 한다. 탄광에서 석탄을 팔아서 돈이 생기면 그때 후불로 받는다고 그렇게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그렇게 ‘선 납품, 후 결재’의 형식이므로 그 납품가가 시중가에 비해서 1할 정도 비싸다. 그래도 자금이 딸리는 석탄회사에서는 그 조건이 좋다고 한 것이다. 물론 그 차액을 손수석이 차지하게 된다. 그것이 그의 자본의 힘이다.  

그 다음에 손수석은 강원도 산지에 있는 대규모 삼판회사를 찾는다. 탄광에서 갱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목재를 대규모로 구입하기 위한 것이다;

그들과 계약을 맺고 그 물량을 강원도 석탄회사로 바로 보낸다. 그리 멀지 아니한 거리이므로 수송비를 절감할 수가 있다. 물론 목재의 대금은 손수석이 먼저 삼판회사에 현찰로 지불하고 그는 나중에 석탄회사를 방문하여 수금을 하고자 한다. 현찰로 막대한 양의 목재를 한꺼번에 사는 것이므로 삼판회사에서 할인의 혜택을 얻고 있다.  

따라서 손수석은 두가지의 이익을 얻게 된다; 하나는, 그가 현찰로 싸게 구입한 목재를 석탄회사에는 제값을 받고 납품한 것이므로 그 차액을 그가 얻게 된다. 또 하나는, 납품대금을 후불로 받게 되므로 그만큼 납품 값이 비싼 것이다.

그러한 두 종류의 차액을 이익으로 얻고 있는 것이 손수석의 사업수완이다. 물론 그 일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먼저 필요하다. 손수석이 그러한 거금을 지니고 있기에 그 사업에 손을 대고 있다. 그리고 그는 자신 소유의 드넓은 농지에서 생산한 쌀을 매년 소작료로 받고 있는 대지주이다;

그러므로 손수석은 그 쌀을 일괄적으로 강원도 탄광에 넘기고 그 대금을 착실하게 나중에 후불로 챙기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석탄회사에서는 안정적인 양식과 갱목의 확보를 위하여 1할 정도의 이익을 납품업자에게 보장해주고 있다는 관행을 손수석이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그 이익을 그가 챙기고 있는 것이다. 휴전이 되자 마자 손수석이 진급시험을 포기하고 아예 개인적으로 그렇게 돈을 벌고 있다고 하겠다.

손수석 경사는 1953년 10월 10일부터 외동지서장으로 근무를 시작한다. 외동은 경주읍에서 불국사까지 이르는 남쪽지역을 말한다;

참고로, 경주 불국사의 전경이 다음과 같다;

 외동에 괘릉이 있고 그 근처에 양반 동네인 ‘서배 마을’이 있다. 그리고 역사가 오랜 ‘국민학교’가 하나 자리를 잡고 있다. 손수석은 어렸을 때에 조모인 서배 할매 이채령으로부터 옛날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 가운데 ‘서배 마을’과 ‘외동소학교’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서배 할매 이채령의 부모님과 조상들이 전부 그 마을 선산에 잠들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외동소학교’는 그 마을의 천석꾼 집안인 외가 쪽에서 세운 학교이며 안성기 교장과 이영수 교장이 차례로 운영을 했다고 한다.

이영수 교장은 서배 할배 손상훈의 절친인 지주 김춘엽의 손자 김호길의 장인이라고 한다. 조모 이채령으로부터 들은 그 옛날 이야기가 생각이 나자 손수석 지서장은 일부러 외동에 있는 그 ‘국민학교’를 방문한다;

그곳에서 그는 변성수 교장을 만나게 된다. 변 교장은 손수석 지서장보다 연상이다. 교육자의 풍모가 엿보이며 사람이 신실해 보인다. 손수석이 조모로부터 전해 들은 옛날 이야기를 그와 나누자 변 교장이 그렇게 좋아한다. 그 옛날의 ‘외동소학교’가 지금 자신이 교장으로 있는 그 ‘국민학교’의 전신이기 때문이다.

그 학교의 역사를 손 지서장에게서 들으면서 변 교장이 말한다; “제가 이 학교에서 일찍이 공부를 한 사람입니다. 오래 교편생활을 하다가 이제 교장이 되었는데 그 옛날 은사들의 행적을 아시는 분을 만나니 반갑기가 그지 없습니다. 앞으로 친하게 지내도록 하십시다”.

손수석이 크게 고개를 끄떡이면서 다시 악수를 청한다. 그때부터 손수석 지서장은 변성수 교장과 자주 만나면서 흉허물이 없는 사이가 된다. 그것은 그 옛날 서배 할배 손상훈과 그의 절친인 지주 김춘엽이 맺어주고 있는 귀한 인연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손수석은 그가 외동지서장으로 있는 동안에 변교장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런데 이듬해 봄이 되자 다시 인사발령이 난다. 손수석 경사가 본서의 수사계장으로 전보가 된다. 수사계장으로 있던 이진수 경사가 진급시험에 합격하여 그 자리가 공석이 되자 서장이 고참 경사인 손수석을 임명한 것이다. 아무래도 경찰관 경력이 많은 경사가 그 직책을 맡는 것이 좋다고 서장이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손수석은 6개월 동안의 외동지서장 직무를 마치고 1954년 4월 10일부터는 경주경찰서 수사계장으로 일하게 된다. 이제는 경주 노동의 집에서 매일 본서로 출퇴근을 할 수가 있다. 따라서 아내 고복수가 그렇게 좋아한다. 주말에만 만나는 남편보다 매일 만나는 남편이 훨씬 좋은 것이다. 그렇게 행복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그들 젊은 부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