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천 할매(손진길 소설)

봉천 할매15(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9. 30. 07:12

봉천 할매15(작성자; 손진길)

 

   1940년 5월경 손수석 곧 쯔끼모도는 탄광에서 경리일을 보고 있는데 그는 회사가 받침목을 대규모로 구입하고 있는 건에 대하여 자꾸만 관심이 간다. 광부들이 갱도에서 안전하게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굴이 무너지지 아니하도록 사전에 많은 받침목으로 벽과 천장을 만들어야만 하는데 그 작업에 엄청난 목재가 사용이 된다;

그리고 갱도의 바닥이라고 하여 그냥 맨땅이 아니다. 석탄을 캐내기 위하여 광부들이 막장까지 접근하기 위해서는 갱도바닥이 단단해야 한다. 그리고 캐낸 석탄을 운반용 궤도차에 실어서 바깥으로 내보내기 위해서는 갱도 바닥에 침목을 깔고 선로까지 설치해야 한다. 그러므로 갱도야 말로 그 침목까지 계산하면 마치 건물을 짓는 것과 같이 목재의 구입비용이 막대하게 소요가 되고 있다;

그래서 석탄회사에서는 안정적인 목재의 구입을 위하여 애를 쓰고 있는데 문제는 그 공급이 요즈음 원활하지가 못하다. 그 이유는 일제의 침략전쟁이 한창이라 많은 젊은이들이 징집을 당하고 있으므로 일본의 건설현장과 벌채현장에서 다같이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쯔끼모도는 목재구입에 관한 건으로 공급 현지에 출장까지 가게 된다;

그러나 벌채현장에서는 인력이 부족하여 채탄회사가 필요로 하는 목재를 제때에 공급하는 것이 무리라고 한다. 그 문제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가 있을까? 홋카이도 삿뽀로 지역에서 인력을 구하기가 힘이 든다고 하면 다른 곳에서 구하는 도리밖에 없다. 따라서 쯔끼모도는 인력을 구하기 위하여 가네야마 과장에게 허락을 얻어서 멀리 동경과 오사카까지 출장을 간다.

동경 안춘근의 쌀가게에 들렀지만 그 지역에서는 조선에서 온 노동자를 쉽게 발견할 수가 없다. 그래서 오사카로 가서 배인근의 우동가게에 들린다. 오래간만에 막내 아우가 왔다고 하면서 배인근 형님이 반색을 한다. 그날 손수석은 우동가게에서 배인근에게 회사에서의 애로사항을 이야기하면서 혹시 조선인 체류자를 만날 수가 있는지를 묻는다;

그 이야기를 들은 배인근이 갑자기 미소를 띤다. 그리고 말한다; “동생, 이따 내 집에 함께 가서 어른들께 인사부터 드리도록 하지. 그러면 그 자리에서 그 문제는 바로 해결이 될 것이야…”. 이것이 무슨 이야기인가? 손수석이 궁금하여 배인근의 얼굴을 쳐다보지만 그는 시침을 떼고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혼자서 싱글벙글할 따름이다.

그날 평소보다 우동가게의 문을 조금 일찍 닫고서 배인근 부부가 손수석과 함께 집으로 간다. 그의 부친인 배종성과 모친인 장화옥이 저녁식사를 준비하느라고 분주하다. 퇴근한 배인근 부부가 부모님을 도와서 저녁상을 일층과 이층의 여러 방으로 운반을 한다. 그것을 보고서 손수석은 ‘이집에 손님들이 많이 와 계시는구나’ 하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손수석은 어른이신 배종성 부부에게 절을 한 다음에 물어 본다; “어디서 손님들이 많이 오셨기에 어르신들께서 저녁식사준비를 하시느라고 그렇게 바쁘신 것입니까?”. 배종성이 웃으면서 답한다; “가게에서 내 아들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가 보구나. 요즈음 우리집에서는 방이 많다 보니까 하숙을 치고 있다네. 우리 부부가 늘그막에 하숙을 다 쳐보고 있구만 그려…”.

어디서 온 하숙생들일까? 손수석이 여전히 궁금해하는 모습을 보고서 배인근이 말을 한다; “동생, 그들 하숙생이 바로 조선에서 일자리를 찾아 이곳 오사카까지 온 사람들이야. 도항증도 없이 대담하게 밀항하여 오사카까지 흘러 들어왔으니 실로 대단한 사람들이지. 돈을 벌어서 조선의 고향집에 송금만 할 수가 있다면 어디에 가서 무슨 일이라도 할 사람들이야…”;

그 말을 듣자 손수석은 아까 우동가게에서 배인근 형님이 집에 가서 보면 안다고 한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를 즉시 깨닫는다. 그래서 급히 물어본다; “형님, 그들의 수가 몇명이나 됩니까? 그리고 조선 어디에서 온 사람들인데요?”. 배인근이 빙긋 웃으면서 답한다; “동생이 조선노동자가 몇 명 필요한지는 몰라도 그들이 8명이나 되니 제법 도움이 될게야. 그리고 그들은 모두 경상도 문경과 예천에서 온 사람들이지”.

그날 배인근은 고맙게도 그들 8명 하숙생의 대장 노릇을 하고 있는 조선의 선비 한 사람을 손수석에게 소개를 시켜준다. 손수석이 자신보다 그 사람이 연상으로 보이므로 깍듯이 절을 하면서 예를 갖춘다. 그러자 그 선비풍의 인물이 맞절을 하면서 젊은 손수석의 얼굴을 한참 쳐다본다. 그러면서 말문을 연다; “배사장의 말이 조선에서 온 노동자들을 찾고 계신다고 하는데 어떤 일에 인력이 필요하신 것입니까?”.

손수석이 웃으면서 말한다; “그 일은 먼저 자기소개를 하고나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저는  경주 월성 내남 출신인 손수석이라고 합니다. 아직 20살이 되지 않았으니 말씀을 낮추셔도 됩니다”. 그 말을 듣자 그 사람이 흠칫 놀라면서 자세를 바로 잡고서 말한다;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시골 양반집의 자제이시군요. 경주 손씨인가 봅니다. 저는 예천에서 온 여주 이씨인데 이름이 이도성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나이가 얼마 안됩니다. 금년에 30입니다”.  

그 말을 듣자 손수석이 말한다; “저보다는 10년 이상 연상이시니 제가 형님으로 알고서 편하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저는 북해도에 있는 미쯔비시 탄광에서 서기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삼판에서 벌채를 하는데 인력이 많이 필요하여 이렇게 조선에서 온 동포분들 가운데 함께 일하실 분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일하실 분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지요…”.

이도성이 말한다; “저희들은 같은 배를 타고서 일본으로 건너온 예천과 문경 사람들입니다. 저까지 8명이지요. 그런데 그 추운 곳에서 삼판일을 하게 되면 급료는 많이 줍니까?”. 손수석이 답한다; “여기 오사카에서 노동일을 하셔서 일당을 얼마 받는지는 몰라도 그곳은 추운 곳이라 이곳보다는 훨씬 급료가 높습니다. 다만 삼판일이라 힘이 들지요. 그러나 그만큼 돈을 많이 줍니다. 어떻게 일하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그 말을 듣고서 이도성이 쾌히 말한다; “저는 고향 서당에서 훈장을 하다가 이곳까지 왔습니다. 나이가 제일 많아서 임시로 십장 역할을 맡고 있지요. 이곳 오사카에서 버는 것보다 많이 주신다고 하니 저는 손형을 믿고서 북해도로 함께 가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제가 동료들의 의견을 수합하여 알려드리겠습니다”. 과연 10분 남짓 지나자 전원이 함께 행동하기로 했다고 하는 답을 가져다 준다. 그것을 보고서 손수석은 이도성이 상당히 지도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하고 그의 손을 마주 잡고서 앞으로 어려운 일을 함께 잘해보자고 말한다;

 

그때서야 손수석이 이도성에게 묻는다; “그런데 일본 땅에 들어오셔서 생활을 하시자면 일본어가 필요한데 그 언어문제는 어떻게 해결을 하셨습니까?”. 이도성이 ‘씨익’ 웃으면서 말한다; “그렇게 일본어를 잘하는 편은 아닙니다마는 우리 8명은 조금씩 생활 일본어는 할 줄 압니다. 왜냐하면, 일찍이 일본으로 일자리를 찾아 오려고 고향에서부터 일본어를 배웠기 때문입니다. 일본어선생을 구하여 십시일반으로 돈을 거두어 주고서 비싸게 배웠지요. 하하하…”.

손수석은 다음날 아침에 먼저 그들을 데리고 전철을 이용하여 오사카 역으로 이동한다;

그 다음에 곧바로 기차를 타고서 홋카이도 삿뽀로로 간다;

 그곳에서 삼판을 경영하고 있는 일본인 가토를 만난다. 가토가 그 인근 산지에서 대대적으로 벌목을 하여 미쯔비시 탄광에 목재를 많이 공급하고 있는데 나이가 고령이다. 그는 일본인이므로 조선인 노동자를 멀리서 구해와서 인력을 보충할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므로 쯔끼모도가 조선인 노동자 8명을 구해다 주니 너무나 좋아한다.

한 일주일쯤 지났을 때에 쯔끼모도가 목재 구입 건으로 다시 가토사장을 찾는다. 그때 가토가 말한다; “저는 나이도 많고 이제는 삼판일이 힘이 들어서 대를 물려줄까 하는데 자식이 없어요. 그러므로 이 일을 쯔끼모드 당신이 조선인 노동자들과 힘을 합하여 나대신 수행하고 이익을 나누었으면 하는데 생각이 어때요?”;

쯔끼모도는 이것이 일본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사토 사장은 나이도 많지만 삼판일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노동집약적인 사업인 것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므로 자신과 같이 조선인 노동자를 많이 데리고 올 수 있는 사람을 동업자로 삼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예리하게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조선인 노동자를 더 구하는 방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쯔끼모도는 오사카 배인근 형에게 전화로 부탁을 한다. 조선인 노동자를 하숙하면서 괜찮은 사람을 좀 구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손수석의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1940년 가을에 탄광에서는 광부를 모집하여도 응모자가 별로 없는 기이한 어려움에 봉착을 하고 있다. 따라서 후쿠다 부장이 조선인 출신인 쯔끼모도에게 지시를 한다. 조선으로 들어가서 광부를 모집하여 오라는 것이다. 쯔끼모도가 단단히 묻는다; “부쪼상, 몇명을 모집하여 오면 됩니까? 그리고 급료는 지금 광부들이 받고 있는 것과 동일합니까?”;

후쿠다 부장이 쯔끼모도를 똑바로 보면서 분명하게 말한다; “우리 탄광에 1,000명의 광부들이 일하고 있는데 장차 절반 가까이 공석이 될 것으로 보여. 그러므로 그 공석을 조선인 노무자로 채울 생각이야. 지금 광부로 오게 되면 일본인 광부와 급료가 같아. 그러나 몇 년 후에는 아마 강제적인 방법으로 군부가 광부를 보충하고자 하겠지 그때에는 나도 급료를 장담할 수가 없어. 군에서 필요로 하는 석탄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 안되기 때문에 군부가 직접 관여를 할 것이고 그들은 손쉽게 징용으로 그 인력을 벌충하고자 할 것이야. 아마도…”.

불행하게도 후쿠다 부장의 예견이 훗날 적중하고 만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쯔끼모도가 조선으로 정상적인 광부를 모집하기 위하여 파견이 된다. 그는 일본인 광부와 같은 급료를 받게 되는 조선인 노동자를 모집하러 간 것이다. 그 거대한 사업을 손수석은 어떻게 수행하게 될까? 그것이 그의 고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그러한 것들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