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이민자(손진길 소설)

시간 이민자2(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0. 7. 6. 15:18

시간 이민자2(손진길 소설)

 

이상우는 하나은행 지점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박창진을 만나자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가 만일 상우 자신을 버려 두고 혼자서 타임머신을 타고 일년후로 돌아가버렸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고맙게도 박창진은 이상우를 데리고 함께 타임머신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친절하게도 타임머신의 시간을 202076일 월요일 오전 11로 맞추고 있다. 박창진이 시동을 걸자 이번에는 주변의 풍경이 뒤로 물러나기를 시작한다. 역시 10분쯤이 지나자 두사람을 태운 타임머신이 처음 출발했던 그 장소 그 시간대로 도착한다.

두사람은 타임머신이 있는 내실에서 3호실 곧 박창진의 사무실로 돌아온다. 다시 원탁에 있는 의자에 마주 앉게 되자 박창진이 이상우를 보면서 씨익 웃는다. 그리고 말한다; “이 선생님, 제 말이 맞지요. 우리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저 타임머신은 능히 이 선생님을 원하는 과거의 시간대로 데리고 갈 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

박창진이 자신보다 20살 이상이 많은 이상우를 찬찬히 보면서 말한다; “이제는 이 선생님께서 어떻게 하실지 결심하시고 조만간 저에게 말씀해주십시오. 그리고 궁금하신 사항은 언제나 전화로 또는 직접 방문하여 제게 문의하시면 됩니다. 일생일대의 중요한 일이니 사전에 가족들과 충분히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

이상우는 당장은 아무런 생각이 없다. 그래서 박창진과 악수하고서 시간이민자사무실을 빠져나온다. 여름날씨가 쾌청하고도 상쾌하다. 그렇지만 이상우의 머리속은 복잡하다. 그가 타임머신이라고 하는 것을 타보고 일년전의 시간으로 다녀오기도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들이 자신을 시간이민자로 초청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스스로 물어본다; “나는 한국에서 69년이나 살고 있다.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하고나서 8년이나 실업자로 지내고 있다. 그러한 나에게 다시 옛날 젊은 시절로 되돌아갈 수가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그러니 나는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 “.

세종로 교보문고에서 안국동에 있는 자택까지 걸어가면서 이상우는 여러가지 생각을 한다. 아무래도 가장 마음에 걸리는 사람이 부인이다. 함께 40년을 살아온 조강지처이다. 그녀를 홀로 두고 나 혼자 젊은 시절로 되돌아가도 좋은 것인가?...

자녀들은 모두 출가하여 자신들의 가정을 이루고 잘 살고 있다. 그러므로 오로지 부인 생각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날부터 이틀동안 이상우는 깊은 생각에 빠진다. 그 모습이 평소와 많이 다르기에 부인 윤성혜 여사가 물어본다; “여보 어디 편찮으신 거예요?... “.

그 말을 듣자 이상우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보, 내가 요즘 한가한지 별의별 생각을 다하고 있어요. 만약 내가 젊은 시절로 되돌아간다고 하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 이상우는 의미가 있어서 하는 말인데 부인 윤성혜는 헛소리로 들린다.

그래서 그녀가 별소리를 다 듣겠다는 듯이 대답한다; “당신이 파우스트도 아니고 어떻게 젊은 시절로 되돌아 가겠어요? 만약 그렇게 되면 당신은 처녀시절의 나를 좋아할까요? 아니면 다른 여인을 좋아할까요?... “.

그 말을 듣자 이상우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한다; “나야 또 당신을 찾아서 만나고 결혼을 하겠지요그런데 내가 혹시나 과거로 돌아가게 되면 혼자 남게 되는 당신이 무척 쓸쓸하지 않겠어요?... “.

그 말을 듣자 농담으로 알고서 윤성혜 여사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야 하루 세끼 밥상을 차리지 아니하게 되니 좋지요아들네 집과 딸네 집을 왕래하면서 손주도 보아주고 함께 살면 되지요. 그게 무슨 대수예요?... 호호호… “.

그 말을 듣자 이상우가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 남자가 문제이지 여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더니, 역시 그런 것인가?... 내가 없어도 윤 여사는 자식들 집에 다니면서 그럭저럭 지내면 되는 모양이군그렇다면 내가 결심만 하면 되는 것인가?... “.

3일만에 이상우가 시간이민자사무실을 다시 방문한다. 박창진이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3호실에서 마주 앉자 그가 묻는다; “이 선생님, 결심을 하셨습니까?... “. 그러자 이상우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 전에 내가 몇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첫째로… “.

순간 박창진의 얼굴이 진지해 진다. 그러자 이상우가 말한다; “과거로 일단 이민을 가게 되면 다시 이 시간대로 어떻게 하면 올 수가 있나요?”. 박창진이 조용히 대답한다; “그것은 두배의 요금이 들지요. 출발하기 전에 먼저 돈을 지불하고 좌석을 예약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

박창진이 이상우의 얼굴을 한번 본 다음에 말을 잇는다; “몇 년 몇 월 며칠 몇 시에 어디에서 탑승할 것인지 정확하게 예약해야 합니다. 그러면 저희들이 타임머신을 가지고 손님을 모시고 이곳으로 올 수가 있습니다. 또 다른 질문이 있습니까?... “.

듣고 보니 그럴 것도 같다. 그래서 이상우가 다른 것을 물어본다; “재산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갈 수가 있습니까?”. 박창진이 즉시 대답한다; “안됩니다. 현재와 관련이 되는 그 어떠한 문명의 이기나 돈도 소지하고 갈 수가 없습니다. 다만 손님의 경제적인 정착을 돕기 위하여 일정량의 금괴는 지니고 갈 수가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4킬로그램 정도입니다”.

그 말을 듣자 이상우가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다시 다른 것을 물어본다; “만약 제가 30년 전으로 돌아간다고 하면 이 모습 이대로 가게 됩니까? 아니면 30년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됩니까?... “.

박창진이 갑자기 미소를 띄면서 말한다; “참으로 좋은 질문입니다. 저도 그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것은 손님의 선택사항 곧 옵션이지요. 만약 현재의 모습 그대로 과거로 가신다고 하면 별도의 추가요금이 없습니다. 하지만 39세의 젊은 얼굴로 가시겠다고 하면 그렇게 해드릴 수는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 말을 듣자 이상우가 다시 질문한다; “저의 젊은 시절 모습을 그대로 닮는 것입니까? 아니면 상당히 다른 용모가 됩니까?”. 박창진이 순간 씨익 웃으면서 대답한다; “역시 날카로운 질문이십니다. 꼭 그대로 젊은 시절의 모습을 닮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비슷한 모습이 재현되지요. 그 이유는 그동안 세월이 흐르면서 마치 풍화작용처럼 용모의 변화가 발생했기 때문이지요… “.

이상우가 이어서 질문한다; “그러면 젊은 시절의 용모를 가지고 과거로 이민을 간 사람이 실제로 있습니까?”. 그 말을 듣자 박창진이 자신 있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제가 일년동안 과거로 보내 드린 고객만 하더라도 10명이 넘습니다. 거의 한달에 한 명 정도 과거로 가고 있는 셈이지요”.

그 말을 들은 이상우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빠진 부분에 대하여 추가로 질문한다; “그 가운데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바꾸어서 가신 분이 어느 정도입니까?”. 박창진이 즉시 대답한다; “절반 정도입니다. 그들은 더 많은 돈을 지불했지요… “.

이상우의 질문이 이어진다; “그러면, 과거로 돌아가는데 십년, 2십년, 3십년, 4십년, 5십년 등 시간이 많이 다를 텐데 요금은 어떻게 됩니까? 다 같습니까? 아니면 전부 다릅니까?... “. 박창진이 금방 대답한다; “거리에 따라 택시요금이 다르듯이 타임머신 이용료도 과거로 가는 시간에 따라 비용이 전부 다릅니다”.

그 날은 이상우가 그 정도만 물어보고서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틀 후에 다시 박창진을 방문하여 다른 내용을 질문하고 있다; “모습이 달라져서 과거의 시간대로 이민을 간다고 하면 신분은 어떻게 취득하고 또한 생활은 어떻게 영위하게 되나요?”.

그 말을 듣자 박창진이 대답한다; “좋은 질문입니다. 그러한 서비스를 해주기 위하여 우리 직원들이 봉급을 받고 있지요. 사전에 저희들은 고객들이 과거로 이민을 가서 취득하고 싶은 신분과 재산의 정도를 구체적으로 의뢰 받고 그 정지작업을 수행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저희 직원들의 수고비와 실제적인 비용이 발생하게 되지요. 모든 것이 고객의 이민투자금에 달려 있습니다”.

이상우가 고개를 크게 끄떡인다. 그리고 말한다; “그렇게 되면 현재의 가족관계는 어떻게 처리가 됩니까? 제가 과거로 이민을 간다고 하면 현재 이곳에서는 사망으로 처리가 됩니까? 아니면 실종으로 처리가 됩니까?... “.

그 말을 들은 박창진이 이상우의 얼굴을 한참 쳐다본다. 그러더니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과거에서 일년을 지내게 되면 현재에서 얼마의 세월이 흘러가게 되는지 그것이 궁금하신 모양이군요. 그것은 등가성을 지니게 됩니다… “.

정확하게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 그래서 이상우가 고개를 갸웃하자 박창진이 상세하게 설명한다; “과거에서 머물게 되는 시간만큼 현재의 시간도 흘러가기 마련이지요. 그러니 너무 오래 과거로 이민을 가서 살게 되면 현재로 돌아오지를 못하고 중간에서 죽게 되고 맙니다… “.  

그 말을 듣자 이상우가 박창진에게 말한다; “그렇다면, 제가 이곳에서 가족들과 정확하게 일처리를 끝내고 과거로 이민을 가는 것이 좋겠군요. , 그리고 만약에 제가 집사람을 함께 데리고 과거로 이민을 떠나게 되면 어떻게 됩니까? 그런 예도 있습니까?... “.

그 말을 듣자 박창진이 하하라고 웃으면서 대답한다; “많지는 않지만 물론 그러한 사례가 있습니다. 잉꼬부부인 경우이지요. 이 선생님도 그러하신 모양입니다. 한마디로 말씀을 드리자면, 비용이 갑절이 되는 차이밖에 없어요. 물론 가능합니다”.

그날 이상우의 마지막 질문이 다음과 같다; “박선생님은 어째서 과거로 이민을 가시지 아니하십니까? 현재의 삶이 만족스럽습니까?”. 즉시 대답이 들려온다; “저는 직무상 과거로의 출장이 잦습니다. 그러므로 별도로 이민을 갈 생각을 못하고 있지요… “.

이상우가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그날 집으로 돌아온다; “역시 우문에 대한 현답이군요. 박선생님은 아직 40대 한창이신데 무엇이 아쉬워서 과거로 이민을 가겠습니까? 팔자를 크게 고치는 일도 아닌데제가 공연한 질문을 했군요… “.

집으로 돌아온 이상우가 다시 깊은 생각에 잠긴다. 그 결과 그가 한가지 결심을 한다. 그래서 그가 하루는 부인 윤성혜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보, 나는 정말 과거로 이민을 가고자 합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실래요? 나를 따라서 함께 과거로 가서 살고 싶어요? 아니면 혼자서 여기 그대로 살고 싶어요?... “.

그 말을 듣자 윤성혜가 웃으면서 대답한다; “여보, 그 무슨 장난스러운 질문이예요?... 사람이 한번 인생을 살고 나면 그만인데 어떻게 과거로 되돌아갈 수가 있다는 말이예요?... 만약 그렇다고 하면 나야 당신을 따라서 가는 것이 옳지요. 함께 평생을 살아오고 있는데 어떻게 헤어진다는 말이예요?... “.

그 말을 듣자 이상우가 부인에게 진중하게 말한다; “여보, 내 말이 장난이 아니고 사실이라는 것을 내가 알려 주겠소. 내일 나와 함께 시간이민자사무실로 가보도록 합시다”. 뜻밖에 윤성혜 여사가 그 이민사무실에 들리게 되고 그 사실을 알게 된다.

역시 시험삼아 일년전으로 돌아가서 그 타임머신이 정상적으로 작동이 된다는 사실까지 확인하게 된다. 그 결과 그녀가 남편에게 말한다; “함께 과거로 이민을 가도록 합시다. 그런데 우리가 신혼생활을 하던 그때로 돌아가요. 서로 처녀 총각으로가 아니라 부부로 돌아가는 거예요… “.

그래서 이상우윤성혜40년 전으로 돌아가기로 합의한다. 그리고 두달간 재산을 처분하여 박창진에게 주고서 새로운 신분과 거처를 198010에 마련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석달이 지나자 드디어 2020103에 타임머신을 타게 된다.

그들이 1980103일로 돌아가기 전에 박창진이 마지막 주의사항을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첫째로, 과거의 역사를 뒤바꾸는 행동을 절대로 해서는 안됩니다. 남의 인생에 간섭하여 그 운명을 바꾸어 주어서도 안됩니다. 둘째로, 과거의 자신을 마주치더라도 아는 체를 해서는 안됩니다. 물론 모습이 상당히 달라져 있으므로 크게 불편하지는 아니할 것입니다. 그리고… “.

정말 중요한 주의사항이 나타난다; “셋째로, 두 분은 돌아오는 시간약속을 현재 하지 아니하시고 떠나십니다. 그러므로 두 분의 연세로 미루어 볼 때 이 시간대로 다시 돌아오시지는 못하실 것입니다. 69살인데 40년을 더하면 109세가 되니 현실적으로 되돌아오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

박창진이 타임머신에 올라타기 직전에 말한다; “만약 과거에서 살다가 마음이 변하여 도중에 돌아오고 싶어하시면 한가지 방법이 여전히 남아 있기는 합니다. 그것은 교보문고 1016호 이방을 찾아오셔서 흔적을 남기시는 것입니다. 혹시 제가 그 흔적을 발견하게 되면 두 분을 도와드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명심하십시요… “.

그 말을 끝으로 세사람이 타임머신에 올라탄다. 그리고 시동을 걸고서 40년전의 세상으로 떠난다. 한시간 비행으로 6년이 뒤로 흘러간다. 그러므로 7시간이 못되어 1980103이 그들 앞에 전개가 된다.

박창진이 앞장서서 이상우와 윤성혜를 새집으로 안내한다. 그리고 새로운 주민등록증과 새로운 신분을 준다. 두사람은 품 안에 별도로 4킬로그램씩의 금괴를 지니고 있다. 게다가 용모가 벌써 29세와 27세로 바뀌어 있다.

박창진은 정착사업이 끝나자 두사람을 종로구 안국동에 내려 두고서 타임머신이 숨겨져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만다. 이제부터 이상우와 윤성혜는 어떻게 시간이민자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