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이민자(손진길 소설)

시간 이민자1(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0. 7. 6. 04:09

시간 이민자1(손진길 소설)

 

1.    그날의 이상한 신문기사                                                              

 

이상우는 깊은 잠에서 눈을 떴다. 새로운 아침이 밝아 있다. 그 어느 날보다 그날 아침의 햇빛은 찬란하고 공기는 신선하다. 그리고 머리맡에는 그날 새벽에 배달된 신문이 놓여 있다; “누가 가져다 놓은 신문인가? 요즘은 배달되는 신문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신문을 보는데!... “. 그날 아침의 경험은 특이한 것이다.

도대체 어째서 10여년 전부터 사라진 신문이 내 머리맡에 다시 놓여 있는 것일까?’, 궁금하여 신문을 펼쳐본다. 그랬더니 놀라운 내용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어느 시간대로 이민을 가시겠습니까?”.

그 다음의 기사내용은 매우 간단하다; “귀하에게 그 특혜를 드리고자 합니다. 3일내로 전화 111-222-333번으로 직접 연락을 주세요. 전화통화가 되면 일차 면접이 있으니 반드시 운전면허증과 여권을 소지하고 우리 사무실을 방문해 주세요. 본인확인이 필수적입니다”.

이상우는 어리둥절하다. 먼저는 10여년 전에 사라진 신문을 다시 보게 된 것이다. 그것이 어떤 영문인지 눈을 뜨자 마자 자신의 머리맡에 놓여 있다. 그 다음에는 시간이민자의 길이 열렸으며 그 특혜가 자신에게 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전화번호도 이상하다. 111국번이란 처음 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참 생각한 후에 우선 그 전화번호가 정말 존재하는 것인지부터 확인하고자 한다. 요즘은 집전화보다는 주로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상우가 그것을 이용하여 111국을 누르고 그 다음에는 222333으로 전화를 낸다.

신기하게도 신호음이 들리고 난 후 상대방의 음성이 들려온다; “여기는 시간이민자 사무실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순간 이상우가 속으로 생각한다; “이상한 국번으로 전화했는데 받는 사람이 다 있구나. 거참 신기하다... “.

생각은 길었지만 상우의 대답은 빠르다; “저는 이상우라고 합니다. 오늘 아침에 배달된 신문을 보고서 전화를 냈습니다. 시간이민자라고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데 그것이 무슨 뜻입니까?... ”.

핸드폰을 통하여 전해져 오는 상대방 여인의 목소리가 생생하다; “말 그대로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로 우리는 귀하를 보내 드릴 수가 있습니다. 다만 요금이 부과가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저희 사무실을 방문하여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주소를 드릴까요?... “.

이상우는 호기심이 발동한다. 젊은 날에 기자생활을 하였기에 그런 모양이다. 그래서 즉시 대답한다; “좋습니다. 어디로 찾아가면 됩니까?”. 친절하게도 또박또박 음성이 들려온다; “교보빌딩 10층에 있는 16호실입니다. 간판이 없이 호실만 있으니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

잠깐 말을 끊더니 이어서 말한다; “본인확인이 필요하니 반드시 운전면허증과 여권을 전부 가지고 오시기 바랍니다. 저희 사무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문을 열고 있습니다.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서울중심지에 자리를 잡고 있는 교보빌딩이라고 하면 이상우가 살고 있는 종로구 안국동에서 그리 멀지가 아니한 곳이다. 충분히 걸어서 갈 수 있는 위치이다. 그래서 상우는 천천히 아침식사를 하고서 동네를 한바퀴 돌아본다.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한지 8년이나 지났기에 별로 바쁜 일이 없다.

이상우가 그 사무실을 찾아간 시간이 정확하게 오전 1010분이다. 설명을 들은 그대로 그 어떠한 안내표지도 없고 사무실 앞에 간판도 없다. 그렇지만 교보빌딩 1016호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본다.

눈앞에 당장 보이고 있는 것은 안내데스크와 그 자리에서 근무하고 있는 아가씨 한사람이다.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는 상우를 보더니 그 아가씨가 말한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상우가 용건을 말한다; “신문의 광고기사를 보고서 시간이민자 사무실을 찾아온 것입니다“.

리셉션 아가씨가 즉시 질문한다; “그러면 운전면허증과 여권을 가지고 오셨습니까? 제게 먼저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우가 점퍼 안쪽 주머니에서 그것들을 꺼내어 보여준다. 안내양이 재빠르게 상우의 운전면허증과 여권의 인적사항을 스캔한다.

그 다음에 그것들을 돌려주면서 말한다; “잠시만 저쪽 의자에 앉아서 기다려주세요. 곧 담당직원이 이곳으로 나올 것입니다”. 5분도 지나지 아니하여 40대로 보이는 남자직원이 나타나더니 이상우씨라고 호명한다. 이상우가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간다.

여러 개의 방이 안에 있다. 그 중 3호실이라고 표시가 되어있는 방으로 함께 들어간다. 그곳에는 그 중년의 직원이 사용하고 있는 사무용 책상과 회의용 원탁 테이블 그리고 4개의 의자만이 놓여 있다. 굉장히 간단한 구조이다.

원탁의 의자에 앉기를 권하더니 반대편에 그 남자직원이 앉는다. 그리고 자기소개를 한다; “저는 시간이민자 사무실에 근무하고 있는 박창진이라고 합니다. 이상우씨 본인이 맞으시지요?... ”. 이상우가 대답한다; “, 제가 이상우입니다. 그런데 사무실에 어째서 안내표지나 간판이 전혀 없습니까?... “.

박창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 담당직원이 친절하게 설명한다; “그 이유는 저희들이 담당하고 있는 일이 특이하기 때문입니다. 저희들은 사전에 선택이 된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신문을 돌리고 전화를 받은 후에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우 사적인 처리방식이지요. 그러므로 공식적인 선전과 안내가 전혀 없습니다”.

그 말을 듣자 소싯적에 방송사기자로 일한 적이 있는 69세의  이상우가 날카롭게 질문한다; “그렇다면, 일반대중들은 시간이민자라고 하는 회사의 존재에 대해서는 전혀 들은 바가 없겠군요. 그렇습니까?... “. 그 말을 들은 박창진이 미소를 띄면서 대답한다; “물론입니다. 대중들은 모르고 있습니다. 단지 그 신문을 보게 된 사람들만 알게 되는 회사이지요… “.

그러자 이상우가 또 질문한다;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다른 곳으로 이민을 가는 모양인데 그것이 가능합니까?... “. 우문에 대한 현답인지 박창진이 당연하게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이 선생님이 상상하시는 그대로입니다. 어느 시간대로 이민을 가고 싶으십니까?... “.

그 말을 듣자 이상우는 여전히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 그래서 다시 물어본다; “제가 원하는 시간대로 보내줄 수가 있다는 말씀이군요. 어떻게 그것이 가능합니까? 이거 믿어도 되는 일입니까? 시간은 물리적으로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현재에서 미래로 일방통행인데 어떻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 수가 있다는 말입니까?... “.

갑자기 박창진이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한다; “이 선생님은 전직이 방송사기자시라 그런지 질문이 날카롭습니다. 그렇지만 그 질문은 제가 이 회사에 입사하고자 작년에 원서를 제출했을 때에 한 질문과 동일한 것입니다. 그 일이 실제로 가능합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이 선생님께 그 신문을 돌린 것입니다”.

박창진은 벌써 이상우의 과거 직업까지 전부 파악하고 있다. 상우가 그들에게 보여준 운전면허증과 여권에는 그러한 기록이 전혀 없다. 그렇다고 하면 그들은 벌써 신원조회를 한 다음에 이상우 자신에게 신문을 돌리고 전화를 걸게 한 것이다. 어째서 그렇게 한 것일까?...

그 점을 이상우가 확인하고자 한다; “벌써 저에 대하여 조사를 하셨군요. 그렇다면 어째서 저를 시간이민자로 선택하신 것입니까?”. 박창진이 즉시 대답한다; “이 선생님께 그 신문을 보내자고 제안한 사람이 바로 접니다. 왜냐하면… “.

박창진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상우의 얼굴을 본 다음에 이어서 말한다; “저는 우연히 며칠 전에 청진동 해장국집에서 식사하다가 옆 테이블에서 친구분들과 이야기하고 있는 이 선생님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이 선생님의 말씀을 엿듣게 되었지요… “.

생소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이상우가 귀를 기울인다. 박창진의 음성이 들려온다; “이 선생님께서는 그때 사람은 과거로 여행할 수가 없다고 단정적으로 친구분에게 말씀하시더군요. 그때 제가 결심했습니다. 그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게 해주면 좋겠구나!… 그래서 제가 천거한 것입니다“.

박창진이 그렇다고 하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상우의 자택이나 교보빌딩이 있는 이곳이나 모두 청진동 해장국집에서 보면 크게 멀지 아니하다. 그러니 능히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그래서 이상우가 또 물어본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과거로의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입니까? 그 원리가 무엇이지요?”. 박창진이 심히 간략하게 대답한다; “시간을 초월하는 기계가 내실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먼저 시험해 보시겠습니까?... “.

박창진의 안내로 내실에 들린 이상우가 신기하게 생긴 자동차와 같은 기계장치를 본다. 박창진이 이상우에게 그 기계 안으로 함께 들어가자고 말한다. 상우가 들어가서 조수석에 앉자 박창진이 운전석에서 간단하게 운전조작을 한다. 그러자 그 타임머신에 시동이 걸린다.

박창진이 갑자기 말한다; “일단 타임머신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한번 보시지요. 제가 일년 전 바로 오늘로 시간을 맞추겠습니다. 이제 과거로 돌아갑니다… “. 전자판에 201976일이라고 하는 표시가 나타난다. 그리고 한참동안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 다음에 신기하게도 주변의 사물이 흐려지기를 시작한다. 어째서 사물이 흐려지고 주변이 뒤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달려나가고 있는 것일까?... 너무 빠른 속도로 주변이 번개처럼 앞으로 달려나간다. 그리고 10분쯤 후에 천천히 주변이 하나의 정상적인 환경으로 다가오고 있다.

박창진이 타임머신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그 자동차 모습의 차량에서 이상우가 함께 내린다. 박창진이 이상우를 데리고 사무실을 나선다. 그리고 길거리로 나간다. 함께 조금 걷더니 갑자기 근처의 은행지점에 들리자고 제안한다.

이상우가 그를 따라 하나은행에 들어선다. 그때 이상우가 놀라운 광경을 본다. 은행지점의 달력에 201976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기일 수가 있다. 그래서 이상우가 얼른 번호표를 뽑아서 대기하고 있는 손님에게 물어본다; “오늘이 몇 년 며칠입니까?”.

그 아주머니 손님이 이상한듯이 이상우를 보더니 나이가 든 사람인 줄 알고서 친절하게 설명한다; “어르신, 저기 은행 창구 사무실 벽에 붙어 있는 그대로 오늘은 201976일입니다. 전표에 그대로 적으시면 됩니다… “.

이상우는 그것이 이상하다. 정확하게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 그래서 박창진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 바깥으로 나온다. 그 다음에 인도를 걷고 있는 신사양반에게 다가가서 점잖게 물어본다; “실례합니다. 오늘이 몇 년 며칠입니까?... “.

그 신사가 이상우의 행색을 힐끗 보더니 노인인 줄 알고 친절하게 대답한다; “오늘은 201976일 토요일이지요”. 그 말을 듣자 이상우가 전직이 방송사기자라서 그런지 얼른 대로변에 있는 전광판을 쳐다본다. 그곳에는 일본에서 반도체 소재를 한국에 수출금지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는 기사가 먼저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이상우가 혼자서 중얼거린다; “그렇다. 지금은 202076일이 아니라 그 일년전이 맞구나. 그저 일본의 수출규제만을 보도하고 있다. 만약 20207월이라고 하면 코로나19 전염병이 다시 유행하여 전국적으로 심각하지 않겠는가?... “.

더 이상 의심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상우가 고개를 떨구면서 얼른 박창진이 기다리고 있는 하나은행 지점으로 들어간다. 이제 그는 어떠한 결정을 하고자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