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공화국(손진길 소설)

너와 나의 공화국24(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7. 1. 06:51

너와 나의 공화국24(손진길 소설)

 

3. 김영삼 대통령 시대와 상록회원들의 새로운 입지

 

1993225() 오전 10시부터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뜰에서 역사적인 제14대 대통령 취임식이 거행되고 있다;

 구랍 1218일 대선에서 42%의 득표로 민자당의 김영삼 후보가 34%의 득표에 그친 민주당의 김대중 후보를 이기고 당선이 되었다.

그후 2달 남짓 대통령직무 인수위가 활동하였으며 오늘 225일 오전에 취임식이 끝나면  YS가 청와대에 들어가서 새로운 김영삼 정권의 시대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취임식 날은 공휴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국회의 직원은 물론 여러 정당의 관계자들이 국회사무처 및 의원회관 건물 등에서 의사당 앞뜰에서 거행되고 있는 취임식 행사를 먼발치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그들은 한가지의 기대와 한가지의 우려가 뒤섞인 표정으로 그날의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한가지의 기대는 이제 한국민주화의 상징으로 불리고 있는 양 김씨 가운데 YS가 먼저 대통령이 되어 명실공히 한국정치에서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1998224일까지 5년의 임기 가운데 과연 어떠한 민주주주 제도의 정착을 가지고 올 것인가? 그것이 많은 시민들의 기대이다. 그 반면에 한가지의 우려는 20대 중반부터 평생 정치인으로 살아온 YS가 부잣집 아들에 불과하여 전혀 경제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집안의 돈을 펑펑 사용하여 야당정치인으로 승승장구한 인물이므로 그가 물가고에 시달리고 있는 서민들의 애환을 알 리가 없다고 하는 것이 그를 잘 알고 있는 인사들의 걱정이다. 오죽하면 YS를 비서가 돕지 아니하고 시내에 두게 되면 그는 스스로 전화를 걸지도 못하고 버스도 타지 못한다고 하는 우스개 소리까지 유행하고 있는 것일까...

그날 배포가 된 김영삼 대통령의 취임사의 앞부분을 강훈이 의사당 건물 5층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다시 한번 읽어보고 있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이 매우 감격적인 문장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는 그렇게도 애타게 바라던 문민 민주주의의 시대를 열기 위하여 자리에 모였습니다. 오늘을 맞이하기 위해 30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마침내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를 땅에 세웠습니다. 오늘 탄생되는 정부는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불타는 열망과 거룩한 희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자신의 열정과 고난이 배어 있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오늘 저는 벅찬 감회를 억누를 길이 없습니다. 우리 국민은 참으로 위대합니다. 저는 국민 여러분들에게 뜨거운 감사와 영광을 드립니다. 또한 험난했던 민주화의 도정에서 오늘을 보지 못하고, 애석하게 먼저 가신 분들의 숭고한 희생 앞에 국민과 더불어 머리를 숙입니다;

  그러므로 그는 앞으로 어떠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일까? 그 정책의 방향성이 다음과 같이 선포가 되고 있다; “국민 여러분. 저는 14 대통령 취임에 즈음하여, 새로운 조국건설에 대한 시대적 소명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 땅은 지층 깊은 곳으로부터 봄기운이 약동하고 있습니다. 지난날 우리 민족에게는 번성했던 여름도, 움츠렸던 겨울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민족진운의 새봄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새로운 결단, 새로운 출발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신한국 창조의 가슴 깊이 품고 있습니다. 신한국은 보다 자유롭고 성숙한 민주사회입니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입니다. 더불어 풍요롭게 사는 공동체입니다. 문화의 , 인간의 품위가 존중되는 나라입니다. 갈라진 민족이 하나되어 평화롭게 사는 통일조국입니다. 새로운 문명의 중심에 우뚝 서서, 세계의 평화와 인류의 진보에 기여하는 나라입니다. 누구나 신바람나게 일할 있는 사회, 우리 후손들이 땅에 태어난 것을 자랑으로 여길 있는 나라, 그것이 바로 신한국입니다. 우리 모두 꿈을 가집시다. 우리는 일찍이 식민지와 전쟁의 폐허에서 기적을 이루어 민족입니다. 우리 다시 세계를 향해 힘차게 웅비 나갑시다.

강훈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이제는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는 벌써 정치학자로서의 자질을 함양하고 있는 인물이다. 오늘날 사회과학이 계량주의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용어와 개념의 분석이 그 기초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강훈이 그의 사무실에서 YS가 주창하고 있는 새로운 한국의 주안점이 그가 사용하고 있는 용어로 보아 다음과 같다고 벌써 인식하고 있다;

(1)  민족진운의 새봄, 그것은 한국민족에 의한 민족통일의 시대로 나아가겠다고 하는 선언이다. 외세의 간섭이 아니라 민족의 결단이 먼저인 것이다;

(2)  자유롭고 성숙한 민주사회, 그것은 한국이 자유민주사회가 되면 민족통일의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어떤 사회이든지 개인적으로 자유와 민주를 꿈꾸지 아니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3)  평화롭게 사는 통일조국, 그것은 전쟁이 아니라 평화적인 남북협상으로 조국을 통일하겠다는 것이다;

(4) 세계를 향해 힘차게 웅비라는 구절은 김영삼 정권이 세계화 국제화 시대를 활짝 열겠다고 하는 선언이다. 과연 그가 집권하는 동안에 지구촌 시대가 어떻게 다가오는 것일까?... ;

구내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사무실에 들어와 있을 때 강훈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그가 일어나서 문을 열자 뜻밖에 박사과정에서 토론을 자주하던 학우 조상제가 그곳에 서있다. 강훈이 반가워서 그를 안으로 들이고 소파에 앉게 한 후에 직접 커피를 타서 준다.

두사람은 동갑이고 정치적인 성향이 비슷하기에 좋은 친구사이로 지내고 있다. 강훈의 사무실을 처음 방문한 조상제가 먼저 한마디를 한다; “강서기관은 국장도 아닌데 큰 사무실을 별도로 가지고 있군요. 국제협력과장이 요직인 모양입니다.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강훈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한다; “조 전문위원은 십 수년간 정당에서 국회의원 뒷바라지를 하다가 보니 이제는 국회사무처에 대해서도 모르는 것이 없군요. 그렇지요, 실제로 국회사무처에서는 총무과장과 회계과장 그리고 국제협력과장이 자신의 사무실을 별도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형은 오늘 참으로 감개가 무량하시겠습니다!… “.

그 말에 조상제가 속으로 생각한다; “강형은 내가 신군부 민정당 시절에 당료생활을 시작했지만 사실은 YS를 지지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벌써 꿰뚫고 있는 인물이구만. 역시 예리한 정치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는 친구야… “.

그 정도로 판단한 조상제가 강훈에게 솔직하게 말한다; “그렇지요. 강형도 알다시피 나는 함안 조씨입니다. 고향도 그쪽이고요. 그러니 그 옛날 거제도 출신 YS가 마산 손부자의 딸과 결혼하였으니 우리 집안은 그 중간에 자리를 잡고 있는 셈이지요. 그런 연고로 속으로는 3당합당 이후 우리 집안이 YS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 맞아요… “;

그 말을 듣자 강훈이 웃으면서 말한다; “그렇게 따지면 나도 진주 강씨이니 상도동파가 되겠군요, 하하하… “. 웃자고 한 이야기인데 조상제가 진지하게 대답한다; “사실 YS는 부친이 거제에서 큰 멸치어장을 경영하고 있는 선주이기에 그 돈으로 지금까지 맘놓고 정치를 했지요. 그런데 그것으로는 부족하여 두번의 대선 출마에 있어서는 마산의 큰 선주 집안인 처가의 신세를 졌지요. 그러니 앞으로… “.

강훈이 조상제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얼른 알아 들었다. 따라서 그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렇군요. YS가 두차례 대선에 출마하면서 경남지방의 친인척들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크게 받았으니 앞으로 그쪽 인물들이 많이 중용이 되겠지요. 그렇다면 조형도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고 자연히 그쪽으로 합류가 되는 것입니까?... “.

뜻밖에 조상제가 부인을 하지 아니하고 신중하게 강훈의 눈을 주시한다. 그리고 조용히 말한다; “강형, 나는 박사과정에서 함께 공부하면서 강형의 그 뛰어난 정치적 분석능력이 마음에 듭니다. 우리 학위를 받게 되면 함께 YS진영에 들어가서 일하면 좋지 않겠어요?... “.

그 말을 듣자 강훈이 역시 조상제의 눈을 쳐다본 다음에 조용하게 말한다; “고마운 말씀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공무원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어느 진영에 소속이 되어 다른 편의 형편을 살피는 일에 소홀해지고 싶지가 않습니다. 결국 특정 정파에 소속되지 아니하고 공평한 눈으로 한국정치를 계속 살피고 싶군요… “.

그 말에 조상제가 고개를 천천히 끄떡인다. 그리고 나직하게 말한다; “그것도 좋겠습니다. 사실 강형은 어느 한 파에 속하여 활동하기에는 아까운 인물이지요. 앞으로 정치학교수로 더 기여를 하실 분으로 보입니다. 이곳 사무처에서도 오래 있지 못하겠군요. 어쨌든 어느 곳에 있든지 저를 많이 도와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강형… “.

강훈이 조용히 조상제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말한다; “조형, 그대가 일찍이 중앙대학교에서 학생회장을 지내면서 민주화운동에 동참한 것을 내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YS를 지지하고 그가 민주화에 성공하도록 돕는 것이 당연하지요. 그렇지만 나는 YS DJ 가운데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아니하고 양쪽을 모두 끝까지 지켜보고자 합니다. 그것이 정치학자로 계속 남고 싶은 저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조형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있으면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깔끔한 강훈의 말에 조상제가 그의 손을 마주 잡는다. 두사람은 그 나름대로 의기가 투합이 되고 있다. 하기야 조상제나 강훈이 모두 1970년대 초반에 대학가에서 나름대로 민주화를 위하여 일한 경력이 있는 인물들이니 40대의 중년이 되어서도 그들의 가슴은 여전히 뜨거운 것이다.

그들이 기대를 가지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과연 앞으로 김영삼 시대는 어떻게 진행이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