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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교회를 소개하고 있는 2016년 3월 정빙화의 글

손진길 2022. 4. 21. 03:42

   뉴질랜드 교회를 소개하고 있는 20163월 정빙화의 글

“신대원 여정의 Before After 사이에서”

장로회 신학대학원 3학년 정빙화

다음 글은 장신 글로칼 현장교육원이 주관하는 해외 인턴쉽 프로그램에 참가한 정빙화 학생의 글이다.  이들은 뉴질랜드 교단 총회의 초청을 받아서 같은 학교 1학년 이중호 학생과 같이 현지 교회와 한인교회 신학교등을 방문했다현지 방문을 책임진 사람은 뉴질랜드 총회 아시아 담당 한경균 선교사다. 현지 방문에 대한 학생보고서는 따로 작성되었지만 이 글을 정빙화 학생의 기행문인데 귀한 글을 공유하게 된 것을 감사한다.   

 
 
                    * 뉴질랜드 총회 낙스 신학교 케빈 워드 교수 부부 


뉴질랜드 해외 인턴십은 나에게 한마디로 종합선물세트였다. 커다란 선물 보따리 안에 있는 크고 작은 낱개의 선물들을 풀어보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뉴질랜드 역사와 문화를 만났고, 신학교와 다양한 교회들을 경험했다. 뿐만 아니라 너무나도 귀한 분들을 만났으며, 신학적 성찰을 훈련할 수 있었던 기회인 동시에 인생도 배우는 시간이었다. 이 글에서 나는 내가 풀어 본 선물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내가 인턴십 기간 동안 받았던 감동과 감격을 간접적으로나마 전달하고자 한다.

뉴질랜드는 국가의 시작부터 남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뉴질랜드의 원주민 마오리족과 영국 이민자들 사이에 체결한 와이탕이 조약으로 인해 공존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이것이 뉴질랜드인들에게 ‘서로 달라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정신적 바탕을 마련해준 것 때문인지, 우리는 뉴질랜드 곳곳에서 연합과 조화의 아름다움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모든 공식행사에서 마오리 전통의식인 ‘포휘리’를 진행하는 모습이나 백인들이 위주로 있는 교회에 태평양계 목사님, 한인여성 목사님이 담임하고 있는 모습 등이다. 같은 맥락으로 뉴질랜드에는 다양한 회색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동지가 아니면 적’, ‘다르면 틀린 것이다’는 흑백논리 속에 갇혀있는 우리와 크게 대조되는 부분이다. 분열과 갈등의 역사로 얼룩져있는 우리 대한민국과 한국교회를 생각할 때, 뉴질랜드 역사와 문화에서 배울 점이 참 많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경험한 뉴질랜드 문화의 또 다른 특징은 여유, 자유, 그리고 원칙이었다. 오전 10시경이면 항상 커피나 티를 마시며 대화의 장을 만드는 여유로운 문화, 참 매력적이었다. 또한 형식에 많이 치중하지 않는 개방성이 좋았다. 신학교 교수님들이 편한 차림으로 강의하셨고, 학장 취임식에서도 따분한 형식보다는 따뜻한 진정성만 느낄 수 있었다. 한편으로, 그렇게 자유분방해 보이지만 특정 영역에서는 원칙에 충실하다는 것도 보았다. 하루는 저녁식사 초대를 받아 선물로 와인 한 병을 사가려고 마트에 갔는데, 점원이 25세 이하는 술을 살 수 없다며 내게 신분증을 제시하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내가 30대인 것을 설명해도 원칙을 사수하는 점원 때문에 나는 다시 숙소까지 가서 여권을 가져와야했다. 우리는 여기서 사소한 것에서도 원칙을 위해 타협하지 않는 선진국의 저력을 맛볼 수 있었다.

뉴질랜드 장로교 총회 산하 신학교인 낙스 신학교에서 우리는 뉴질랜드 기간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개념을 만났다. 그것은 바로 Theology of Place, ‘장소의 신학’이었다. KCML의 스티브 테일러 교수님의 강의의 주제였던 ‘장소의 신학’은 신학이 계시와 전통만 가지고서 행해져서는 안 되고 삶의 자리와 문맥에 대한 성찰과 연구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것은 우리가 인턴십 기간 동안 접했던 것들을 바라보는 하나의 주된 관점으로 작용하였다. 각 교회 설립의 역사와 배경, 사역의 방향과 초점, 교회 내부 설계 및 기구 배치까지도 모두 ‘장소의 신학’과 깊은 관련이 있었다. 나는 신학함에 있어 이 중요한 관점을 놓치고 있었던 지난날의 신대원 기간을 반성하면서, 이제라도 컨텍스트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열린 눈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장소의 신학’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바라볼 때, 나의 이목을 가장 끌었던 것은 아시아 신학이었다. 서구의 신학을 무비판적으로 가져와서 전혀 다른 토양에 곧바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을 절실히 인식하게 된 것이다. 신학의 주도권이 점점 서구에서 비서구로,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옮겨 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신대원생인 내가 느끼기에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KCML 도서관에 기증된 수 천 권의 아시아 신학 서적과 캐리 침례 신학교 도서관에 꽂힌 중국 서적을 보면서 큰 도전을 받았다. 우리도 아시아의 영혼이라고 외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색깔 있는 주체적 신학을 펼쳐야 함을 절감했다. 우리 시대의 몫, 우리 시대의 사명일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갔던 세 도시에서 참 많은 교회들을 방문했다. 각각 역사와 규모가 다양한 만큼 그 형태와 색깔도 다 달랐다. 특히 선교적 교회의 모델들이 인상적이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크라이스트처치 혼비 지역의 호프(Hope) 교회이다. 호프 교회는 바로 뒤 학교에서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하고 있었고, 상담소를 교회 건너편 건물에 위치시킴으로써 주민들이 부담 없이 들릴 수 있도록 하였다. 지역사회와의 담을 허물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들이었다. 또한 상당 수 교회들이 ‘Opportunity Shop’이라는 중고물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지역 주민들에게 저렴하게 생활용품이나 옷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교회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친구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 한국교회도 카페 운영 등을 통해서 교회의 장벽을 점점 낮추고 있긴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사회의 필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게 움직이려는 시도들이 아직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우리 세대 목회자들의 과제로 남겨졌음이 분명하다.

또 다른 차원에서 기억에 남는 교회 중 하나는 더니든에 있는 모닝턴(Mornington) 교회이다. 증경 총회장님이신 피터체인 담임목사님은 눈이 빨갛게 충혈된 상태로 우리를 맞아주셨고, 우리는 그분과의 대화 속에서 그분의 열정과 헌신을 엿보았다. 지역사회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도 목사님의 목회철학은 ‘제자화’에 더 큰 초점이 있었다. 그리고 한 영혼이 바뀌어야 사회가 바뀐다는 믿음으로 교인들을 직접 제자화 하시며 섬기고 계신다. 자신의 사례비의 반을 깎아 부교역자를 청빙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존경과 경의의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사람들이 점점 교회를 외면하고 있는 뉴질랜드의 극심한 세속화 속에서도 성장하는 교회는 다 이유가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대도시인 오클랜드에 와서야 여러 한인교회들을 볼 수 있었다. 그 중 오클랜드 한인교회는 오클랜드의 최초의 한인교회로, 뉴질랜드 장로교단에 소속되어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러 가지 문제와 아픔을 가지고 있던 교회였지만, 새로운 목회자 조충만 목사님이 오시고 난 이후부터 점점 건강하게 회복되어 활기를 띄고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약 2년 전, 오클랜드의 또 다른 한인교회가 오클랜드 한인교회와 하나가 된 한 아름다운 사건이다. 새언약교회 김하일 목사님이 기도 중에 오클랜드 한인교회와의 합병을 생각하셨고, 순조롭게 잘 진행되어서 지금은 하나의 공동체가 되었다. 합병과 함께 은퇴를 하신 김하일 목사님의 쿨한 내려놓음과 김목사님을 은퇴목사님으로 추대해 드리는 조충만 목사님의 배려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아름다운 연합의 작품이 완성 된 것이다. 이와 같은 하나됨의 선한 역사가 한국교회도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든다.

우리는 뉴질랜드에 있는 동안 조충만 목사님을 비롯하여 장신 출신의 선배 목사님들을 여러 분 만날 수 있었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1 2일 동안 친절하고 따뜻하게 우리를 가이드 해 주신 박충성 목사님, 오클랜드에서 사도 바울처럼 일과 사역을 동시에 감당하시고 계시는 심창진 목사님, 뉴질랜드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50년 선배 김용환 목사님이다. 우리 장신 출신의 목사님들이 뉴질랜드 땅에서 정말 멋지게 사역을 하시는 것을 보며 너무나도 자랑스러웠다. 특히 김용환 목사님은 여든 살이 넘으셨지만 아직도 간호학교 사역을 하시며 주님을 향한 열정을 불태우고 계신다. 우리가 목사님께 그동안 사역이 힘들어 그만두고 싶으셨던 적은 없으신지 여쭙자, “그런 적은 없어요. 사명 받은 사람이 그러면 안 돼지”라고 대답하셨다. 갈렙과 같은 그분의 열정의 비결은 주님에 대한 충성, 분명한 소명과 사명감으로부터 나온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평신도들과의 만남도 우리에게 많은 통찰력을 안겨주었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만난 이해풍 장로님은 사업장을 운영하시면서 목회자들을 기쁨으로 섬기시는 분이다. 장로님이 목회자 후보생인 우리에게 던져주신 메시지 - 조금 불편하게 사십시오, 말씀 중심으로 목회하십시오 -는 아직도 우리 가슴 속 여운으로 남아있다. 오클랜드 한인교회 이동석·신소현 집사님 부부와의 만남도 큰 도전이 되었다. 두 분은 오클랜드 한인교회에서 여러 가지 사역을 맡고 있는 평신도 지도자들이다. 신학을 공부하러 뉴질랜드에 왔다가 결혼과 출산, 육아로 10년을 보낸 신소현 집사님은 여전히 신학공부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계신다. 두 집사님은 한인교회 내의 세대갈등 등의 어려움을 이야기하시면서 뉴질랜드 한인교회에서 함께 동역할 젊고 건강한 일꾼들이 많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이분들의 이야기가 마치 마게도냐인의 요청처럼 들렸다.

뉴질랜드에서 시간을 보내면 보낼수록 나는 뉴질랜드에서 사역하고 싶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이는 비단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환경과 안정된 사회보장시스템 때문만은 아니다. 여성, 특히 여성 사역자에게는 남성과의 전혀 차별이 없다고 할 정도로 사회와 교회에서 성역할에 대한 바람직한 인식이 정착되었기 때문이다. 15일이라는 길지 않은 기간에도 우리는 여성 지도자들을 꽤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최근에 한 백인교회로 청빙을 받아 담임목회를 시작하신 김진숙 목사님, 다민족 교회를 담임하시는 이선미 목사님, 노스쇼어 한인교회에서 살림꾼처럼 많은 역할을 감당하시는 이희숙 전도사님, 뜨거운 구약학자 정영아 교수님, 테일러 학장님의 아내로서 함께 선교학을 연구하시는 린 테일러 사모님, 북노회 의장이자 담임목회를 하시는 로레인 목사님은 우리가 뉴질랜드에서 만났던 훌륭한 여성 리더들이다. 이러한 모델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이와 같은 여성 리더들이 활동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또 한편으로는 뜻있는 한국의 여성사역자들이 뉴질랜드에 와서 그 은사와 재능을 마음껏 펼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턴십 기간에 누렸던 수많은 특권 중에 제일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한경균 선교사님과의 동거동락이라고 말하고 싶다. 예수님을 따라다녔던 제자들처럼, 우리도 한선교사님과 함께하며 16일의 시간을 보냈다. 만일 정해진 일정대로 우리끼리 다녔다면 모두 소화하지 못했을 내용들을 선교사님과 함께 때문에 우리는 잘 습득할 수 있었다. 선교사님의 신학과 사역, 삶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 많이 배웠다. 끊임없이 성찰하는 신학자요, 교회와 세상을 사랑하는 선교사요, 따뜻한 마음을 소유한 목회자요, 후배들을 열정으로 인도해주시는 선배, 한경균 선교사님께 들은 이야기와 받은 도전들이 아직도 새록새록 기억에 남는다. 우리에게 하나라도 더 보여주시려고 애쓰셨던 선교사님께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결론적으로 이번 뉴질랜드 해외 인턴십은 나의 신대원의 여정에 Before After를 갈라놓은 전환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전에는 강의와 책에서 배우는 데 초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삶의 구체적인 현장에서 성찰하고 고민하는 신학함(Doing Theology)이 비로소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사회와 교회에 다양한 측면들을 살펴보면서 우리 세대 목회자들에게 남겨진 과제와 사명이 크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우리의 선배 목사님들이 그 시대에 주어진 고민을 하시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셨다면 이제는 우리의 차례일 것이다. 뉴질랜드에서 훈련한 신학적 성찰이 앞으로의 나의 삶과 사역의 자리에서도 계속 이어지면서 하나님의 나라와 주님의 몸 된 교회에 작게나마 보탬이 되는 발걸음이 되기를 소망한다

 
 
                                       * 레이드로 신학교 오리엔테이션에서의 정겨운 인사